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대학 졸업 직전인 어느 해 1월, 나는 신입사원 연수를 받았다. 신입사원 연수는 대부분의 회사가 그러하듯 애사심 고취가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일 것이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며 사회인으로서의 첫 발을 내딛는 것이다.
우리 같은 경우는 2월 말에 부서 배치를 받았다. 그때는 부서 배치를 받고 몇 개월 동안 실무와 관련된 교육을 받았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부터 경쟁이 시작된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선배들의 고과가 이 실무 교육의 성적으로 판가름 났다는 정보를 알게 된 우리는 매주 있었던 시험공부에 매진하느라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중 나같이 공부 머리가 없는 사람들은 입사하자마자 동기들끼리 경쟁을 붙이느냐고 불만의 목소리를 내놓기도 했지만, 신입사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시험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받는 일이었다.
하루는 시험을 보고 채점을 하는데, 한 선배님이 내 답안지에서 애매한 부분이 있어서 어떻게 처리할지를 우리 모두에게 공개적으로 물어본 일이 있었다.
선배 : 이 문제에 대한 답이 애매한테 어떻게 처리했으면 좋을까요? 점수를 주는 것이 좋을까요, 틀렸다고 할까요?
우리 :....
나 : 그냥 틀렸다고 하시죠.
그때 당시에 나는 여전히 자존심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고, 생각할 것도 없이 오답 처리하라고 했다. 애매한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점수를 구걸하는 상황도 싫었고, 나중에 뒷말이 나오는 것도 싫었다.
그 보다 더 짜증 나는 것은 동기들끼리 입사 2달 만에 경쟁을 부추기는 그 문화였다. 실무에 필요한 내용이 있으면 친절하게 가르쳐 주고 모르면 물어보고 하면 될 것을 가장 의지해야 될 사람인 동기들끼리 감정 상하는 일을 만드는 문화가 싫었다.
그리고 느꼈다. '경쟁의 시작'은 생각보다 빨리 다가온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