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EAR | 2024년에 내가 알게 된 것들

관계에 대한 10가지

by 별난애


1. 헤어지는 이유를 말하지 않는 것과 핑계를 대는 것은 그런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은 이기심’이다.

헤어지는 이유를 말해봤자 결과는 달라지지 않고,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말은 사실 맞다. 상대방은 헤어지기 싫다. 헤어지기 싫은데 헤어질 것 같으니 헤어지지 않을 방법은 ‘헤어지려는 이유=우리 관계의 장애물’을 없애면 헤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다.

이유가 여러 가지라 다 말할 수없다 말하지만, 다를 알고 싶지도 않다. 그렇게 느꼈던 순간만 말하면 된다.

솔직하게. “지금 상황이 이렇고 저렇고/연애할 준비가 안 된 것 같다/내 마음의 여유가 없어 “라는 쓸데없는 말은 그저 좋게 포장하려는 마음이다. 이 모든 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 어쩔 수 없는 일로 넘겨버리는 거다. 관계를 끝내는 마당에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은 마음. 다시 만날 생각도 없으면서.

어쩔 수 없는 경우는 서로가 서로임에 힘든 경우다. 이 경우는 어쩌면 이미 느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한 사람은 괜찮다 하고 다른 사람은 미안해하는, 서로가 무거운 짐이라는 걸. 사랑이 짐이 되어 버리면 그 관계에서 주고받는 건 미안함, 죄책감, 자책밖에 없으니 편할 수 없고, 혹은 갚아야 할 무언가로 바뀌어 버린다. 그럼 끝내 그들은 포기를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2. 친밀한 관계를 되기 위해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친함’을 만들기 위해선 타이밍(상황, 마음 등이 포함된 모든 것)이 중요하다. 이 타이밍은 나만 준비되어서는 안 된다. 나와 상대방의 속도가 똑같이 맞아야 한다.


상대방과 아직 친하지 않은 관계라면 서로 잘 모르기 때문에 선뜻 다가가기가 망설여진다. 그럴 때는 핑계를 대면된다. 자기 자신을 포장하려는 핑계는 속 빈 강정이지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을 핑계로 표현하는 건 반대로 투명하다. 이렇게라도 나한테 연락하고 싶어 한 마음이 느껴진다. 그리고 연락에서 나아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무조건 있어야 한다. 그러니 시간과 돈, 상황적인 여유는 항시 있어야 한다. 언제 어디서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나타날지 모르니.

다시 친해지고 싶은 사이에는 거절을 당해도 괜찮다고 생각이 들 때 안부를 묻는 것이 좋다. 내가 아무리 좋게 다가갔더라도 상대방은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걸 꼭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 사람이 받아주지 않았다고 불만을 가지거나 화를 내는 건 상대방 때문이 아니라 당연히 받아줄 줄 안 내가 받아야 할 몫이다.



3. 말은 연출이고 행동이 진심이다.

나는 “하려고 했었는데”라는 말의 속뜻을 이젠 안다.

처음에는 ‘내 마음은 이게 아니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라고 들렸다. 특히 ‘내 마음은 이게 아니야.’라는 부분에 꽂혀 그래도 하려고 했던 마음이 있다는 생각에 서운했던 마음이 조금 가라앉곤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 그 말의 실체가 보였다.

연락을 하려고 했었어 = 연락을 하지 않았다.

일찍 오려고 했었어 = 일찍 오지 않았다.

그때는 시간이 있었어 = 지금은 없다.

‘하려고 했었는데’는 ‘결국 하지 않은 것’이다. 만약 진짜로 할 마음이 있었으면 늦게라도 해야 했다. 이미 늦어서 바뀌지 않는 건 상황이지만 상대방의 마음은 달라진다. 끝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말로만 할 거였다는 핑계로 들리지만 늦게라도 했다면 그래도 할 마음이 있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그 짧은 노력 하나로.



4. 관계에 아쉬움이 드는 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나는 관계에 대해 늘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멀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 여겼기 때문에. 싸우지는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멀어졌던 경험이 멀어진 그들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와 친한 이들과 멀어졌을 때를 상상해 봐도 그러려니 하며 받아들일 것 같았다.


하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생각했던 것만큼 깔끔하지 않았다. 아쉽다가 헛헛했다가 후회도 되는, 결국 다시 가까워지고픈 마음이었다. 왜 이러는 걸까.

딱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있을 때 잘하자, 최선을 다해야 후회가 없다’라는 말이 떠오르면서 내가 그동안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이들과 멀어지는 상상을 했을 때 아무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이유는 멀어지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있어서였다. 당연히 그들과는 멀어지는 일은 절대 없을 거라는 착각. 당연히. 왜 당연히라고 생각했을까.



5. 연락의 빈도가 관계의 깊이는 아니다.

연락을 많이 하는 게 친해지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연락을 하면 할수록 아는 게 많아지고 서로 주고받는 것 자체가 친한 사이라는 증거처럼 보였다.

그래서 한때 연락을 열심히 했다. 궁금한 게 없지만 연락은 해야 하니 물어봤었던 거 또 물어보고 더 이상 할 말이 없지만 계속해야 하니 쓸데없는 말이라도 꺼냈다. 연락의 정도가 친함의 척도니까 연락의 텀이 길거나 뜸해지면 멀어진다는 생각에 자다가도 답장을 하는 등 매 순간 불안했다. 그러다 연락을 다 알게 되니 굳이 시간을 내어 만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멍해졌다. 그때 느꼈다. 과도한 연락은 되려 부담과 어색함을 만든다는 걸.



