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화자 Mar 10. 2016

글 쓰는 할머니의 오늘 이야기 - 여섯

아파트 숲에서.

아침 여섯시 반쯤  딸이 전화를 했다.

새벽 전화는 뭔가 수상하다. 나윤이가 아파서 학교를 못 가서요... 뜸을 들이며  할머니가 와 줄수 있느냐고 어렵게 묻는다. 사학년 외손녀가 새벽에 열이 높고...

그래. 알았어. 일곱시 차는 어렵겠고 여덟시 차로 갈께.

허둥지둥 버스를 탄다.


딸 사위는 남매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교사다.

친가에서 도움을  받을 형편은 안되었고

 아는 이 한 사람도  없는 객지에서 아이 둘 키우는 동안 지나간 시간들 그동안의 어려움 일 랑 어떻게 말로 다 엮어 낼 수 있겠는가.

도우미 아줌마들이 돌 봐 주다가

어린이집 어린이에서  

유치원에서 유치원생으로

그렇게 성장을 한 외손자와 외손녀가

올해는 초등학교 사학년과 육학년이 되었다.


딸은 외할머니가 꼭 필요할 때만 부른다.

언젠가 외손자가 신종플루에 걸렸을 때와

아이들 친할아버지께서 암 투병 중일 때

-그때는 앞이 안 보일 것처럼 어두운 터널 속을 헤매는 것 처럼

딸과 사위와 외손자 외손녀가 안타까웠었다. -


두시간 십분이 지나서 고양 백석 터미널에 도착했다. 택시를 탔다. 신호등마다 대기하고 기다리게 한다. 전철 세 구역인데 택시가 훨신 꾸물거린다.


사위가 짬을 내서 손녀를 데리고 병원에 다녀왔다. 열이 내리지 않으면 다시 검사해 보기로 했다는데 다행히 손녀는 책도 읽고 간식을 먹으면서 쉬었다. 검사는 아마도 어떤 종류의 나쁜 독감이 아닐까? 라는 것이었겠지 ...


아픈 아이를 아파트의 고립된 공간에 혼자 있게 하는것은  불안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숫자와 기호로 소통이 되는 아파트는 고립된 공간이다. 암호를 기억해야 문이 열린다.


아파트는 콘크리이트 숲이다.

아파트는 벽이다.

사람들은 많은데 이웃이 없다.

옷자락 한 귀퉁이만 보여주는이가 벨을 누르는데

문을 열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얼른 판단이 안 된다. 딸과 통화를 하는 소리가 문 밖에서 들리고 딸이 전화를 한다.

엄마,택배 받아주세요.  지령?을 받고 나서야 안심하고 문을 열어주고  택배를 받는다.


외손녀는 두 군 데? 세 군 데? 학원을 쉬기로 한다 . 할머니가 냉장고에서 감자와 양파. 버섯 그리고 이것저것 야채를 부침가루와 섞어서 간식거리를 만든다.

사위가 유명 빵집에서 간식을 사다 놨는데 할머니가 수제품 간식을 만든다.

 외손녀는 말한다. 오빠가 집에 왔다가 논술 학원에 가는데요.

오빠가 조금 있으면 올 거예요. 오빠 오면 간식을 같이 먹고 싶다는 얘기다.

외손자는 논술학원에서 음료수 캔을 챙겨왔다. 밖에서 간식을 먹을 때는 꼭 동생몫을 챙겨다 준다.

유치원 다닐 때는 동생 가방 들어다 주고 준비물. 통신문 챙기고 보호자 역할도 했다.

든든한 오라버니다. 남매가 다정해서 기특하다.


둘쨋 날-

애들은 집에 들어와서 가방을 바꿔 메고 학원에 간다.  네시에는  과외 선생님이 오신댄다.

딸은 여섯시에 퇴근한다.


식구들이 다 나간 시간. 집안이 고요하다.

아파트 17층에서 새소리 -새는 금화조 한마리가 재잘거리면서 잘 논다. 기가 쎈 녀석은 여친을 네마리나 보내 벼렸단다. 봄볕 쬐라고 새 장을 창가로 옮겨준다. 심심하고 적적해서 간식을 만들고 피아노를 두드려 본다. tv채널을 돌린다. 아무도 없을 땐 빈 집에서 곰돌이와 곰순이는 다정한 대화를 나누고 올빼미 세식구가 큰 눈으로 빈 집을 지키나 보다.

 

고양은 인구 100만이 넘는다.

 꽃의 도시다.  高陽.

花井.  白石. 鼎鉢.馬頭

  얘깃거리가 많을것 같은 마을 이름들이 재미있다.  초록 마을 .은행마을. 옥빛. 은빛. 달빛.

아파트 이름도 예쁘다.  

계획된 신도시 답다. 공원. 문화공간. 편의시설. 도서관. 공연장들도 많다.

차가 없는 거리도 있고. 교육도시 문화도시 답다.

둘쨋 날 어스름녁에 집으로 향한다. 일곱시 버스를 탄다.

야경이 화려한 도시 고양의 고층건물과 아파트의 숲이 휘황찬란하다. 

버스는 서울북부 간선 도로를 올라 타면서 속력을 내기 시작한다.

허둥지둥 시작한 이틀간의 여행이 마무리 되고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글 쓰는 할머니의 오늘 이야기-일곱번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