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함을 견디는 방법 찾기
그동안 나는 내가 ‘성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초, 중, 고 단 한 번도 학교를 빠진 적이 없어 개근상은 당연했고, 대학교 또한 지각/결근을 한 적이 없었다. 수업 중 강의실을 몰래 빠져나간 적도, 뒤늦게 들어와 학우들의 시선을 한몫에 집중받은 적도 없이 수업 시작 전 미리 도착하고, 끝날 때까지 엉덩이를 붙이고 진득하게 남아있었다.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도 그랬다. 내가 대신 대타를 한 적은 많았아도 내 자리를 대타로 구한 적은 없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씨가 어떻든 늘 집을 나섰고, 나는 내 자리를 꿋꿋이 채웠다. 그래서 나는 취업준비로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 흔하고 진부하지만 나를 표현할만한 최적의 단어는 ’성실한 인재‘였다. 몇십 년 동안 빠짐없는 근태는 절대 쉬운 게 아니라 믿으며 스스로 뿌듯함과 자부심을 가졌고 세상 일에는 ‘절대’가 없다지만, 내가 자리를 비우는 일은 절대 없다며 자신 있게 말하고 다닐 정도였다.
그리고 조금 과장을 보탠다면 부지런함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숙제든, 과제든, 업무든 대충 하거나 제출 기간 내에서 미룬 적은 있어도 까먹거나 아예 안 한 적은 없어 어쩌면 나는 성실하고 부지런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 늘 최선을 다했냐고 묻는다면 그건 양심을 걸고 아니다. 하지만 어찌 됐든 했으면 된 거지 않냐며 스스로 성실함도 있고, 부지런함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직을 준비하면서 내 경력과 경험을 살펴보니 뭐 하나 오랫동안 유지한 게 없다는 게 확연히 눈에 보였다. 대학 졸업 후 직장을 다녔던 기간, 아르바이트를 했었던 경력들 중 제일 오래된 기간은 1년 6개월 정도였고, 그 외 평균적으로는 1년이거나 6~8개월이었다. 1년 6개월이었을 때도 1년이 넘어갈 때쯤 그만둔다했으나 어떻게 질질 끌다 보니 최대치로 6개월을 더한 거였고, 그 후로는 완전히 질려 대차게 나왔다. 나는 그간의 1년들이 결코 짧지 않았고 할 만큼 한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한 덕분에 지금까지 다양한 경험을 해서 후회하지 않지만 다음 스텝을 옮길 때 이런 기간이 걸림돌이라는 걸 면접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1년 경력이 하나, 두 개 있을 때는 그러려니 해 문제가 없었던 것 같지만 점점 쌓이니 ‘얘는 1년 하고 나갈 애구나’라는 각인이 생겨 면접에서 빠지지 않게 물어보는 질문이 “1년밖에 안 하셨네요?”였다. 나는 그 질문을 몇 번 겪다 보니 이제는 정착할 거다라는 뉘앙스로 장기근무를 어필했지만 결과는 불합격. 솔직히 한편으로 다행이었다. 왜냐하면 사실 ‘빈말’이어서. 말로는 장기근무할 거다, 하고싶다했지만 내가 1년 넘게, 이전 최장기간인 1년 6개월보다 더할 자신도,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없었다.
보통 성실과 꾸준함이라고 하면 오랫동안 무언가를 하고 있어야 하는데, 난 그런 게 없었다. 뭐 하나라도 오랫동안 했었더라면 전문지식을 쌓고 하나의 능력을 갖추고 연차도 쌓였을 텐데 그동안 찔끔씩하니 이도저도하는 수준에 계속 신입에 머물러 있었다.
그렇다면 내가 성실하지 않은 사람인가, 꾸준함이 없는 사람인가, 그럼 나는 왜 그동안 개근을 했을까 생각해 보니 거기까지만 ‘재미’를 느껴서 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동안의 성실과 꾸준함은 단지 내가 재미를 느낀 ’ 재미의 기간‘이었다. 즉, 나는 일에 익숙해지기 전까지의 과정을 좋아한다. 일이 익숙해지고, 적응하면 지루함을 느끼고 그게 반복되면 질린다. 매번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같은 형태의 업무라면, 매일 다른 일에 같은 사람을 만나는 거여도 질린다. 그래서 매일 다른 일에, 매일 다른 사람을 접하는 일했으면 좋겠지만 그런 업무를 찾기도 쉽지도 않을뿐더러 그럴만한 능력도 갖추지 못했다. 결국 나는 ‘반복’을 배워야 했다. 말로만 성실과 부지런함, 꾸준함이 아니라 행동으로. 나의 미래를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행동으로 쌓아야 했다. 그래서 이것이 나의 인생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