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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해 Jul 14. 2024

빙의

빙의

청해

때 아닌 귀뚜라미가 울었다 너무 가까이

소파 밑에 숨어 있는 것처럼

그 조그만 것이 소리만으로도

긴 더듬이를 몰래 치켜세운다

선명해지고 있었다 두리번거렸다

귀뚜라미 울음에 주파수를 맞추었는데

귀뚜라미가 내 안에 가득 찬다 

TV에선 불륜드라마가 한창이다

여자 주인공은 갈기갈기

찢긴 사람의 표정을 하고 있다

난 나도 모르게 내 얼굴을 만진다

어느 편이지?

딴짓하다 끼워 맞춘 드라마에서

약한 자와 강한 자가 매번 바뀌고

내가 선택하는 쪽은 순간의 선택

너무 화내지 않길 바래

한번 만나볼래?

던진 말이 자연스러워

가열된 욕망이 한통속이 된다

드라마의 한 장면 이잖아

TV를 껐다

창문을 닫았는데도

계속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들린다

나는 여자 주인공처럼 난간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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