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by 별난애

내가 올 줄 몰랐음에도 표정의 변화가 없는 그와 이유 모를 미안함의 나는 서로 마주하게 되었다.


늘 단정하던 그의 뒷머리는 자다가 나온 듯 뻗쳐 있었고 유난히 퍼석해 보이는 피부에, 면도도 못한 삐죽 난 수염. 얼굴은 며칠 밤 새운 듯한 피곤한 눈과 지친 듯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의 손에는 담배가 있었다.

평소 비흡연자던 그가 담배를 쥐고 있다는 건 극도의 불안함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는 어린 시절의 기억 그리고 그만큼 불안과 괴로움을 느끼면 허망한 눈으로 심연에 빠진다. 담배가 타들어가는 보면서.


그런 그가 지금,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왜, 대체 왜?

먼저 헤어지자고 한 건 너면서. 버려진 건 난데 왜 네가 그런 표정을 하고 있을까 왜 네가 더 힘들어할까

네가 그런 표정을 하고 있으면, 내가 어떻게 너를 원망해, 내가 어떻게 너를 탓해.


말없이 바라만 보던 내게


“왜 왔어”


라며 나를 외면하던 그가 이제야 나에게 시선을 두었고, 그로 선명히 보이는 그의 얼굴은 더욱 안쓰러움이 눈에 띄었다.


나는 무슨 마음으로, 뭘 원해서 여기에 왔을까.

보고 싶었다는 말, 이 말을 해도 되는 사이일까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그래, 우리는 헤어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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