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함 그리고 망설임
처음 맞은 ‘불합격’은 고3 대학교 입시 준비를 할 때였다. 수시 6장 중 4장을 내가 원하는 대학교의 한 학과에 여러 전형으로 넣었다. 어쩌면 무모한 베팅이지만 그만큼 나는 가고 싶었고, 심지어 합격일 거라 확신했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내가 넣은 여러 전형 중 합격률이 가장 높게 나왔던 건 학생부 종합전형이었는데, 고1~고3 생기부를 살펴보면 꾸준한 성적 상승 그래프와 동일한 장래희망, 그리고 관련 다작 수상까지 있어 합격하기엔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지난 10년간의 입시결과를 분석했을 때도 우주하향, 합격률이 95% 이상이라 그 당시 담임선생님께서 이 성적으로 꼭 가야 되겠냐 하실 정도였고 내 주변 친구들도 이 정도면 당연히 갈 수 있다고 말했으며 나 또한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나 포힘 모두의 예상과 다르게 나는 똑 - 떨어졌다. 그 이유는 내가 지원했던 년도 내신 커트라인 기준이 2등급이나 상승했을뿐더러 해당 학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탓에 경쟁률이 평균 3:1에서 40:1로 급등해 버렸다. 갑자기 기준(커트라인, 경쟁률)이 높아진 탓에 나는 추합 축에서 못 껴 그렇게 광탈되었다. 결과적으로는 입학 문턱을 못 넘었지만 다행히 안전빵으로 넣었던 타 대학교로 전향했고 졸업한 지도 꽤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그 대학교 입시 결과를 확인했을 때의 빨간색 글씨로 ‘불합격’ 라 찍혀있던 때 생생히 기억에 남을 정도로 뇌리에 박혀있다.
그 후 ‘불합격’ 통보를 받은 건 자격증을 딸 때였다. 취업에 유용한 자격증 또는 자기 계발을 하고자 필기, 실기 과정을 준비하고 자격증 시험을 쳤는데 거기서도 불합격을 받았다. 나는 그동안 어떤 것이든 한 번에 된 적이 거의 없어서 불합격을 받아도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하려고 하지만 막상 ‘불합격’을 받으면 벙찌고 만다. 또 안되면 어떡하지? 내가 될까? 다른 사람들은 한 번에 되는데 왜 나는 한 번에 잘하지 못할까? 마인드컨트롤이 붕괴되어 머리로는 ‘다시 하면 된다’하면서 마음으로는 ‘다시 한들 될까?’ 좌절과 불안감이 높아지기 시작한다.
대학교든 자격증이든 당연 실력으로 합/불합을 메기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준비 과정에서 합격 후기를 찾아보면 늘 눈에 띄는 건 ‘1트만에 합격, 단기간에 합격!’이라는 글이었다. 이런 후기들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한 번만’에 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을 거고, 어쩌면 이때까지 ‘불합격’을 맞아 본 적 없는 사람도 있을 테다.
좋게 생각한다면 불합격, 실패를 많이 해본 사람은 실패했을 때의 타격을 그나마 빨리 회복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문득 “차라리 좌절과 두려움을 덜 겪고 시간도 덜 쏟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불쑥 들곤 한다. 결과로만 따지면 3번 해서 합격하나 1번 해서 합격하나 합격하는 건 똑같지만 합격까지 들인 시간과 노력은 다를 수밖에 없기에 한 번에 합격했으면 그 시간을 다른 데 쏟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에 꼬리를 물다 보면 다들 승승장구 앞만 보고 가는데 나만 제자리인 것 같고, 나만 실패하는 것 같고, 나만 안 되는 것 같고까지 간다. 물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있지만 멀리서 보니 희극만 보일 수밖에. 한 번에 되면 얼마나 좋을까? 또다시 안 해도 되고. 다시 시작하는 게 얼마나 불안한데.
사실 불안한 마음 때문에 하소연하는 거다. 누군가는 그만큼 더 노력해서 합격하면 되지라고 말하면 할 말 없고, 나 또한 아쉽게 떨어졌다는 둥 이야기해 봤자 떨어진 건 떨어진 것이기 때문에 나 또한 구구절절 말하고 싶지도 않다. 그냥 불안하니까 안심시켜 줬음 하는 거다.
실패해도 다시 하면 된다는 마음,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하는 게 더 대단한 거라고 듣고 싶어서. 설령 그 말이 빈말일지라도. 지금은 잘할 수 있다는 말 보다도, 별거 아니라고 그 까짓거 안되면 다시 하면 되고, 이거 아니더라도 다른 것도 많다는 용기와 응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