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대한 10가지
1. 욕심은 끝이 없고 초심은 지키는 게 어렵다.
초심, 그때로 돌아가 생각하는 것.
예전에는 “그때로 되돌아가는 게 어렵나? 그때 힘들었던 거, 어려웠던 거 잊지 못할 텐데 왜 그러지? “ 생각했었다. 왜 다들 초심을 잃고 안일한 건지, 그때로 돌아가 그 간절한 마음으로 임하는 게 귀찮은 건가, 아니면 망각을 한 걸까.
하지만, 쉽게 생각한 건 그들이 아니라 나였다는 걸 알았다. 지금의 나는 그때보다 나아졌고,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은 이미 당연한 것이 되었는데 어떻게 아무것도 없는 그때의 그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겠나 싶었다. 이미 나는 가졌는데 어떻게 가지기 전의 마음으로 그때를 바라볼 수가 있을까. 가진 순간부터 내 초심은 그때가 아니라 ‘지금’으로 바뀌었는데. 그래서 생각한 것보다 초심을 지키는 게 어려운 일이고, 그 초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매 순간 노력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2. 나는 괜찮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모르더라도 나는 안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인지. 아닌 척해도 아닌 게 아니고, 그 아닌 척하는 것마저도 나라는 걸 인지하니 이러나저러나 참 별로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게 나라니. 이런 마음이 드는 게 나라니.’
나는 내가 괜찮은 사람이고, 가끔 별로라 생각했는데 그냥 별로인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 반대라고 하기엔 자꾸 별로인 모습이 나오니까. 내가 생각하기에도 참 내가 구린 사람이다.
3. 너보단 내가 먼저.
드라마 ‘블랙독’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 적이 있다.
“가득 찬 컵에서 흘러내린 물로 베풀어라. 자기부터 챙기고, 남은 여유로 베풀어도 돼.”
이 대사를 처음 들었을 당시에는 ‘배려’와는 멀게 느껴졌다. 나부터 챙기고, 남은 걸로 베풀라고? 남을 나보다 먼저 챙기는 게 아니라?
그동안 배웠던 배려와는 꽤 멀었다. 남보다 나를 먼저 챙기면 그게 배려일까? 그때는 별로 와닿지가 않는 말이었는데 몇 년 뒤 비슷한 말을 듣게 되었다.
“너부터 좀 챙겨. 난 안 급해.”
내가 더 중요하고 급하긴 했다. 그럼에도 나는 급한 나 대신 덜 급한 남에게 양보했다. 당연하게. 나는 나를 갉아먹는 듯한 ‘희생’이라는 단어보다 따뜻하고 넓은 마음의 ‘배려’이고 싶었는데 누군가에게는 ‘바보, 멍청이’ 일뿐이었다.
4. 화, 짜증, 불만, 욕은 늘어만 간다.
나는 누구보다 둥글둥글, 무던한 성격이었다. 무던하다 못해 감정을 느끼긴 하나 싶을 정도로 기분이랄 게 딱히 없었다. 뒤끝도 없고 속에 담아 둘 것도 없고 심지어는 잘 까먹었다. 스트레스도 스트레스라고 말할 정도까지의 일도 없어서 다들 뭐가 그렇게 힘들까? 궁금했다.
몇십 년 후 그 일로 나는 감정이 분명해졌다. 처음에는 욱하다가, 점점 화가 나다가, 답답해하다가 결국 혼자 욕을 뱉는다. 욕은 나한테 하는 말이 아니라 해도 어디선가 듣게 되면 기분이 좋지가 않아서 아예 입에 대려 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렇게라도 뱉지 않으면 이 복합적인 마음을 풀 길이 없게 되었다. 다른 사람한테 이 쓰레기 같은 내 마음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고 버리고는 싶으니까 혼자 뱉으며 버릴 수밖에.
5. ‘척’ 하는 건 도저히
장점일 수도, 단점일 수도 있는 ‘투명함’
만약 내가 당신을 위해서 하기 싫은데 억지로 했다면? 나는 기분이 안 좋을 것이며 당신은 그걸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럼 여기서 잘잘못을 따진다 했을 때 하기 싫다고 말하지 않은 내 탓인가, 아니면 시킨 당신의 탓인가.
내 탓이라고 말하기엔 당신을 위해서 한 마음이 있고, 당신 탓이라고 하기엔 내가 싫어한다는 걸 몰랐는데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난 이런 번거로운 일을 만들고 싶지도 신경 쓰고 싶지도 않다. 괜히 거짓말로 계속 머릿속에 담고 있을 바에야 처음에 말하고 끝내는 게 훨씬 깔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솔직하게 뱉어버린다.
