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심심하고 재미없다 할지라도
나의 오랜 취미는 오로지 ‘노래 듣기’였다.
노래를 틀어놓고 무얼 하는 게 아니라 가만히 누워 노래 듣는 것이 나의 행복이자 유일한 휴식이었고 그 시간이 삶의 낙이었다. 노래는 보통 한창 빠져있는 노래를 반복해서 하루 종일 듣는데 가끔씩은 문득 생각나는 노래나 아예 랜덤으로도 노래를 들어보기도 한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가수나, 노래를 우연히 듣다 꽂히게 되면 또 한창 그것만 듣고를 반복한다. 나는 한번 빠지면 질릴 때까지 하는 편이기 때문에 보통은 한 곡을 반복해서 계속 듣곤 한다.
한때 한창 ‘자기 계발’에 관심이 있었을 때는 취미도 생산적이어야 한다고 들어 인풋이 될만한 것들을 찾아보고 또 다른 취미를 만들어 본 적이 있었다. 그때 했었던 게 운동, 악기연주, 자격증 따기 정도. 근데 3개월도 못 가 중도포기했고, 그 후에도 다른 취미를 찾아 했었지만 이 또한 잠깐뿐이었다. 자기 계발적인 취미 중에서 그나마 내가 관심 있고 그래서 나랑 잘 맞을 것 같은 것들 위주로 골랐음에도 지루함을 견디지 못해 그만해서 지금은 내세울 만한 것도 딱히 없다. 계속했다면 뭐라도 남아 있었겠지만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안 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곱게 접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다시 돌아와, 여러 취미를 거쳐 지금까지 유일하게 살아남은 취미가 ‘노래 듣기‘인데 가만히 있어야 된다. 흥얼거리지도, 리듬타지도 않고 그저 가만히 누워 노래를 듣는 것이 나의 확실한 대확행이다.
보통 취미가 뭐냐는 질문에 ‘가만히 노래 듣는 것’이라 말하면 “외롭나 보네” 또는 “심심해?” 또는 “재미없게 산다” 고들 말한다.
내가 외롭나? 내가 심심한가? 내가 재미없게 사나?
어떻게 보면 가만히 있는 것이 무기력해 보이고, 고독해 보이고, 외로워서, 심심해서, 그저 시간 때우는 걸로 보일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이것만큼 확실한 행복이 없다. 밖을 나서는 것보다 집에 있는 것을, 집에서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가만히 있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듣는 시간이 나에게는 감격과도 같은 시간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 어느 순간부터는 오래 굳어진 나의 취미 ‘가만히 누워 노래 듣는 것’ 마저도 하지 않고 있다. 노래를 하도 많이 들어 질리기 시작해도 다른 노래를 찾던 내가 이제는 애써 찾지도 않고, 눈 뜰 때부터 잘 때까지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듣던 내가 이제는 노래 들을 생각조차 안 하게 되었다. 노래 듣기 대신 요즘 나의 취미는 적막함, 고요함이 나의 행복이 되었다. 특히 늦은 새벽, 자정을 넘어가면 보통 차소리도 말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그 정적이 좋다. 내 마음이 복잡해서, 일에 힘들어서, 지친 것도 아닌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의 공기에 마음의 안정을 얻는다.
게다가 선선한 날씨와 날카롭지 않은 거리의 소음, 나지막이 말하는 대화소리, 간간히 부는 바람과 여유 있는 발소리까지. 집에서 창문을 열고 바라보거나, 가끔은 늦은 새벽에 산책하러 나갈 때 느끼는 요즘의 미학이 요즘 나의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