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생각에 잠들지 못하는 밤
이 말을 들으면 어떤 감정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어릴 적에는 잠들지 못하는 밤을 떠올리면 설렘에 잠 못 드는 밤을 상상했던 것 같다. 소풍 가기 전날 밤이라던가 혹은 반장선거 하기 전날 밤. 그런데 어른이 되고 나니 잠들지 못하는 밤을 떠올리면 착잡한 날이 가장 먼저 떠오르니 나의 동심 리미트가 결국 0에 수렴해버린 것만 같다.
인턴 출근을 눈 앞에 두면서도 상반기 취업을 걱정해야 하는 나의 마음은 그저 무겁기만 하다. 그래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새삼 이룬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고 끝도 없는 좌절에 빠지기도 한다. 이런 심정이 절벽 끝에 서 있는 사람의 심정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유학시절은 어땠나? 잠들지 못하는 밤이 있었나?
요르단에서 유학을 하던 8개월만큼은 정말 숙면의 걱정 없이 푹잤던 날들이었다.
그 낯선 땅에서 잠이 왜 그리 잘 오는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유학생 친구들 역시, 낮에 전화해도 자고 있고 밤에 전화하면 당연히 자고 있는 것이 우리의 암묵적인 생활 루틴이었으니 우리가 얼마나 마음 편하게 살았는지를 알 수 있다. 유학 시절의 유일한 걱정거리는 다음날 무엇을 먹을 것인가? 였으니 얼마나 마음 편한 하루였을지 상상이 된다. 일주일 중 가장 큰 결심을 하는 때는 험한 택시기사들을 상대하며 큰 마트에 가는 것이 전부였으니, 그때의 내가 너무나 그립다.
지금은 잠들기 위해 무드등을 켜놓고 룸 스프레이를 뿌리고 *튜브로 싱잉볼 연주를 틀어놓는 것이 기본 세팅이니 숙면을 취하는 게 어려운 일임을 문득 깨닫게 된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은지, 점점 무드등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룸 스프레이 브랜드도 많아지고 잠 잘 오는 음악들도 속속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는 참 잠들기 어려운 세상에 사는구나.
가수 아이유님이 방송에 나와 "밤편지"에 대한 에피소드를 들려줬던 게 기억이 난다.
자신에게 잠이 너무나 중요한데, 사랑하는 사람만큼은 좋은 꿈을 꾸며 잘 수 있기를 바라며 만든 노래라고 했다.
잘 자.라는 평범한 말 대신 아름다운 노래 가사로 들려주는 저녁 인사라니, 참으로 낭만적이다.
오늘처럼 잠 못 드는 날에는 늘 듣던 잘 자라는 인사 대신, 아름다웠던 시간의 인사를 들려주고 싶다.
تصبحين على خير
(투쓰비히나 알라 카이르 : 잘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