6. 다정함은 체력
시간을 알차게 쓸려고 하다못해 촘촘하게 쓰는 게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아서 좋았다. 부지런히 사는 삶이 내가 추구하는 거였다.
근데 그러다 보니 어떤 일이 중간에 생기면 그 뒤가 다 망친다는 걸 느꼈다. 나한텐 그 일을 수습할 여유가, 시간이 없는데 가만히 놔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니 결국은 하던 일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내가 계획했던 것들, 내가 하고 있었던 것들이 다 비상이 걸렸고, 꼬여버렸다. 이 하나의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연쇄적으로 수습해야 하는 게 늘어났고, 이 마저도 내 마음대로 안되니 짜증 났다. 일이 안 풀리니 예민해지고 마음은 급해져 당연히 주변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는데 그때 ‘이렇게 사람이 예민해지는구나’를 느꼈다.
7. 다시 되돌아갈 수 있대도
나는 확신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다시 되돌아가도 똑같을 거라고. 사람은 쉽게 잘 바뀌지 않는 것처럼 나 또한 바뀌지 않을 거니 그래서 아무리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같은 선택을 하게 될 거라 생각한다. 똑같다. 어차피 일어나게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과거에, 후회를 잘하지 않는 편이다. 이러나저러나 나는 그때와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서.
8. 마음의 문을 여는 게 아니라 마음의 벽이 높다.
나는 철벽이 강하다. 사람을 잘 믿지 않고 ‘왜? 대체 무슨 의도일까?’ 의심부터 한다.
사람을 가볍게 만날 법도 한데 나에게 관계란 ‘가볍게’는 없다. 가볍게 생각하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물들 수도 있고 무엇보다 사람이 제일 무서운 법이니까. 그래서 주변에 함부로 곁을 두지 않고 거리를 둔다. 거리를 두며 이 사람이 믿을만한 사람인지 아닌지 확인한다. 한두 번이 아니라 매 순간. 그래서 경계의 벽이 허물어질 때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내가 거리를 두는 것에 서운함을 느끼고 떠난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나와 지금까지 몇십 년 동안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만큼 오래되었다. 나는 그 사람들만 있어도 충분하다.
9.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나는 어떤 사람을 좋아할까? 나는 왜 이 사람이 좋은 걸까? 에 대해 명쾌하게 답이 내려지지 않아서 머릿속에 늘 가지고 있었던 생각이었다. 예를 들어 ‘착한 사람’을 좋아한다고 가정했을 때 두 사람 다 내가 생각하는 ‘착한 사람’이라고 느껴진다면 똑같이 두 사람에게 호감이 생겨야 하는 게 맞는데 나는 그 두 명 중 한 사람한테만 눈길이 갔다. 그 이유는? 대체 뭐 때문일까? 외적? 성격? 가치관? 행동?
드디어 답이 찾았다. 나는 ‘내가 생각한 대로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내가 원하는 걸 말하지 않아도’여야 한다는 것. 이 포인트에서 나는 ‘나와 마음이 통했다’ 느끼고, 이게 반복될 때 나는 마음을 허문다.
10. 내가 쏟은 정성과 달리
내가 정성을 쏟은 건 비교적 그렇지 않은 것보다 결과를 기대하게 된다. 적어도 하나라도.
평소처럼 준비한 것과 야심 차게 준비한 것 중 당연히 야심하게 준비한 것이 시간을 많이 쏟았고, 신경을 썼다. 내 희망과 바람만큼 결과물도 잘 나왔다고 생각해 조금이라도 그에 따른 결과가 잇따를 거라, 평소보다는 좋은 평이 나올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야심하게 준비한 건 떨어지고 평소처럼 준비한 게 붙었다. 왜? 뭐 때문에?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후자였다. 단지 더 마음에 든다는 막연한 이유가 아니라 어떤 면에서든 후자가 나았다. 근데 그보다 떨어진 전자가 붙었다는 게 납득이 안되었다. 아직도 왜 그런지는 이해가지 않지만 그때 조금 느꼈던 것 같다. ‘내가 느끼는 것과 상대방이 느끼는 게 다르구나.’
TO. 지금까지 살아온 모두에게
시간은 참 야속하게 빨리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분명 하루하루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는데 되돌아보면 꽤나 여유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참 신기합니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모르고, 어쩌면 그동안 겪었던 일보다 더 힘든 일이 찾아올 수도 있지만 그때가 온다면 더 힘내려고 애쓰지 마세요. 그동안 무슨 일이든 쉼 없이 달려온 당신을 강제로 멈추게 만들어 숨 좀 돌리게 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하세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자책하지도 마세요. 당신은 자책할 게 없습니다.
그동안 살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내년 2026년에는 사건사고 없는 무탈한 한 해가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미리 새해 복 많으세요. Happy new year
- from 별난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