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 “어려울 거 알았잖아”

MBC배구예능 <신인감독 김연경>으로 보는 마음가짐

by 별난애

나는 정확히 기억이 난다.

2020 도쿄올림픽의 여자배구 릴레이를.


생각해 보면 어릴 때 꽤나 많은 스포츠를 접했다. 축구, 농구, 야구, 배구는 기본이고 피구, 사격, 수영, 씨름 등등 제대로는 아니지만 학교에서 체육시간에 한 번씩은 했던 종목들이었다.


하지만 나는 움직이는 걸 안 좋아해서 다 싫었다. 축구는 저 공 하나 골대에 넣으려고 이 넓은 운동장은 어떻게 계속 돌아다녀야 하는 거, 농구는 너무 순식간에 왔다 갔다 거리는 거, 야구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거리는 거, 배구는 공을 팔에 튕길 때마다 아픈 거, 다 힘들었다.


왜 하지 싶었다. 성취? 1등? 쾌감?

난 당연히 이해하지 못했다.


초등학교 시절 체육시간뿐 아니라 점심시간되면 밥도 안 먹고 바로 쌩 운동장에 나가 땀이 뻘뻘 흘리면서까지 공을 가지고 노는 남자친구들을 보며 도대체 왜 저럴까, 저렇게 움직이는 게 좋을까?


그래도 체육대회를 하면 응원하기는 했다. 우리 반이 1등으로 들어왔으면 좋겠고, 이겼으면 좋겠다. 그 마음이 올림픽이나 국가대표팀 경기 때도 똑같았다. 하지만 이기길 응원하고 바라긴 하나 그렇게 흥분하지는 않았다. 일본이나 잘하는 팀과의 경기는 아무래도 그와는 다르지만, 그럼에도 스포츠에 진심인 사람들과 나의 마음의 깊이 차이는 차원이 달랐다. 나는 모든 스포츠는 게임일 뿐이라는 생각에 이기면 좋고, 아니면 말고식이었기 때문에.


축구, 농구, 야구, 배구 직관경기를 보러 가도 따라 응원할 뿐 목 터져라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포기나 체념도 빠른 편이라 점수 차가 너무 많이 나면 아직 끝나지는 않았지만 차라리 끝났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경기를 져도 아쉽긴 하지만 그게 다였고, 역전승이나 최강 팀을 꺾었을 때도 놀라고 다였다.


그러던 내가 여자배구 한일전을 보며 스포츠의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보통 이기면 좋고 아니면 말고였지만서도, 어떤 스포츠든 한일전은 무조건, 어떻게든 이겨야 하기에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도, 응원하는 국민들도 모두 한 마음 한뜻으로 응원하고 바라며, 나 또한 그랬다.


하지만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고, 일본이 유독 강한 종목경기일 때는 질 때도 있다. 그때가 그런 마음이었다. 배구는 일본이 강하고, 점수도 앞서고 있었다. 나는 바로 경기는 끝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아 졌다’라고 생각했다.


아마 그 경기를 보는 모든 관중들과, 경기를 뛰는 선수들 중에도 이미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몇몇 있지 않았을까? 물론 역전승이 일어날 수 있지만, 그런 상황은 기적에도 가까운, 확률적으로 낮기 때문에 역전승을 바라는 것보다 지는 것이 더 일어날만한 일에 가까웠다.


그런데, 역전이 되어버렸다. 딱 1점만 얻으면 일본이 이기는 건데 한국이 이겨버렸다. 이게 뭐지 싶었다.

경기를 보고 있는데도 믿기지 않았다. 너무 놀라 이겨서 기뻐하기보다 계속 “뭐야, 우리가 이긴 거야?” 했다.


그 후로 여자배구의 매력을 느껴 이번 MBC배구예능 <신인감독 김연경> 프로그램 론칭할 때부터 관심을 가지며 무조건 본방송으로 챙겨보고 있는 중이다.


‘필승 원더독스’가 여러 팀들과 경기를 치르면서 유독 눈에 띄는 건 김연경감독의 전술과 마인드였는데 그중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말은



어려울 거 알았잖아


이 말에는 좌절, 답답함, 실망, 자책, 힘듦, 억울함이 있으면서도 자신감, 희망, 믿음, 회복, 의지, 열정도 있었다.


나는 왜 안 되지? 내가 할 수 있을까?

잦은 좌절을 겪다 보면 불안하고 흔들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우리가 맨 처음에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힘들 거 알고도, 어려울 거 알고도 시작했다. 물론, 생각한 거랑 직접 겪은 거랑 다르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쉽지만 않을 것이라는 걸 우리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고 알고 있었다.


무언가를 이루려는 과정 속에서 무너지고 포기할 때마다 “어려울 거 알았잖아”라는 말은 무엇보다 ‘자기 믿음’을 끌어올린다. 단순히 포기하지 말라는 말보다 어려울 걸 알고 있음에도 시작했던 초반의 나와 지금까지도 포기하지 않는 지금의 나. 이 한마디로 다시 일어서는 동기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동시에 만드는 말의 힘을 느끼게 만들었다.

작가의 이전글관계 |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