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한 자식이 살아갈 세상
나는 내 가족이 영화나 드라마에 나올 법한 화목하고 따뜻한 가족이 아니라서 등을 진 게 아니다. 또는 그들이 가난해서,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부모가 못해줘서도 아니다. (그들은 가정의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는 충분한 재력을 갖춘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내가 하는 모든 선택과 행동을 반대해서의 이유도 아니다.
내가 부모를 등진 자식이 되기로 마음먹게 된 이유는 그들마저 나를 손가락질했기 때문이다. 그들마저 내가 잘못되었다고, 한심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내가 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
뉴스 보면 자식이 부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잘못된 행동을 했음에도 그의 부모는 그래도 자식인지 미련하게 감싸주던데 내가 그런 자식보다 더한 잘못을 한 걸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매 순간순간, 그리고 매일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대부분의 날은 거들도 안 봐도 되니까 딱 그 순간만.
내가 버틸 만큼 버티다 결국 무너져 버릴 때만큼만,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때만이라도 옆에 있어주기를 바랐다. 누가 그렇게 너를 괴롭히고 힘들게 하냐는 말도, 그동안 고생 많았겠네 수고했냐는 말도 안 해줘도 되니까 그저 안아줬으면 했다. 안아주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인가.
부모라기엔
남보다 못한 매정함
그동안 나는 힘든 일이 있어도 별일 아니라고,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하며 힘듦을 외면했다. 왜냐하면 “이런 걸로 힘들어하냐?”는 말이 듣기 싫어서, 그리고 그런 힘든 감정을 드러내면 내가 약한 사람이라 생각할 것 같아 꾸역 참았고, 별 일 아닌 척했다. 잘 울지도 않아서 나는 눈물이 별로 없는 줄 알았다. 그래서인지 내가 어떠한 일로 인해 울음을 터뜨리다 못해 울부짖으며 슬픔을 토해낼 때 모두가 충격을 받았다. 조용하고 무던한 애가 주변 사람들 시선 상관없이 목청 터져라 울어버렸다. 모두가 처음 보는 모습에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부모라는 그들은 멀뚱히 쳐다보며 “그렇게 슬프니?” 하며 한심하게 쳐다보는 눈빛과 울 일인가 싶은 표정.
자식이 목이 쉴 정도로, 하도 울어서 얼굴이 부을 정도로 울고 있는데 안아주기는커녕 본체만체하는 사람들이 나한테 정이 없다는 말을 할 자격이 되는가.
따뜻함을 바라는 건 너무 과분하니 그저 미지근한 중탕이어도 따뜻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은데 - 평소 같은 날은 거들더도 안 보고 무심해도 되니까 내가 너무 힘들어서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때만큼만 그 잠깐이라도 품을 내어주는 것이 그렇게 힘들었을까, 그 몇 분조차가 아까울 정도면 몇 개월은 어떻게 품고 있었나 싶다.
모든 부모가 자기 배에서 낳은 자식이지만 뜻대로 안 되고 이해 안 될 때가 수없이 많다지만 그럼에도 마음 깊숙이는 사랑과 보살핌, 애정이 있음을 자식이 나이 들어서 느끼는데 어째 나이를 들수록 더 이해가 안 될까? 어째 나는 태어나서 제일 먼저 이상하다고 손가락질을 했던 첫 번째 사람이 부모일까?
절연을 택하면
의도치 않게 가정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게 되면 다들 ‘그래도 부모인데’라는 말을 많이 들게 된다. 그래도 부모인데 -
과연 나는 ‘그래도 부모인데’라는 걸 생각하지 못했을까? 내 부모인데? 부모라는 사람과 부딪힐 때마다 수도 없이 이번 한 번만, 다시 한번만, 그래도 부모인데, 관계가 괜찮아지겠지 생각했고 서로 노력하면 바뀔 수 있다고 믿었다. 무려 몇십 년 동안 그랬다. 몇 달 겨우 괜찮아졌다가 또 냉전상태가 되면 서로 없는 취급하고, 쳐다도 안 보고를 몇십 년동안, 살아온 시간의 절반 넘게 보냈다. 그래서 이제는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해 후회도 없고 있으나마나면 차라리 없는 게 나았다.
자식이 부모 없이 사는 것, 부모가 자식 없이 사는 것 중 누가 더 손해일까? 난 자식이라서 그런지 자식이 더 손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부모는 이미 안정적인 경제력을 갖춘 상태니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살아가는데 문제가 없겠지만 미성년자, 혹은 갓 성인이 된 자식은 부모의 곁을 벗어나면 길바닥신세고, 꿈과 희망보다는 빚 차감이 우선이다.
자식은 부모로부터 세상에 태어났기에 부모가 자식을 세상으로부터 어느 정도 보호해 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너무 과분하게 부모에게 세상에 대한 책임전가를 하는 걸까.
경제적인 지원뿐 아니라 세상으로부터, 이 사회로부터 나를 든든하게 지켜줄 사람이 하나 없다는 게 매정하게 느껴질 뿐이다. 직접 부딪히고 깨져도 일으켜줄 사람도 없고 툴툴 털고 다시 하면 된다는 사람도 없이 절벽에 몰아넣고는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것 같다. 나는 그럼 어디서 든든함을 느끼고, 안정감을 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