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 네 말을 듣지 않았던 이유

그런 말하는 네가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by 별난애

나는 왜 나를 걱정하는 말과 조언을 들으며 왜 받아들이지 못하고 어이가 없다는 느낌을 받았을까? 분명 맞는 말인데 왜, 불쾌했지?

왜 기분이 나쁘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렇게 말한 그들조차 그렇기 않았기 때문‘에 그런 불편한 감정을 느꼈다는 걸 깨달아버렸고, 그 후로는 나에게 하는 말이 귀에 전혀 들어오지 않기 시작했다.



내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해 보자면


그 사람을 널 위하는 것 같지 않아
헤어져


자기 애인 때문에 힘든 친구가 나에게 했던 말이다. 다들 나에게 이런 말을 했고, 나조차도 그 사람 옆에 있으면 나를 갉아먹는 것 같았다. 내가 나쁜 사람이고, 내가 잘못한 것 같고, 내가 이렇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게 만든 사람이 있었다. 매순간순간 ‘나 왜 이렇게 별로지?’, ‘내가 너무 예민한가?’ 다들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거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하지만 나는 ‘가스라이팅’이라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내가 진짜로 그럴 수도 있는 거니까.


내가 누군가에게는 나쁜 사람인 걸 수도 있는 거고, 내가 잘못 생각한 걸 수도 있는 거고, 내가 문자인 걸 수도 있는 거고. 그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거니까.


근데 나에게 “가스라이팅이다, 너를 힘들게 하는 사람은 곁에 두지 마라, 헤어지는 게 왜 어려워?”라고 말하는 그 사람조차도 나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힘든 내가 봤을 때도, 자기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내게 그런 말하는 사람조차도 힘든 게 느껴졌다.

자기도 그러면서 나 보고는 그러는 게 이해 안 된다고 말하면 누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가 있을까?



헤어지면 돼
얘 아니어도 만날 사람 많아



장기연애를 하고 있는 내 친구가 이 사람과의 미래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 졸업 후 바로 취업해 몇 년째 직장을 다니고 있고 결혼생각이 있는 내 친구와 달리,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백수에 “결혼은 너랑 할 거지만 아직 먼 이야기”라고 말한 연인의 상황이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자기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으니 자리를 잡아야 결혼을 할 수 있다 말하지만 내 친구 입장에서는 그럼 왜 자리를 잡는 노력도 안 하고 있는 건지 불만이 생긴 상태였다. 둘 다 결혼 생각이 있고, 서로 할 거지만 내 친구가 옆에서 보기에는 너무 느긋해 보인다는 게 문제였다. 서로 대화를 많이 하지만 하면 할수록 더 확고하게 느껴졌다며 마지막에 이런 말을 했다.


“헤어지면 돼, 얘 아니어도 만날 사람 많아 “


그 후 몇 달 뒤,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고 그들의 관계도 변함이 없었다. 나는 물었다. 헤어진다면서?

그랬더니 내 친구는 “~까지만 지켜보려고.”


나는 차라리, “얘 밖에 없을 것 같아”라고 말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헤어질 마음조차 없었으면서 헤어지면 되지~ 가 더 헤어질 자신이 없다는 게 강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있어 보이려고 그런 척을 과하면 오히려 없다는 게 보이는 나처럼.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이것저것 해보는 거지



나보다 나이가 많거나 적었으면 모르겠지 난 나랑 동갑인 애가, 그리고 그 흔한 아르바이트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애가, 졸업 후 첫 직장에서 지금까지 다니는 애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만약‘이것저것’이 지속성을 말하는 거라면 나는 고개를 끄덕하겠지만 그 애가 말하는 ‘이것저것’은 다양성을 말했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이런 일도 해보고, 저런 일도 해보고.


하나의 분야에서 계속하고 있는 애가 아르바이트도 여러 업종 해보고, 취업도 다른 분야로 여러 번 했던 나에게 했던 말이었다. 이것저것 해보지 못한 후회의 의미로 말하는 건지, 아니면 해본 나를 부러운 건지.


차라리,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데 두려워”라고 말했다면은 더 와닿았을 텐데. 나보다 더 이것저것을 해보지 않은 애가 나한테 이것저것을 해보라고 하는 게 전혀 와닿지가 않았다.



다이어트 힘들지


라면 한 봉의 반도 배불러하고 몇 젓가락 하고 배부르다 하는 사람한테 이 말을 들었다면?

살이 쪄서 걱정이라는 나에게 애써 공감을 하려고 던졌겠거니 하지만 생각할수록 전혀 이해하지 못할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나 오늘 좀 많이 먹었는데?”가 아니라 ‘와 이건 아닌데’ 싶을 정도여야 다이어트가 시작된다. 애초에 배부름, 더부룩함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이 다이어트를 할 수 있을까? 살이 찌는 게 이상하다.


평소보다 잠깐 조금 더 먹은 거 가지고 “나 다이어트해야 될 것 같아”라고 말하는 건 사실 ‘다이어트’가 아니다. 잠깐 더 먹은 거면 잠깐 덜 먹으면 끝이다. 잠깐 그런 거면서 “나도 다이어트했잖아~”라고 말하는 건 꾸준히 식단, 운동, 체중관리하는 사람에게는 참 가소로운 말이다.


차라리, “얼마나 힘들어?” “나는 살이 잘 안 쪄서 잘 모르겠어”라는 말이 재수 없게 들리겠지만 맞는 말이기에 할 말이 없으니 더 낫지 않았을까.




나도 해볼까?


내가 했다고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이거 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도 모르면서 하면 다 되는 줄 안다. 누구나 다하는 거였으면 말 그대로 이미 다 했고,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건 모두가 아니라 특정 소수인 거다.


네가 했으니 자기도 될 거라는 자만심. 물론 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실제로 되고 나서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아직 해보지도 않고, 되지도 않았으면서 ‘당연히’ 될 거라는 그 마음이 내 노력을 참 가벼이 여긴 것처럼 느껴졌다. 안 보인다고 안 한 게 아니라 안 해봤으니 안 보이는 건 줄 모르고.

작가의 이전글연애 | 상대방과 맞춰가는 과정조차 번거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