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인생의 축소판이다.

by 지금바로

97-98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7차전. 당시 34살이었던 노장 허재는 만신창이 몸을 이끌고 경기에 나왔으나 결국 우승을 차지 하진 못했다. 소위 '허빠'였던 나는 경기 내내 가슴 조리며 승리를 기도했지만 4쿼터에 뒤집지 못하겠단 생각이 들자 울면서 TV를 껐다. 오래전부터 그의 경기를 봤던 나는 그가 우승하는 장면을 수차례 지켜봤었고, 그런 그가 아무리 애를 써도 경기를 뒤집을 수 없다는 현실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02-03 시즌, 김주성이 루키로 입단하던 해였다. 마흔이 다 되어가던 그는 오리온스와의 챔피언 결정전 5차전에서 힉스에게 깔려서 부상을 당했고, 6차전에서 신종석의 활약으로 우승하면서 은퇴 전에 마지막으로 우승하고 싶다는 꿈을 이루었다.

그리고 은퇴를 발표하고 마지막으로 우승에 도전하던 03-04 시즌, KCC와의 챔피언 결정전 7차전에서 패배가 굳어지자 락커룸으로 돌아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스포츠를 보면서 우는 일은 없겠구나.'라고 생각했었다.


그 후 옛날 영상들을 찾아보던 중,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58kg급에서 은메달을 딴 김인섭 선수의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으나 늑골 인대와 손가락 부상으로 제대로 된 경기를 치를 수 없었고 결국 결승전에서 패배 후 가진 인터뷰를 보며 눈물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걸 다 바쳤습니다. 최선을 다 했거든요, 하늘이 저를 은메달밖에 안 만들어 준 거 같아요.'


그리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8월 12일, 역도의 이배영 선수가 다시 한번 나를 울렸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역도 69kg급 은메달리스트였던 그는 이 날 경기에서 인상 155kg을 들어 올려 한국 신기록을 세웠지만, 용상 1차 시기에서 184kg을 들어 올리던 중 왼쪽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 실패했고 2,3차 시기에서 186kg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3차 시기에서 바닥에 한참이나 엎드려서 흐느끼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나도 울었다.


'오늘 기록상으로는 꼴찌를 했지만 나는 나 자신에게 1등을 주고 싶다. 금메달도 멋지지만 3 연속 올림픽에 도전한 것도 멋지고 올림픽 무대에서 다쳐가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다른 나라 관중들에게 박수를 받은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스포츠에서 모든 종목의 선수들은 각자의 승리를 위해서 노력하고 또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언제나 1등의 자리는 한 자리밖에 없고, 결국 한 사람만이 그 자리에 오른다. 우리는 언제나 1등을 하고 금메달을 딴 선수들에게만 집중하고 환호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스포츠란 꼭 그것이 다가 아니란 생각이 든다. 보는 사람 모두에게 감동을 안겨 줄 수 있는 선수, 그리고 경기... 이것이 스포츠가 있어야만 하는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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