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업이 되어가는 이야기
뜨개 키트를 어떻게 작업하세요? 라고 물어보신다면
(혹시라도 궁금한 분이 있다면)
1. 땡스디자인랩 작가님과 함께 도안을 상의한다
2. 작가님이 작업한 도안을 확인한다
3. 초심자의 마음으로 떠보고
4. 사용자가 되어 직접 생활 속에서 써본다
5. 세탁은 필수
6. 그제서야 괜찮다면 출시 결정!
아무리 뜨개가 슬로우패션이라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게 맞을까. 요즘 저를 괴롭히는 생각입니다.
뚝딱뚝딱 웹사이트를 만들고 꼬박 114일차가 되었습니다. 시작했다는 기쁨으로 한 달 정도, 고객님이 생기고 있다는 기쁨으로 한 달 정도, 오프라인 스튜디오에 정성을 쏟느라 한 달 정도.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꼬박 114일차 되었는데 "이런 식으로 지속하게되면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 같아!"라는 조급증이 훅 하고 찾아왔습니다.
꼬박 114일차인가
고작 114일째인가
누군가와 114일이나 되었는데 성과가 빠르게 보이지 않는다며 투털거렸더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헐. 고작 114일밖에 되지 않았잖아!!
아. 그런가요. 꼬박이 아니고 고작이었을까.
빠른 성과! 효율성 추구! 를 우선으로 하던 ㅋㅋ 예전 버릇이 나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돌발 조급증 ㅎㅎ
식품 카테고리 일을 했었기 때문에 제품의 "안전성"에는 무조건 비용이 투입되어야 한다고 믿는 1인이라서 출시 전 앞부분에 많은 시간을 쏟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소비자를 만나게 되는 시점이 계속 계속 느려져요.
식품에 영양성분이 있듯 뜨개실에도 각각의 성분이 무엇인지가 궁금하고, 이 실이 과연 안전하게 염색되고 만들어지는지도 궁금하고 말이죠.
땡스thnx 를 시작하면서 무지무지하게 관심이 가고 취급하고 싶던 실이 있었습니다. 중국의 한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실이었는데요. 샘플을 받아보며 성분 분석표를 요청했고 받아보았는데 음, 큰 이상이 없어보였죠.
그래도 혹시 몰라. 난 이 나라에서 검사를 다시 해봐야겠어. 라고 마음먹고 '뜨개실에 대한 안전성은 어떻게 확인해야하는가?'를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검사 기관이 있더라구요. 검사 가능한 성분도 무척이나 다양해서 어떤걸 골라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죠. 이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해야 했습니다. 아 소상공인의 삶이여!
그리고 검사를 맡기러 갔습니다. 택배로 보낼 수도 있지만 직접 확인하고 물어보고 싶은게 많았어요. 네, 저는 그런 사람 입니다 ㅋㅋ
냉랭한 직원의 태도에 마음의 상처를 입었지만, 여차저차 검사를 의뢰했습니다. 회사를 나와서 느끼는 것이지만 세상은 홀로 장사를 하는 사람에게 그리 친절하지 않은 것 같아요. 어디든지 냉랭함은 기본입니다. ㅎㅎ
어린이에게 유해한 성분이 없는지까지 검사하고 싶다고 하니 오! 비용이 쭉쭉 올라갔지만 다 해야했어요. 네, 저는 그런 사람입니다.
검사 결과를 받아보았습니다. 외계어라고 생각되었지만 하나하나 읽어보았죠. 마치 건강검진 결과처럼 각 성분들이 정상범위 안에 들어가는지를 체크하던 중 오잉 굉장히 튀는 수치를 하나 발견합니다. ㅠ.ㅠ
이거 정상범주를 벗어났는데.....
네, 그 정도 수치면 취급하시면 안될 것 같아요.
띠용. 검사비에 무료 30여만원을 썼는데, 결과는 취급부적합입니다. 나름 제 브랜드의 대표 뜨개실로 삼아보려했던 실이었는데 꽤나 실망했습니다. 히휴 역시 쉬운 일은 없다.
해외 사이트를 보니 이 실을 절찬리에 판매하고 있더라구요. 국가마다 취급기준이 다른 걸까요? 끙.
돌다리를 무지하게 두드리고 있습니다. 돌다리 길이도 긴 것 같아요. 이러다가 꼼짝도 하지 않는 돌이될까봐 조급증이 났지만 이 글을 쓰면서 조금은 풀어졌습니다.
그래 고작 114일차잖아.
하던대로 하자고!
오늘 쌓인 스트레스, 지금 뜨면서 풀어요
땡스 thnx는 과정을 즐기는 뜨개를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