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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 편안해야 할 집이 숨 막히는 감옥이라면

by 별난애

가족이란 울타리는 대단하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오늘이 고된 하루여도 집에 들어가는 퇴근길이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드디어 우리 집이구나.’

편안하고 안전하게 나의 공간에 들어가는 발걸음은 가볍고 그렇게 들어간 집에는 하루종일 내가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반갑게 맞이해 주는 가족. 이런 따뜻하고 포근한 분위기가 가족이고 집이 아닐까?


근데 그렇지 않다면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는 걸까, 내가 이렇게 만든 건가, 나는 대체 여기서 어떤 존재인 걸까?



가족의 공간


나는 그들과 살면서, 그들과 함께 있었던 그 공간에서 단 한 번도 숨을 편히 쉰 적이 없었다. 작게 내뱉은 숨마저 한숨으로 오해받으니 말은 더 뱉을 수 없어서 쥐 죽은 듯 그곳에서 살아야 했다. 딱 적막, 고요, 삭막 이런 단어와 어울리는 공간이었다. 밥을 먹기 위해 준비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밥을 먹은 후 정리할 때도 단 한마디가 오고 가지 않았다. 누가 집에 들어와도 그러려니, 집을 나가도 그러려니. 서로가 투명인간이었다. 이게 맞나? 가족이라는 이유로 같이 살고 있지만 이런 것도 가족이라 할 수 있는 걸까?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이 없고, 들여다보지 않는데 같이 사는 것만으로도 가정이라 할 수 있는 건가? 전혀 도움도, 의지도 되지 않는데.

밖에서 친구와 실컷 떠들어도, 어떤 일로 오늘이 제일 힘들었던 날이어도, 반대로 제일 신났던 날이었다 해도 집에 들어갈 생각 하면 늘 숨이 턱 막혔다. 숨도 편히 쉬지 못하는 그 공기 때문에. 나는 공기가 무겁다는 느낌을 집이라는 공간에서 처음 느껴보았다. 말 한마디 내뱉지도 못하고, 숨도 못 쉬는 그 공간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제대로 움직이고 마음껏 소리 내 웃을 수나 있을까. 구석에 앉아 이불을 꽁꽁 싸매고 있는 들 집에서 나는 소리가 아무것도 없는데 당연히 들릴 수밖에.


이렇게라도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하는 게 가족인 거라면 난 포기하겠다. 부모를 등지고 돌아서겠다. 누군가 나를 불효자식이라 해도, 어떻게 부모한테 그럴 수 있냐고 해도 상관없다. 난 살아야겠다 숨이라도 편하게 쉬면서. 나중에 돈이 없어서 길바닥신세가 되어도, 그런 내 모습이 창피하다 느껴도 그곳으로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바깥은 숨이라도 편히 쉴 수 있으니까.


이게 철없는 애가 집을 나온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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