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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해 Mar 01. 2022

지하철 여행

을왕리해수욕장

  지하철을 타면 쉽게 가 볼 수 있는 명소나 여행지가 참 다양하다.

  친구와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곳으로, 서울 근교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을 찾아보니 인천 영종도에 있는

을왕리 해수욕장이 있었다.


  인천공항 행 전철이 지나는, 가좌 디지털 미디어시티 역에서 친구와 만났다.

  전철을 탔다. 겨울에 바다에 간다는 상상만으로 신이 났다.

  달리는 차 안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은 최고였다.

  비 오는 날에, 눈 오는 날에, 우울한 날에 이 공항 기차를 탄다는 지인이 생각났다. 종점까지 달려갔다 오기만 해도 삶의 활력소가 된다고 했다. 정말 그랬다.

  갯벌과 뚝길과 멀리 하늘이 닿아 있는 곳, 어느 곳에나 내려도 걸음걸음이 다 풍경이 될 것 같았다.


  인천공항 제1 청사에 내려 3층으로 올라가면, 을왕리 해수욕장으로 가는 버스가 온다. 열두어 정거장을

가면 바로 나왔다.

  을왕리 해수욕장은 '늘목' 또는 '얼항'이라고도 불리어진다.

  넓은 백사장과 푸른 바다 앞에 서니, 내 속에 쌓아 놓은 찌꺼기들이 스스로 자취를 감추고, 예전에 되고

싶었던 그 상상의 갈매기로 날아 먼바다 위를 날고 있는 기분이 들어, 들뜬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갈매기는 사람들의 손을 타서, 그들이 건네는 먹이를 받아먹으며 해변가를 지키고 있었다.

  갈매기와 노는 아이들이 보기 좋았다.

  둘레길에 들어서니 나지막하게 산이 보였다. 그 산을 넘어가다 흔들 다리를 건너면 그 길은 선녀바위해변으로 연결된다. 길은 약 2 Km이다.

  산길은 해변을 내려다보며 걷게 되어 있어, 걷기에 숨이 차지 않았다.

  잔잔하게 흐르는 바다에 햇빛 반짝이니. 은빛 윤슬이 은하수를 닮아 있다.

  산과 바다를 함께 걸으니 저절로 힐링((healing)이 되었다.

  산을 내려와 선녀바위해변에 가기 위해서 뾰족한 바위 길을 건너야 했다. 마치 화성의 암석지대라도 만난 듯

거칠고 황량했다. 그러나, 뾰족한 바위들이 바다의 풍경과 잘 어울려졌다.

  우리는 거기서 커다란 바위 위에 탑을 쌓는 사람들 틈에 끼어 돌멩이를 주워 올려놓았다. 서로의

건강이라도 빌듯이 두 손을 모아도 보았다.

  선녀바위해변의 백사장은 조금 작았지만 바다는 아름다웠다.

  그곳에도 갈매기는 해변을 누비며 사람들 손에서 먹이를 받아먹는 묘기는 나름 장관이었다.

  백사장 끝에 선녀바위는, 아주 오랜 옛날 선녀가 무지개를 타고 이곳에 내려와 놀았다고 해서 선녀바위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하는데 꽤 커다란 바위였다.

  일찍 서둘러서인지 시간이 넉넉해 조금 늦은 점심을 먹으며 여유롭게 즐겼다.

  밥을 먹는데 밖에 눈이 내렸다. 이렇게 완벽한 날이 있는가? 친구와 서로 마주 보며 웃었다.

  

  식당에서 나와 다시 눈 오는 바다를 보려 했지만 눈은 금방 그쳤다. 우리는 바다를 떠나기 싫어, 눈에 담고

담다가 봄에, 산에 꽃피고 나무에 잎이 나면 다시 오자 약속을 했다.

  낙조가 아름답다고 했는데, 못 보고 돌아가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대단히 만족한 여행이었다. 당일치기

코스로는 딱이었다.


  지하철 여행을 해보니, 차로 여행할 때보다 편한 것 같다. 차가 막혀 꼼짝 못 하는 불편함도 없고, 차 댈

때가 마땅치 않아 길에서 헤매는 일도 없고, 딱딱 정시에 우리가 가고 싶은 곳에 데려다주며, 비용도 저렴하다.

  근교의 여행이라면 지하철 여행을 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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