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줄 알았다”라는 말은 언제나 들어도 기분이 나쁜 것 같다. 어찌 보면 그동안의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당연한 결과값인 셈의 뜻이지만 그건 지나간 결과의 평균이다. 즉, 다시 말해 지났다. 지난 것에 대한 지난 이야기다. 아무리 지난 시간들이 이렇다한들 지금과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인데 꼭 지난 후에 이미 미래를 꿰뚫어 보듯 이야기를 한다. 이미 나온 결과값을 보고 지금에서야 과거의 당위성을 부여하는 그 말이 참 웃기다.
과학적인 요인으로 자연의 현상이나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은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당연한 결과값이 도출되지만 인간에게는 누구나 ‘가능성’이 존재한다. 사람마다 가능성의 확률과 범위는 다르겠지만 있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다 힘에 부칠 때 모든 것을 포기할 때도 있지만 희박하더라도 가능성에 기대 보기도 한다. 이처럼 ‘가능성’은 미래의 보이지 않는 값으로, 미래니까 결과가 없는 값이다. 지금까지 이랬으니 앞으로도 이럴 것이라고 단정 짓으면 ‘기대’라는 말이 왜 있을까.
“그럴 줄 알았다”라고 하는 말을 하는 사람들은 꼭 지나고 나서야 말하는 게 문제다. 지나기 전, “그럴 것 같은데?”라고 말하는 것과는 미묘하게 다르다. 지나고 나서 “그럴 줄 알았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사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잠깐이라도 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때는 ‘혹시나 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에 말하지 않고, ‘결과가 나와서야’ 말을 꺼낸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며 이미 나온 결과에 자신의 우월감을 뽐낸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지나고 나서 ”그럴 줄 알았다 “고 말하는 사람보다 지나기 전, 즉 결과가 나오기 전에 ”그럴 것 같은데? “라고 말하는 사람이 용기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너의 생각이 맞고, 네가 현명하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으면 당당히 맞서기를 바란다. 속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전혀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다는 듯이 상대방의 도전과 실패에 비웃는 사람이라는 걸, 네가 그런 사람이라는 걸 나는 진작에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