6. 알고도 그러는 건 애초에 이용할 목적이었다.

누군가가 거절을 잘 못한다는 걸 알고 있으면 그 사람에게 부탁하기가 참 쉽다. 거절을 못하니까 당연히 들어줄 것이니 부탁한 사람은 편하다. 자기가 안 해도 되니까.

누군가가 자기한테 마음이 있다는 걸 알면 심심할 때 부르기가 참 쉽다. 자기한테 마음이 있으니 당연히 부르면 나올 테니 부탁한 사람은 쉽게 심심함을 때울 수 있게 되니까.

누군가가 이렇게 말할 것이라는 걸 알면 이런 상황을 만드는 게 참 쉽다. 이렇게 말할 사람이니 이렇게 해야 하면 대신 해결해 줄 테니까.

즉, 알면서 그러는 건 당연하게 일어나는 일임을 확신해 결국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는 행위, 애초에 이용해 먹으려는 못된 마음이다.



7. 오래된 인연은 오히려 한발 떨어져 있는 관계다.

불 앞에 가까이 있으면 화상을 입지만 적당한 거리에선 따뜻함이 된다 - 를 몸소 체감했다. 나는 그동안 급속도로 친해지다 급속도로 멀어진 적이 많았다. 초반에 나랑 잘 통하는 것 같고 마음이 잘 맞는 것 같아서 신이 났다. 같이 보내는 시간이 너무 재미있어 만남이 기대되고 그때를 기다렸다. 하지만 자주 볼수록 장점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단점이 보인다는 걸 알았다. 단점이 보이는 순간 단점만 눈에 보이고, 단점만 계속 늘어가다 보면 결국은 부딪힌다. 평생 같이 있을 것처럼 꼭 붙어 다니던 사이가 이제는 서로 모르는 사람 취급한다.



8. 관계가 오래되어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공든 탑이 무너지랴’ - 힘을 다하고 정성을 다하여한 일은 그 결과가 반드시 헛되지 아니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네이버 국어사전 발췌)


관계는 이 말이 적용되지 않는다.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그동안 쌓아온 시간만큼 끈끈해지는 건 맞지만 끈끈함을 끊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으면 가차 없이 끊어지게 된다. 그게 상황이었든, 찰나의 순간이었든, 마음이었든. 나는 바뀌지 않았다 해도 상대가 바뀌면 바뀌는 것이다. 왜냐하면 관계는 혼자만 만드는 게 아니니까. 한쪽이 놓으면 멀어지는 것이다.



9. 만나는 게 불편하다면 멀어지는 게 맞다.

한때는 만나서 노는 게 재미있어서 자주 만났던 사이가 어떠한 계기로 멀어지면 그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아무리 깨끗이 풀고 없던 일이라 생각해도 이미 일어난 일인건 바뀌지 않는다. 이런 비슷한 일이 조금이라도 생길 것 같으면 불편하다. 아무리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이전에는 없던 어색한 기류가 맴돈다. 불편함을 말하던 말하지 않던 불편하다.

불편하니 만나기 꺼려지고 만나도 재미있지가 않다. 마음이 무겁고 찝찝하다. 이럴 땐 어쩔 수 없다. 이 마음이 없어질 때까지 안 보는 게 지금으로선 최선의 방법이다.



10. 호감도의 순위는 바뀐다.

오래된 친구와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 내가 잘 보이려고 애를 쓰지 않아도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있으니까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제 막 친해진 친구와 있으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이 쓰이고 눈치 보인다. 잠깐의 정적이 돌아선 안되고 어색해해서는 안된다. 전체적으로 보면 오래된 친구는 편하고, 이제 막 친해진 친구는 불편하다. 하지만 가끔은 이제 막 친해진 친구가 더 편할 때가 있다. 처음에는 오래된 친구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마음이 무거웠다. 오래된 친구가 알면 실망할 것 같고 배신당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근데 ‘나보다 더 좋다고 해서 내가 싫어진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니 아무렇지 않다. 내가 이제 막 친해진 친구를 더 좋아진 만큼 오래된 친구가 자기가 싫어진다고 생각하는 건 나의 착각이었다.




To. 지금까지 살아온 모두에게

우리는 매일 새로운 날을 맞이하여 배우고 깨달으며 성장해가고 있습니다. 아니, 나는 제자리걸음이다 심지어 뒤처져있다 생각이 들고 사실일지라도 결국은 언젠가 그 시간도 의미가 생길 것입니다. 그리고 살면서 때로 기억해야 할 중요한 것을 잊어버려 자책한 날들도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하나 더 배우게 된 것입니다. 또는 차마 알고 싶지 않은 것들도 결국은 알아야 하는 순간이 오곤 합니다. 견뎌야 하고 버텨야 하는 이런 고된 삶 속에 살아남기엔 아직 강하지 못한 것 같고 나를 무너뜨리게 만들 순간들이 너무나 많아 불안하겠지만 그럴 땐 부딪히지 마시고, 피해 가십시오. 부딪히면 다치고 아파요. 일단 내가 살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동안 살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내년 2025년에는 사건사고 없는 무탈한 한 해가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미리 새해 복 많으세요. Happy new year

- from 별난애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가족 | 부모라는 빈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