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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순재 Jan 02. 2020

좌충우돌 발달장애 학교 운영하기

학교라는 인생 최고의 목표를 만나다

거의 20년 넘게 국제교육 일을 하다 보니, 이래저래 외국에 유학 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던 시절, 그야말로 '나의 도움'이 인생의 전환점 (혹은 자녀의 인생 전환점)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꽤 있어서 이걸 어떤 방식으로 보답하고자 하는 고객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벌써 15년도 더 된 일이지만, 부산에서 꽤 큰 사업을 하고 있던 어떤 학부모가 부산 출장이 예정되어 있던 저에게 느탓없이 제 출장 일자에 맞춰 시간까지 정해주면서 가보면 참으로 재미있을 것이라고 하며 주소 하나를 건네주었습니다.  어떤 정보도 받지 못한 채 그 주소를 가보았더니, 나름 품위 있어 보이는 젊은 여자가 반갑게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다소 당황스러워하는 저를 보자 그녀는 제게서 '지구본'과 '교육'일이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황당하게 경험하게 된 소위 말해서 점집행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  그 학부모도 특별히 제 정보를 준 것이 없다고 하는데, 여러 가지로 꽤 제 삶의 아픈 구석이나 그리고 스스로 단점이라고 생각되던 것들을 언급해 주니 그냥 마음 편히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그녀는 제게 '교육'일을 버리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것이 참으로 잘 맞을 것이라고 조언해 주었습니다.  이미 대학 다닐 때 보험처럼 교직과목을 이수하기도 했지만, 교사라는 직업을 가질 것 같지 않아 끝까지 하질 않았고 당시에 심하게 이끌리던 정치사회학에 푹 빠져 교직과목에 시간을 보내는 것이 너무 아까왔습니다.  진보성을 가진 정치학과 교수들의 과목들은 저의 혈기와 잘 맞아서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강의이기도 했습니다.


암튼 그녀와의 긴 대화를 끝내고 일어서면서 어차피 내가 하는 일이 교육알선이긴 하지만 이것도 교육은 맞으니 이 일을 계속할 건가?라는 생각, 그러면서 이건 내가 결코 원하는 일이 아닌데, 무슨 수로 교육일을 풀어가지? 등등 흔히 말해서 무속인의 조언에 신뢰해보려는 자신이 우스워서 피식 웃어넘기고 말았는데요...  


2014년 저는 우리 세상 발달 학교라는 이름으로 마치 유치원 같은 형태로 학교를 오픈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교육일은 존재하겠지만, 저는 학교를 운영하는 것을 선택하게 되었는데요, 제 속에 오랫동안 잠재되어있던 교육의 현장 실천이라는 것에의 열망이 현실 자각과 만났을 때 실천이라는 위대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실감하는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말이 좋아 학교이지, 거창하게 교육재단을 바탕으로 한 학교가 아니라 사설 형태의 대안학교이긴 했지만, 그래도 학교라는 명칭은 그 때나 지금이나 가슴 뿌듯하고 설레게 하는 부분이 넘쳐납니다.


왜 하필 발달 학교라고 했을까요?  발달 학교는 무엇일까요?  발달장애 아동, 청소년, 성인을 대상으로 한 학교를 말하는데요, 미래의 인재를 키우기 위한 유능한 학생들이나 혹은 집안 사정이 넉넉해서 자녀에게 해외 교육의 기회를 주기 위한 그런 일들에서 갑자기 발달 학교를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교육이라는 직업이 어떤 방식으로든 실천될 것이라는 생각 이상으로 제 마음속에는 제 아들을 위한 무언가 의미 있는 일들을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늘 잠재하고 있었습니다. 정말로 사랑하는 아들이 하나 있지만, 평범한 길을 걷지 못하고 자폐증에 갇혀있는 아들을 어찌하지 못하고 속절없이 세월만 보내고 있던 저는 분명 언젠가 아들이 가진 증세의 정체를 알고야 말겠어라는 잠재적 각오가 늘 저의 뇌리에서 떠나질 않고 있었습니다.


이런 잠재적 각오를 도와주기라도 하듯이, 큰 투자를 받고 독립적으로 시작한 해외 교육 전문회사가 비참할 만큼 무너지고 나서...  사업부도의 여파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저에게 주어진 아주 특별한 일...  영어 번역이나 하고 살아야 되겠다 싶어 선택한 책이 바로 미국의 한 생화학연구소 소장인 William Shaw박사의 책인 생의학 관련 저서였습니다.  그때가 2010년 전의 일이고, 그때만 해도 이런 류의 책은 나름 혁신성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분명 신체적 질환이 확실함에도 교육으로만 풀어가려는 자폐증이나 ADHD 증세를 신체 내부의 생리적 문제에서 찾아보려는 훌륭한 시도가 담겨 있었습니다.  바로 제가 찾던 그것이었는데요, 아이의 자폐증을 지켜보며 신체적으로 무언가를 해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꽤 오래 고민해왔던 저에게는 참으로 적합한 책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저는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 아무 연고나 지인 하나 없는 대구에서 2년을 살기도 했는데, 당시 자폐증을 침으로 개선해가는 한의사 소문을 듣고 그의 치료를 받기 위해 거주지까지 이전했던 경험도 있고, 아들이 사춘기가 되자 심하게 발현이 된 간질발작을 치료하기 위해 미국에서 진행되던 생의학적 접근 (Biomedical Treatment)를 이미 실천하고 있었던 터라서, 이런 책은 바로 제가 원하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다행하게도 저는 해외 교육일이 직업이다 보니 해외로 출장 갈 일이 꽤 많은 편이었고, 이를 통해 생의학 실천에 필요한 영양보충제들을 쉽게 구할 수 있기도 했습니다.  이건 다른 부모들에 비해 참으로 운이 좋은 편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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