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과 갈치조림을 먹다
지인들과 남대문 시장에 갔다.
나는 서울에서 거의 생활했기에 자주 찾아가던 곳이기도 해서, 별로 가 보지 못한 지인들을 내가 안내하게 되었다.
코로나 여파는 아직 남아 있었지만 늦은 오후여서 사람들은 꽤 있었다. 여행철이어서인지 다른 가게보다는 모자 가게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남대문 시장을 유명하게 만든 것 중에는 먹거리도 한몫했다. 먹자골목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갈치조림을 먹기로 하고 갈치 골목을 찾았다.
불 요리는 대개 밖에서 이루어지는데 생선을 굽고, 끓이는 덕분에 살짝 비릿한 냄새가 코끝에 안겼다.
무엇을 담아도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찌그러진 양은 냄비 지만 맛을 있을 것 같은 비주얼(visual)이었다.
센 화덕 위에 분주하게 움직이는 손 끝에서 갈치조림과 보글보글 계란찜 뚝배기가 끓고 있었다. 군침이
절로 돌았다.
주 메뉴(menu)는 갈치조림이고, 기본적인 반찬에 김, 계란찜과 갈치 튀김이 서비스(service)로 나왔다.
큼직한 무를 베이스(base)로 깔고, 갈치 몇 토막 올려놓았는데 매콤하면서도 짭조름해서 잔 가시만 잘 분리해서 슥슥 비벼 먹어도 맛이 있었다. 양념에 푹 적신 갈치를 마른 김에 싸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물론 잘 익은 무도 별미 중 별미였다.
그보다 먼저 손이 갔던 건 갈치 튀김이었다. 갈치 튀김은 계란찜과 함께 서비스로 나왔는데, 술을 먹는
사람이라면 안주로도 제격일 것 같았다. 구수한 내음이 강했고, 느끼하지 않아 한 토막 들고 뼈째 꼭꼭 씹어 먹었다. 의외로 살점이 통통하게 올라 있었고, 가시가 워낙 얇아 불편함이 없이 먹을 수 있었다. 국내산
갈치라 했다. 계란찜은 입가심용이라고 할까? 부드러웠다.
이렇듯 한 번도 못 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이 없다는 내공 가득한 맛! 남대문 시장에
가면, 오래전부터 입소문이 나 있는 갈치조림은 꼭 한 번 쯤 먹어 볼 만한 음식이었다.
젊은 날의 기억 속에는 이 갈치 골목에 대한 기억들이 꽤 있다.
결혼식이 끝나면 꽃값이라고 부케 받은 친구에게 신랑을 대신해 신부가 돈을 주었다. 그 돈으로 식에 참석한 친구들이 뒤풀이를 했다. 그리고 돈을 남겨 두었다가 신혼집에 갈 때 '집들이' 선물 사는데 보태기도 했었다.
친구 결혼식에서 받은 꽃값으로 우리는 '명보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고 나와, 누군가의 손에 끌려
남대문시장까지 걸어 이 후미지고 좁은 골목길을 찾아왔다.
나름 결혼식이라고 차려입은 옷을 구겨가며 2층 낮은 천장 밑으로 기어 들어가 먹었던 그 갈치조림은, 맛을 떠 올리기보다는 추억을 곱씹게 한다. 오래된 곳은 어디든 추억이 서려있다.
코로나의 여파로 과거에 비해서 온라인(om-line) 유통이 많이 발달한 탓인지 재래시장이 예전에 비해
활기를 찾지 못했다. 재래시장을 다시 부활시키기 위한 노력들도 많이 하고 있지만 솔직히 힘든 게 사실이다.
어느 순간에서 남대문 시장 같은 대형 재래시장 빼고는 작은 것들은 많이 없어질 것 같다. 그만큼 우리네
추억들도 많이 기억 저편으로 사라질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내심 안타까움을 감출 수가 없다.
빨리 경제가 살아나 모두가 안정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마음으로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