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憑依)가 아닐까?

<동행, 마음휠체어를 타는 사람> 14

by 세공업자

어느 날 형의 집에 들렀을 때 형은 방의 창문을 빛 하나 들어오지 못하도록 신문지로 겹겹이 바르고 사이사이를 빈틈 하나 없도록 테이프로 발라놓았다. 이해가 어려운 나는 왜 이렇게 해놓았는지 물었더니 얼마 전에 택시와 부딪치는 사고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형이 자전거를 타고 가고 있을 때 앞에 가던 택시가 멈추며 갑자기 뒷문이 열리면서 문에 부딪쳤다고 했다. 뒷자리에 타고 있던 어린 학생이 갑자기 문을 열면서 부딪치며 크게 넘어졌고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치료를 받으면서 크게 다치지도 않았고 별 이상이 없다며 집에 돌아가라 했단다. 택시회사 관계자에게 치료비로 얼마 안 되는 금액을 받았다고 했다. 형은 그 과정에서 자신이 무시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화가 많이 나 있었다. 그 뒤부터 밤마다 누군가 자신을 감시하는 것 같아 잠을 잘 수가 없었다며 방안을 그렇게 해 놓았다고 했다.


형은 귀에서도 계속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고도 했고 때론 욕하는 소리 같다고도 했다. 이비인후과에서는 귀엔 이상이 없다며 정신과에 가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정신과에는 가 보았냐고 물었더니 “야 이 새끼야 내가 네 형이야! 내가 미쳤어! 내가 정신과엘 왜 가”라며 흥분했다.

<야 이 새끼야 내가 네 형이야!>이 말은 형이 기분상하면 내게 하는 입에 밴 말이기도 하다. 형의 입에서 이 말이 나오면 싸움으로 발전했기에 성인이 된 이후부터는 더 이상의 대화는 힘들어 알았다며 인정해 주거나 자리를 피해야만 했다.

나는 형의 상태가 더 안 좋아지기 전에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형의 상태를 딱히 뭐라 해야 할지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답답했다. 유일한 가족인 누나와 상의를 했더니 얼마 후 매형에게서 연락이 왔다.


매형은 얼마 전 눈에 띄는 책이 있어 읽었던 어느 여성 수행자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책에는 *빙의(憑依)에 관한 내용도 있었는데 속는 셈 치고 한번 찾아가 보면 어떻겠냐고 했다. 나는 그 책을 받아 읽어 보고는 나와 형, 매형이 함께 수행자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그곳은 서울 연희동 산 중턱에 있는 한적한 주택이었다. 집안에 들어서니 거실이 매우 크고 넓었으며 창 또한 매우 넓어 전망이 좋았다.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집이어서인지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일품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곳엔 여러 사람들이 앉아서 눈을 감고 명상을 하는 듯 보였으며 집안에서는 꽃향기처럼 독특한 향이 배어져 나오고 있었다. 중년으로 보이는 여성분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책의 저자인 여성수행자였다. 우리의 사정과 형의 증상을 여성수행자에게 이야기했다.


여성수행자는 우리 셋을 방석에 앉히고는 팔을 어깨높이로 들어 팔꿈치를 90도로 세우고 손바닥을 정면을 향하게 하라고 했다. 수행자세라고 하며 눈을 감고 차분하게 기다리며 느껴보라고 했다. 잘 되는 사람은 금방이라도 느껴지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하며 느껴지면 손을 들라고 했다. 몇 분이 지났을까, 느껴지는 것은 들고 있던 팔이 아프다는 것뿐이었다. 팔이 자꾸 아래로 내려왔다. 형과 매형은 잘하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도 들었지만 여기까지 온 간절한 마음이 있었기에 참고 동작을 유지하려고 인내심을 가졌다.


10분 아니 20분쯤 지났을까! 힘든 팔과 다르게 손바닥에 무엇인가 감싸듯이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엔 별 것 아니겠지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점점 강하게 느껴졌다. 차츰 팔이 힘들어 편하게 동작을 만들었지만 손을 감싸는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고 손을 타고 내려와 팔까지도 따뜻하고 묵직하게 감싸는 느낌이 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여성수행자는 우리를 불러 느껴지는 것이 있었냐고 물었다. 나는 있는 그대로 느껴졌던 것을 말했고 형과 매형은 팔이 힘들었던 것 말고는 아무것도 느껴지는 것이 없었다고 했다. 여성수행자는 그것이 기(氣)라고 했다. 형이 빙의는 아닌 것 같다고 하면서 주말에 시간이 날 때마다 들러서 수행을 하고 가면 많이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분은 우리에게 금전적으로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 후 주말이면 형과 함께 그곳에 찾아가 수행을 하게 된다.




*빙의(憑依) <다음 나무위키>

타인의 영혼(또는 악귀, 원귀, 악령)이 사람을 포함하여 동물의 육체 혹은 물건의 안으로 들어가 옮겨 붙거나 들러붙어 깃드는 현상. 쉽게 말해 귀신에게 들려 홀리는 걸 말한다. 영적존재의 기생 혹은 해킹과 비슷하다. 빙의를 하면 평소와는 다른 인격이 표변하게 되며 기이한 행동을 하게 된다고 한다. 정신의학에서는 또 다른 자아가 표출되는 것이라고도 말을 한다. 자아가 수많은 정령 혹은 뉴런망으로 구성된 독립적인 연산 단위임을 생각해 봤을 땐 빙의는 물질 및 정령으로 구성된 복잡계에서 일어나는 카오스 효과와도 관련이 깊다고도 볼 수 있다.


비슷한 현상으로 조현병이 있으며, 빙의를 모방하는 기생물로는 레우코클로리디움 파라독섬, 창형흡충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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