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의 죽음
음악이 멎고 정적이 흐르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실금이 파문처럼 앞면, 그리고 뒷면까지 완전히 퍼졌다 투명 케이스가 간신히 허물어지려는 형태를, 혼절해 쓰러지는 사람을 안 듯 잡고 있었다
겉만 탈이 났을 거야 그 정도에 망가지나?
곧 바스라져 버릴 것 같은 휴대폰 속 풍경들
기억을 재생해 보려도 얼개만 그려질 뿐 세부는 새벽 운무 속 풍경 같았다
살아 있겠지? 내 원고, 내 메모장, 세월의 순간들, 인연들의 그물망 - - -
휴대폰은 이제 신체 부분과 같이 나의 부분이었다 순간의 실수가 가져오는 갖가지 사고와 참상이 떠 올랐다 그 섬뜩함과 고통이 그대로 느껴져 몸이 부르르 떨리며 몸서리 쳐졌다
"안타깝지만 살릴 수 있는 건 없어요. 아무것도요." 실낱같은 기대는 보기 좋게 허물어졌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온전한 죽음이 아닐지라도 죽음처럼 느껴졌다 하찮은 휴대폰 하나가, 작은 죽음 하나가
나의 하루를 흔들었다 긴 시간 동안 우린 이런 작은 죽음에 얼마나 많이 흔들리고 살고 있나 삶이라는 게
그렇게 맨날 작은 죽음을 겪으며 놀라고, 그러면서도 익숙하지 않아 또다시 놀라고 또다시 흔들리고
휘청였다
작은 죽음들이 익숙해지면 은연중에 우리는 큰 죽음에도 익숙해질 것이다 준비하는 것이다 늙어가는 것이
그런 것이다
허망히 돌아오는 길에 멀리서 바람이 불어온다
*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알고 있어요
그건 바람만이 대답할 수 있답니다
*밥 딜런의 '바람만이 아는 대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