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법 이야기
로펌의 공식 업무 마감시간 오후 6시를 5분 남겨 놓은 3월 마지막주 금요일 오후 5시 55분.
복도에서 급하게 뛰는 발소리가 들리고 곧 사무실 문을 열리면서 고객 한분이 숨을 가파르게 쉬면서 들어오셨습니다.
“영주권 받으러 왔어요!”
얼마나 급하게 뛰어오셨는지 빨개진 얼굴로 숨을 가파르게 쉬면서도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가득하셨습니다. 우편물을 담당해 주시는 직원분께서 개인 사정으로 일찍 퇴근하시면서 다른 업무를 위해 사무실에 남아있던 제가 대신 영주권 카드를 전해드리게 되었습니다. 이 날은 취업 비자 추첨 결과가 나오는 날이어서 추첨이 되신 분들께는 좋은 소식을, 추첨이 안되신 분들께는 안 좋은 소식을 동시에 알려드리게 되어 마음이 편치 않은 날이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여기 있어요. 본인 이름 스펠링과 생년월일이 정확한지 확인해 보세요.”
간혹 스펠링이나 숫자가 잘못 적혀있는 경우가 있어서 이미 발급된 영주권이라도 수령 시 고객분과 함께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 고객분의 경우, 미국 시민권자 배우자를 통해 영주권을 진행하셔서 2년 임시 영주권이 발급될 것으로 예상하였지만, 예상외로 처음 서류를 접수하고 1년 만에 인터뷰도 면제되고 바로 10년짜리 영주권이 발급되었습니다.
고객분께서 본인 정보를 확인하시고는 환한 웃음을 지으시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여러 번 하시고, “오늘 급하게 오느라 빈손으로 왔어요. 다음에 맛있는 거 사들고 다시 인사하러 오겠습니다.” 하고 밝은 얼굴로 떠나셨습니다.
미국 영주권을 진행하시는 분들은 최종적으로 영주권 카드가 언제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매일 하염없이 기다리는 일상이 계속됩니다. 영주권 카드가 로펌 사무실에 도착하면 대부분의 고객분들은 하루라도 빨리 받고 싶은 마음에 먼 길을 직접 운전해서 오시기도 하고 평일 저녁 혹은 주말에도 픽업이 가능한지 물어보시는 분들도 종종 계십니다.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수년을 기다려서 영주권 카드를 받으시기 때문에 고객분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최대한 빨리 받으실 수 있도록 배려해 드리고 빠르고 정확하게 진행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른 업무를 마무리하고 저녁 늦게 퇴근하면서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따뜻한 금요일 저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