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은 쉽지 않다.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은 없다.

by 지금바로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그때 당시에 내가 다니던 회사의 신입사원은 연차가 없어서 내년 연차를 당겨 쓰는 개념이었다. 신입사원으로서 이직 면접을 보러 가기 위해서는 당일에 아파서 하루 쉬겠다는 핑계가 가장 좋았다. 하지만 아무리 몰래 이직을 하려 해도, 얼마 안 있으면 소문이 돌았다.


'주말에 인, 적성 시험 치러갔더니 누구, 누구도 있더라.'

'누구는 아프다더니 어디 면접 보러 갔다며?'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신입이 저런 낙인이 찍혀버린다면 여간 큰일이 아니다. 한 동안은 선배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견뎌 내야 하며, 진짜 일이 있어 연차를 쓰게 된다고 하더라도 의심을 피할 길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무조건 한 방에 끝내야 한다.'


타 지역에 인, 적성을 치러갔다. 치고 나오는데 회사에서 내 바로 옆자리 선배를 딱 마주쳐 버렸다. 둘 다 당황했지만 이내 이성을 되찾고는, 일단 끝날 때까지 서로 비밀을 지키기로 약속했다. 다행히 둘 다 시험을 통과했다.

면접날 아침에 파트리더 선배에게 연락해서 몸이 안 좋아서 하루 쉬어야겠다고 했다. 그전까지 이직을 할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긴 적이 없기 때문에 별로 의심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면접장에 도착해서 화장실에서 옷차림 점검을 하고 있었다.


'너 어디 면접 보러 갔냐?'

멘토 선배의 문자가 왔다.


너무 당황해서 그냥 무시했다. 면접은 무사히 잘 봤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음 날 출근을 했다. 알고 보니 멘토 선배는 장난으로 보낸 문자였다. 사실을 알리 없던 나는 그 날 출근하는 길이 얼마나 짧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최종적으로 인, 적성 시험 고사장에서 만났던 선배는 면접에서 떨어지고, 나는 이직에 성공했다. 이직을 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감정 소모를 했는데, 그곳은 과연 낙원이었을까?

회사를 다닌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지긋지긋한 삶의 연속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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