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 낳아달라고 한 적 없어

누군가에게는 그저 생각 어리고 사춘기 같은 말

by 별난애

부모와 싸울 때 자식들은 보통 “누가 낳아달래? 낳아달라고 한 적 없어”, “이럴 거면 왜 나 낳았어?”라는 말이 불쑥 튀어나오는데 이 말은 보통 사춘기가 극에 달했을 때 한 번쯤은 말해본 적이 있을 것이라고 감히 예상해 본다. 짜증 나고, 서럽고, 욱하는 복합적인 마음을 일일이 말하는 것보다 “내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어?”라고 한껏 짜증 내고 소리 지르면서 말하면 그만큼 내가 상처를 받았다는 걸 강력하게 던지니 속이 후련했다. 이 한마디가 부모의 가슴에 치명타가 된다는 걸 알면서도 내뱉어야만 했다. 왜냐하면 답답하니까. 그리고 거기다가 반항심을 덧대어 내가 하는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으니까.

자식입장에서는 ‘내가 원해서 태어난 게 아닌데 왜 나를 힘들게 하는 건지’라는 억울한 마음과 그래서 내가 원하지도 않는데 왜 이걸 해야 하고/안 해야 하는지 내 의견과 주장은 이해할 생각도 없으면 그게 부모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건지에 대한 불만이 순식간에 쌓였다. 하지만 사춘기 때는 이 순간이 지나면 후회가 밀려온다. 홧김에 화나서 방문을 쾅 닫았지만 상처를 줬다는 미안함에 “저절로 닫혔다 ”혹은 “바람 때문에 그런 거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뱉은 말을 후회하고, 말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고,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너무 심했다 등 상처를 줬다는 미안함에 마음이 무거워지곤 한다. 진심이긴 했지만 순간 욱한 마음에 정도를 넘어섰다는 자책이 찾아온다.



하지만 지금은 사춘기때와는 다르다. 그 마음이 깊어지면 나이가 들어서도 가족에게 심한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한편에 이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죄책감, 미안함 따위는 사라지고 분노와 억울함만 깊게 남아있다.


부모에게서 “내가 힘든 건 너 때문이야, 네가 이러지 않았으면 내가 이렇게까지 힘들지 않았다, 너는 왜 태어나서 나를 힘들게 하는 거니?, 모든 문제는 네가 태어났기 때문이야. 너만 참으면 될 문제를 왜 속 뒤집게 만드는 거야?” 등의 내 존재를 부정하고, 나라는 사람을 이해하려는 생각도 없는 말들을 들으면 더욱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내가 태어난 자체가 문제라고 말하는데 자식입장에서는 자기네들이 낳아놓고는 왜 태어났냐고 하면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미 태어나버린 걸 어떡하는 건지 어이없고, 자식 또한 이런 부모였다면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게 나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자식입장에서 부모가 원하는 대로 따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그렇다고 입맛에 맞춰줄 마음 또한 전혀 없는데 그럼 대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부모 같지도 않은 부모 밑에서 자라 나와 비슷한 상황을 견디고 있는 자식들을 마주하게 된다면 꼭 전하고 싶은 말은 ”이 세상에 태어나줘서 고마워 “ ”그런 환경에서도 꿋꿋이 견디고 혼자서 크느라 애 많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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