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남자단식 이현일 선수
모든 일을 잘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 만은 않다. 특히 스포츠에서는 더욱 그렇다. 모든 선수가 정상에서 은퇴하고 싶어 하지만 그 영광을 누리는 선수가 얼마나 있을까. 오죽하면 '금메달은 하늘이 내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 말이다.
내가 이현일 선수를 처음 본 것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였다. 배드민턴 남자 단식 세계 1위를 경험한 바 있지만,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충격적인 1회전 탈락을 했고,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올림픽, 두 번의 올림픽에서 모두 4위를 하면서 올림픽 메달 없이 퇴장하는가 싶었던 그를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당시 중국과의 배드민턴 단체 결승전이 접전으로 흐르고 있을 때, 공중파 중계가 없어서 모든 스포츠 커뮤니티 게시판에서는 난리가 났었다. 복식 2번째 경기가 펼쳐지고 있었는데, 전광판에 마지막 경기 선수 명단이 이현일 선수의 영문 이니셜처럼 보였고 혹시나 싶어 인터넷을 찾아봤더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다시 대표팀에 복귀했다는 기사를 읽을 수 있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딸 때는 선배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었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는 후배들을 잘 끌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사전 인터뷰와 함께 말이다.
두 차례의 대표팀 은퇴와 복귀. 배드민턴 남자 단식의 선수층이 두텁지 않다는 사실보다 아직까지 이현일 선수의 실력이 녹슬지 않았다는 점에 더 큰 관심이 쏠렸다. 마지막 5번째 경기에서 셔틀콕을 코너에 자유자재로 보내는 것을 보면서 역시 명불허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종의 미. 식상하기는 하지만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좋은 선물을 하고 떠나게 되어서 기쁘다는 이현일 선수를 두고 이 보다 더 좋은 표현은 찾기 힘들 것이다.
세계 1위, 국제 대회에서 수많은 우승, 하지만 올림픽 1회전 탈락, 2번의 4위, 2번의 은퇴.. 이현일 선수의 대표팀 생활은 충분히 드라마틱했고 대표팀 선수 생활을 금메달로 마무리 지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생각해보면 그리 멀리 오지는 않았지만 선수로써의 마지막을 생각해 본다면 이 보다 더 좋은 결말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