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이유를 달더라
을왕리 선녀바위 해변에는 갈매기가 산다. 하얗게 옷을 입은 피에로가 되어 사람들을 유혹한다. 사람들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는다. 이제 그들에게서 사람 냄새가 난다. 어영부영 그렇게 산다.
내가 돌무지 조금 높은 곳에서 너를 만나 소리쳤던 건, 네가 먼 곳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였기 때문이다. 저 멀리 바다 끝 수평선 너머로 날아가고픈 욕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선녀바위 틈새에 숨겨놓은 날개를 갖고 있단다. 나는 너에게 그것을 줄 수 있어.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받아먹지 말아라. 받아먹는 것에 익숙해지면 너의 꿈은 사라지는 거야. 내가
너에게 선녀바위 틈새에 숨겨놓은 날개를 줄게. 그걸 입고 날아 봐. 얼마나 높이, 얼마나 멀리 날 수 있는가 한 번 입어 봐. 멀리 날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이니? 굶어서 죽더라도 날개를 입을 수 있는 용기를 내 봐. 날개 옷을 입고 여행을 하는 거야. 저 넓은 바다 한가운데서 물고기를 잡는 널 상상해 봐. 나는 너에게 그런 삶을 주려는 거야. 너는 저들과 다르지 않니? 다르다는 것을 보여 줘.
나는 저 선녀바위 틈새에 숨겨 놓은 날개를 너에게 줄게."
"봐봐! 여기 날개가 있어. 너에게 줄게.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야. 날기만 하면 돼. 제발."
'날개를 단다는 것은 다 잃을 수도 있어. 나는 두려워. 날개를 달고 멀리 난다고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도 알 것 같아. 하지만 나는 두려워. 나는 핑계를 찾는 거야. 저들 속에 나를 놓기도 싫고, 나를 저들과 멀어지게 하는 것은 더 싫어. 조금, 조금 달라지고 싶었을 뿐이야.'
갈매기는 선녀바위 해변에서 꿈을 꾼다. 선녀의 날개를 입는 꿈을 꾼다. 내가 주는 선녀의 날개는 제 것이 아니라며 돌무지 조금 높은 곳에서 친구들이 춤추는 슬픈 율동을 본다.
"편안하고 안락한 것을 버리는 일이야. 나도 이 피에로의 날개가 편해져 버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