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eun Choi Mar 11. 2016

뉴욕에서의 크리스마스

Christmas in New York

 


[한국어는 아래에]

Day 60: 11 March 2016, Melbourne


Weather is a funny thing. Despite a dissimilarity in location, a specific type of weather reminds you of a day or a moment from months and years ago. Melbourne’s weather changes like a teenager’s mood fluctuates. It never fails to surprise me, even within period of time as short as a couple of hours. While the heat wave a couple of days ago raised the temperature up to 38 degrees, which only dropped a few in the middle of the night, it cooled down today. It was maybe even a bit chilly after a continuous rain that limited my mobility.


Somehow, this brisk touch of air reminded me of a trip to New York City from more than eight years ago. Although it was not as cold or in any means close to snowing like in New York, it was probably the fresh, crisp breeze and the coziness of the cool weather that brought the memories back.


It was a snowy yet warm day in New York City. I say ‘warm’ because it wasn’t painfully windy or piercingly frosty but obviously cold enough to snow. It was my third time in this wonderfully energetic city. This time it was a mother-daughter trip during Christmas.


Coming from a country where Christmas is no more than a public holiday that loving couples celebrate by going out to the busiest areas of the city, Christmas didn’t mean much to me. Yet, I still liked the snugness of the season and the festivity of the occasion. Listening to a Christmas carol would make my heart grow fond for no reason and every year I would demand that we put out a tiny plastic Christmas tree in the corner of the living room of our apartment.


But that year, it was different. Instead of spending the holiday in a place where it is more of a one-time celebration among friends and lovers than that of a continuing family tradition, I was in New York. 


Mom and I went to museums, galleries and stores that were on massive Christmas sale. Red, green and gold decorations with sparkling Christmas lights were everywhere, adding to the festivity. As I walked down the 5th avenue I could hear Christmas carols on every corner. It felt like being in the middle of some Hollywood movie, like Big or Home Alone 2.


But if you spend 24/7 with someone, one can almost predict the likelihood of an argument. So yes, I got into a little quarrel with mom, for some trivial reason that people usually have arguments over (and fail to remember too soon compared to how serious they were about it). Not wanting to face any serious conflict, I walked away from mom as we left the Neue Galerie. We were both too stubborn to walk back to each other in this foreign city that we arrived a few days before. So down south I walked on the 5th avenue, without even a glimpse back at my mom.


I later found out that my mom went straight back to where we were staying because she was worried about me. Those were the days without iPhones or any phone when you were traveling short-term, so the only way she would expect to find me was back in our room. But this naïve and spoilt girl decided to forget about the stupid fight and go on exploring this magical city of New York. That’s how my little adventure began.


I walked down the 5th avenue, which I didn’t have the courage to leave knowing my terrible sense of orientation. And as I said, this was pre-Google Maps era, and I was too shy to ask strangers virtually anything. But thank god that Manhattan was mainly structured in squares and straight roads, unless you went too south. So I decided to stick to the 5th avenue for a while and then go back to where we were staying, which wasn’t too far from the avenue.


I still remember the sweetness of a Swiss chocolate that the lady at the entrance of Lindt store on the 5th avenue gave me. It melted my frozen hands and a heart that stiffened at the face of this foreign city that I was now all alone in. I can still recall quite clearly a scene of a kid pestering  his dad to buy him a Toy Story figure in a Disney shop, which was further down the same street. I remember going into a stationary store and buying a birthday card for my mom whose birthday is in October, roughly in ten months time. 


I also remember the stinging sensation on my burnt lips from the coffee I sipped from a red Starbucks cup that signals the beginning of winter every year. I managed to find a seat in a busy Starbucks in the Trump Tower, also on 5th avenue, and started to write things down to clear my mind, assess my emotions and digest all the interesting things I have encountered the past couple of hours. Yet, surrounded by happy people excited about the coming holiday and family dinners, I soon realized that I should go back and look for mom.


As I left the building a gush of cold air blew, but it was bearable because I was holding onto a coffee cup that I had barely drunk from, as I only ordered it after having seen mom getting it every time she goes to Starbucks. By then, I had already forgotten why I had a falling-out with mom— that’s how pointless most of the fights are. I just wanted to go back, find her and say sorry.


I quickened my pace, got on a bus to the north and safely arrived back at our accommodation where my mom sat anxiously for the past few hours, worrying about my safety. She also forgot why we parted in the first place, because at the face of seeing her daughter that she desperately waited for what felt like eternity, all she could feel was a sense of relief, solace and warmth. Silently embracing each other, we finally felt the Christmas Eve in New York.


Thanks for reading.

I’m Jieun Choi, a student, creative, photographer and writer currently based in Melbourne, Australia. Come see the photos I took on my Instagram.


60일: 2016년 3월 11일, 멜버른


날씨라는 건 참 재미있는 것이다. 장소가 달라도 특정한 날씨는 몇 달 아니 심지어 몇 년 전의 한 순간이나 하루를 떠올리게 한다. 멜버른의 날씨는 사춘기의 청소년의 기분이 바뀌듯 바뀌곤 한다. 몇 시간 정도의 짧은 기간 동안에도 심하게 바뀌는 날씨에 놀라지 않을 때가 없다. 며칠 전에는 난데없이 38도까지 올라가더니 (한밤중에도 35도에 육박했다) 오늘은 또 선선하다. 하루 종일 비가 와서 그런 것 같다.


그 상쾌한 공기가 왜인지 팔 년도 전에 갔던 뉴욕 여행을 떠올리게 했다. 물론 당시의 뉴욕만큼 춥지도, 당연히 눈이 오지도 않았는데 이 상쾌한 바람과 선선한 날씨가 당시의 기억을 불러온 듯하다.


