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시간 뒤면 출근인 나는 야반도주차림으로 내가 살았던 집으로 향했다. 평일주말 할 거 없이 붐비는 번화가는 지나가는 사람 한 명조차 없는 휑했고 조용하다 못해 고요했다. 마치 아무도 살고 있지 않는 도시처럼.
나는 급하게 도망이라도 치듯 내 옷과 짐을 꾸역 넣은 터질 듯한 쇼핑백과 맨발에 슬리퍼차림. 누가 봐도 무슨 일 생긴 게 분명했다. 차마 말은 걸기는 조심스러우신지 백미러로 힐끔 쳐다보시는 택시기사님의 시선을 애써 외면한 채 멍하니 서늘한 창문바람을 맞으며 집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보는 내 집. 새삼 새로웠다.
내 집과 나의 직장은 걸어서 갈 정도로 가까웠지만 그와 사귀고 나서는 자연스레 그의 집에서 같이 살다시피 하게 되었다. 것도 생활비와 교통비, 시간까지 써가며.
다행히 그의 집에 들인 내 짐은 몇 벌의 옷 정도만 있어서 크게 없었다. 그 쇼핑백을 들고 들어간 내 집에 들어서니 사람의 온기가 이미 빠지고 없었다. 단 2개월 만에.
시계를 보니 5시 13분. 아까보다는 희미하게 밝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그럼에도 아직 어두운 새벽인
약 3시간 뒤 출근해야 하는 나는 패딩도 벗지 않은 채 그대로 침대에 털썩 기대어 눈을 감았다.
“내가 미안해, 잘못했어”
눈을 떠보니 나는 이미 퇴근할 시간이었고, 그는 출근을 앞두고 있었다. 우리는 같은 직장 내 커플이었고, 교대 근무자였다.
교대까지 남은 시간은 10분.
오늘 새벽 그렇게 들어간 그의 뒷모습 이후로 마주한 그의 얼굴은 다크서클이 진하게 내려올 정도로 퀭한 모습이었다.
우리는 헤어져야 한다며 처음으로 눈물을 보이던 그는 누가 봐도 티가 날 정도로 눈과 얼굴이 부었고 목소리도 잠겨있었다.
애써 나를 외면하는 그와 그런 그를 바라보는 나.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그가 힘든 게 나 때문일까
내가 그동안 그를 버겁게 만들었던 걸까
내가 없어야 그가 편할까
그에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