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주 Jul 03. 2022

함께한 마지막 순간들

D-3  함께 할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있을줄 알고.

본가에서 일하시는 부모님은 많은 일들을 처리하느라 4,5월에 유난히 바쁘셨다.

바쁨 이후 결혼기념일을 기념하는 여행을 떠나기로 하셨다.


하와이를 간다며 어버이날도 한국에서 보내지 않으시고 그리 바삐 가셨다. 동생들과 부모님이 하와이에서 돌아오는 날 동생들과 나는 어버이날 감사파티를 성대하게 해 드려야 했다. 레코드를 보시며 환히 웃는 엄마 아빠를 보며, 레코드 플레이어와 엄마 아빠가 좋아하는 노래가 담긴 레코드판을 사서 자주 함께하시는 둘이 함께 춤추며 음악을 즐기는 시간을 선물하자고 동생과 계획을 짜고선 키득키득 벌써부터 좋아했다.


여행 가는 당일 아침, 엄마가 어젯밤 보여준 웃기게 생긴 쿠팡 수영복은 여행 가서 입으면 안 된다고, 동생과 내가 예쁜 수영복 사자며 백화점으로 엄마를 데리고 갔다. 예쁜 수영복이 있었고 비치타월도 있었다. 얼른 수영복을 사고, 엄마 여행 때 입을 옷을 함께 보다가 여느때처럼 동생의 신발과 나의 스포츠웨어도 사주셨다. 엄마는 자기 것을 살 때는 무감하시더니 우리 것들을 사준 다음에야 "너희들 뭐 하나씩 사주니까 배가 부르다~"라며 행복히 웃으셨다.


배고파하는 부모님을 위해 동생이 점심을 정성껏 했고, 나는 엄마 아빠의 여행을 담아줄 고프로를 손봤다. 엄마가 꼭 하고 싶어 하는 트래킹을 아빠가 담고 싶어 했고, 메기 편하게 가슴 줄은 만들어드리고 고프로에 많이 많이 찍어오라며 밖으로 나가서 sd카드 256기가짜리도 사 왔다. 그리고 부모님을 공항에 택시 드라이버가 되어 직접 모셔다 드렸다. 가는 길에 엄마는 또, 나에게 10만 원을 쥐어주며 데려다주는 거 고맙다며 용돈을 주셨다. 난 아이 괜찮은데.. 감사합니다~ 하며 그 돈을 철없게 신나게 받았다.


엄마 아빠가 도착해 내렸고, 공항 신호등에 서 계셨다. 내려서 인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 운전시간 때문에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에 내려서 꼭 안지 않았다. 대신 "엄마 아빠!" 소리쳤고 엄마 아빠가 뒤돌아 봤다. 엄마가 나를 향해 손들어 신나게 인사해주셨다. 나는 항상 '어쩌면, 설마, 이게 마지막이진 않겠지?' 하는 은은한 불안함을 늘 가슴속에 가지고 살았다. 너무너무 소중한 가족이라.. 내 세상을 잃을까 봐 두려웠다. 그 마음 때문인지 덕분인지, 항상 엄마 아빠에게 귀찮아도 하나 더 하려 하고, 해드렸다. 그날도 그런 불안함이 피어올랐지만 익숙했던 불안함이기에 웃으며 무시했다.


돌아오는 길에 동생에게 전화했다. "무슨 내 아이들을 내보내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불안하냐~"하고 웃었다.

그저 코로나로 한동안 여행하는 사람이 없다시피 하다 보니 가슴에서 불안이 피어올랐다.


불안함도 잠시, 엄마 아빠는 너무나도 행복한 사진들을 보내주셨다. 그 사진을 동생과 함께 보자 하니 우리가 다 행복해졌다. 엄마 아빠를 보내길 잘했다며 우리 돈으로 보내드린 것도 아니면서 그저 좋아했다.

비즈니스석으로 여행 간 엄마 아빠가 비즈니스석이 좋더라고 하신다.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 약속했다.


"좀만 더 기다려줘~ 우리가 돈 벌면 여행할 때마다 퍼스트 클래스로 모실게~"


엄마 아빠가 보내준 이 사진이 난 너무 좋았다.


작가의 이전글 어느 날 엄마가 멀리멀리 떠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