뉴욕에서의 그 하루는 눈이 내리지만 따스한 날이었다. 따스하다고 하는 이유는 살을 에는 바람이나 뼈에 사무치게 추운 날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론 눈이 내릴 만큼은 추운 날이었다. 이 에너지 넘치는 도시는 세 번째 오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모녀간의 여행이었다.


한국에서 크리스마스는 단순히 커플들이 사람이 북적거리는 곳에 데이트 나가는 공휴일에 불과한 것이어서 내게 큰 의미는 없는 날이었다. 하지만 이 시기의 아늑함이나 크리스마스의 축제 같은 분위기가 나는 좋았다. 캐럴을 들으면 이유 없이 마음이 따뜻해졌고 매년 거실 한 코너에 작은 플라스틱 트리를 놓자고 떼를 쓰곤 했었다.


하지만 그 해는 달랐다. 크리스마스가 단지 친구나 연인 사이의 일회성 축하행사가 아닌 가족 간의 오래된 전통으로 여겨지는 곳에서 보내게 되었다. 나는 뉴욕에 있었기에.


엄마와 나는 미술관과 전시회 그리고 크리스마스를 맞은 세일에 들어선 상점들을 다녔다. 빨강, 초록 그리고 금빛의 장식과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조명이 거리를 수놓으며 들뜬 기분을 한껏 북돋았다. 5번가를 걸어가면 거의 모든 코너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들을 수 있었다. 할리우드 영화 ‘’이나 ‘나 홀로 집에 2’에 있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누군가와 하루 종일 붙어 다닌다면 가벼운 말싸움 정도는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랬다. 엄마와 나는 사람들이 주로 다투는 별 것도 아닌 것 (그렇기에 곧 잊어버리는)을 가지고 신경전을 벌였다. 더 심각하게 부딪치기 전에 나는 우리가 누 갤러리를 떠나면서 엄마를 외면하며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불과 며칠 전 도착한 익숙하지 않은 이 도시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돌아서기에는 고집이 센 모녀였다. 그래서 나는 뒤를 보지도 않고 5번가를 걸어 내려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엄마는 내 걱정에 바로 숙소로 돌아갔다고 했다. 왜냐하면 그때는 아이폰이 있던 시절도 아니며 단기간 여행할 때 굳이 핸드폰을 로밍해 가는 것도 아니었기에 방에서 나를 기다리는 방법 이외에는 엇갈리지 않고 엄마가 나를 찾을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순진하고 철없는 나는 이 바보 같은 싸움을 잊어버리고 이 마법 같은 도시를 더 돌아다니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나만의 작은 모험이 시작되었다.


나는 5번가를 걸어내려갔다. 다만 방향치인걸 알기에 그 길을 벗어날 용기는 나지 않았다. 게다가 말했듯이 당시에는 구글 지도도 없었으며 당시의 나는 모르는 사람을 붙잡고 길을 물을 수 없는 수줍은 아이였다. 하지만 다행히도 맨해튼의 많은 부분은 너무 남쪽으로 내려가지 않는 한 직각으로, 길게 뻗은 도로들로 되어있어서 나는 5번가에서 조금 더 내려가 보다가 그곳에서 멀지 않은 숙소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5번가의 초콜릿 가게 입구에서 받은 스위스 초콜릿의 달콤함을. 이는 꽁꽁 언 손과 이 외딴 도시에서 나 홀로 있으며 경직된 마음을 녹여내었다. 같은 길에 있던 디즈니 스토어에서 아빠를 붙잡고 토이스토리 피규어를 사달라고 조르던 아이의 모습도 생생하다. 그리고 한 문구점에서 10 개월 정도 후에 있던 엄마의 생일에 쓸 생일 카드를 산 기억도 난다.


또한 이 시기쯤 나오는 빨간색 스타벅스 컵에 담긴 아메리카노에 입술을 데어 얼얼했던 그 느낌을 나는 기억한다. 트럼프 타워에 있던 북적거리던 스타벅스에서 겨우 자리를 잡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을 검토하고 지난 두어 시간 정도 관찰한 흥미로운 일들을 소화해내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와 가족 간의 저녁 식사에 들뜬 사람들 사이에 있자니 얼른 돌아가서 엄마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곧 들었다.


건물을 나서면서 불어온 차가운 바람은 다행히도 반도 넘게 남은 커피 컵을 들고 있었기에 견딜만했다 (커피는 사실 엄마가 즐겨 마시던 것이기에 시켰을 뿐이다). 이미 나는 왜 엄마와 싸웠는지 기억하지도 못했으며 — 대부분의 말다툼이 그렇게 무의미하긴 하다 — 나는 얼른 돌아가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하고 싶었다.


발걸음이 빨라졌다. 북쪽으로 향하는 버스에 탔고 안전하게 숙소에 도착했다. 엄마는 지난 몇 시간 동안 안절부절못하고 나의 안녕을 걱정하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영원과 같았던 시간 동안 기다리던 딸이 모습을 드러내자 엄마도 우리가 왜 서로에게서 발길을 돌렸는지 잊어버렸다. 엄마가 느낀 감정은 안도감, 위안 그리고 따스함 뿐이었다. 말없이 서로를 꼭 껴안으며 우리는 비로소 느꼈다. 뉴욕에서의 크리스마스 이브를.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학생이자 창작자, 사진가 그리고 작가입니다. 현재 호주의 멜버른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제가 찍은 사진들은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