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지니 봄날은 가고

오늘이 참 황홀해요

by 청해

어두운 옷 밖에 모르는 내게 벚꽃 같은 옷이 있을 리 없는데, 환한 옷을 두리번거리고 찾아보던 날이었다.


'벚꽃이 피었나?'

발목을 삐끗해 조심하느라 산책을 줄였는데, 그 사이 벚꽃 피었을까 궁금해 산책길을 나섰다. 들길에

벚꽃이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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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화려함을 눈에 담고 사진 찍다가 꽃구경하자고 친구를 불러 한가득 봄을 마음 안에 담았다. 벚꽃 향이 진하다.


그런데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변덕스러운 날씨에 꽃이 지고 말았다. 한창 이쁘게 피어야 할 꽃이, 봄비

지나고 바람 불더니 꽃비는 길 속에 제대로 뿌려보지 못하고 한꺼번에 제 홀로 져 버렸다.

머리 위에, 어깨 위에, 발 끝에 소복이 쌓이던 꽃잎들이 저물어지고, 봄날도 지고 말았다.

갑자기 울컥했다.


며칠 전에 지인 몇을 만나 이야기하는데 나이 지긋하신 노 시인의 말이 생각났다.

"요사이, 나는 오늘이 참 황홀해요."

처음에는 조금 낯선 말이어서 '무슨 말이지?' 했다.

"알 것 같아요."

다른 지인이 맞장구를 쳤다. 이 선문답이 오갈 때 다시 노 시인이 말했다.

"자고 나면 감사하고요."

'아!' 그 말을 이해할 수 있는 무언가가 내 안에 담기는 순간이었다.

나이를 먹으니 하루하루가 소중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 나는 그렇게 들었다. 하루하루가

선물 같은 시간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황홀'이라는 말로 표현한 그 노 시인을 나는 참 많이

좋아한다.


보통 이맘때 벚꽃이 한창이었는데 이미 벚꽃은 지고 그 자리에 연푸른 잎새들이 메우고 있었다.

벚꽃은 4월의 정령처럼 세상을 환하게 해 주다가 갔다.

연푸른 잎새 사이, 꽃 진 자리가 오늘은 참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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