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업이 되어가는 이야기
직장생활 어느덧 1n년차.
사모펀드 투자로 설립한 회사에 합류한지 약 1년정도 된 시점이었습니다.
요즘들어 회사 돌아가는게 심상치 않다 싶더니만 투자자들이 곧 회사를 정리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게 웬일, 이름을 대면 알만한 직장에 다니다가 포부좋게 옮겨왔던 친구들은 멘붕이 왔을테고 새로운 직장으로 옮기기 위해 무척 분주했죠.
음. 난 프리랜서 생활도 해보고 대기업도 다녀보고 스타트업도 다녀보고 기관에도 있어보고 정말 다양한 곳에서 일해봤으니 "이젠 정말 내 일을 해야될 때가 된게 아닐까?" 어느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맙게도 프로젝트 단위로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니 이것으로 당분간의 수입을 만들어놓고! 정말 내가 하고자 했던 일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그래서 그렇게 해보고 싶던 일이 뭔데?
모두가 뜨개'질'이라고 그것.
네, 뜨개를 좀 본격적으로 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이 일을 하려고 했었던 건 굉장히 오래 전 부터입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많은 일을 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던 2014년도 즈음, 느닷없이 출근만하면 눈물이 주룩주룩 흐르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됐죠.
심장이 내마음과는 다르게 쿵쾅쿵쾅 뛰기도 하고, 알 수 없는 두드러기가 마구 나기도 하고요.
상황이 그러하니 주변에 모든 사람들도 일도 싫어지고 생각해보면 그게 요즘 유행하는 번아웃이었나? 싶기도 합니다. 그 때 우연히 엄마를 따라 뜨개바늘을 잡게 됐어요. 도안도 볼 줄 모르고 뜨는 방법도 몰랐지만 각종 온라인에 넘치는 글과 영상을 따라하다보면 무엇이든 하나 완성이 되더라구요. 이렇게 몰입하고 성취감을 느꼈었던 적이 있었을까?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어요.
엄마는 가난한 신혼부부시절에 뜨개로 부업을 했다고 했습니다. 스웨터를 떠서 뜨개실 가게에 갖다주면 공임비를 주었다고 하더라구요. 그 때의 트레이닝(?)이 어찌나 혹독했던지 엄마는 도안 없이도 숭덩숭덩 잘 뜨더라구요. 그 옆에서 조금씩 따라해보니까 이거 엄청 매력있는거죠.
한 줄 만 더 뜨고 자자. 한 줄 만 더.....
아 출근하기 싫다 밤새도록 뜨고 싶어허
어른이 되고 난 후 이렇게 뭔가를 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나 싶더라구요. 아로마테라피 자격증, 바리스타 자격증, 도그워킹 자격증까지...... 취미 수집가라고 불릴 정도로 이것저것 기웃대던 저에게 딱맞는 취미를 찾은거죠.
그리고 이 브랜드를 알게 됐습니다. "WOOL AND THE GANG"
이렇게 멋진 뜨개브랜드가 있다니! 막 심장이 두근댔습니다.
이건 다른 의미의 두근거림이었죠. 나도 이런걸 하고 싶다. 멋지게 뜨개를 알리고 싶다!
저는 브랜드를 만드는 일을 오래했고, 회사 업무도 브랜딩 실무를 하고 있어서 일단 내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제일 먼저 했던 것 같아요.
제품이 먼저인데 말이죠 ㅋㅋㅋ
그리고 만들었습니다. 브랜드를 만들었다기 보다는 우선 브랜드 네임과 디자인을 정했다고 하는게 맞겠네요.
브랜드 네임은 땡스thnx
이 사진은 얼마 전 친한 선배가 보내준 파일인데, 이 이름이 떠올라 끄적였던 그 날 제가 이걸 찍어서 선배에게 보냈다고 하더라구요 ㅎㅎ
사진 보관해줘서 고마워요, 선배 thnx!
브랜드 네임을 정했으니 디자인을 해야겠다! 싶어서 겁도 없이 브랜딩 에이전시에 연락을 했습니다.
이 업계에 있어서 그런지 브랜드 개발하는데 드는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 너무나 과감한 투자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ㅎㅎㅎ
상여금을 모아 브랜드 디자인 비용을 지불했어요. 회사 다니면서 뭔가를 꾸민다는 일은 짜릿하기도 하고! 비용의 압박이 덜하기 때문에 뭔가 시작하고 싶은 직업인들이라면 회사에 다니면서 비용을 투자할 부분을 잘 나눠서 선행하시기를 추천합니다.
상표 출원도 진행하고 디자인 작업도 완료했습니다.
아. 그것이 지금으로부터 약 8년 전 2014년도의 일이네요. <다음에 계속>
직업인들의 뜨는 취미생활
오늘 쌓인 스트레스, 지금 뜨면서 풀어요
땡스thnx는 과정을 즐기는 뜨개를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