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과의 인연
<동행, 마음휠체어를 타는 사람> 15
주말이 되면 시간을 내어 형과 함께 여성수행자를 찾아갔다. 원장님은 우리가 방문할 때마다 한 결 같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손을 들어 올리고 눈을 감고 차분하게 기다리며 명상 수행하는 것 이외에는 별 특별한 가르침은 없었다. 명상방법은 간단명료했지만 그때마다 손과 팔을 감싸는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여성수행자인 원장님은 그런 현상이 기(氣))가 어리는 기감이라고 하셨다. 그날도 차분하게 수행을 하고 있을 때 원장님이 기운이 잘 느껴지느냐고 물으셨다. 나는 잘 느껴진다고 있는 그대로 대답했다. 원장님은 앞에 있던 형에게도 느껴지는 것이 있느냐고 물으셨다. 형은 아무것도 느껴지는 것이 없고 들고 있던 팔이 많이 힘들다고 했다.
원장님은 내게 형의 등 뒤로 가서 양 손바닥을 등에 올려보라고 하셨다. 형의 등 뒤에 기운이 어려 있는 손을 올려놓고 차분히 기다렸다. 잠시 시간이 지났을 때 형의 등 뒤에 올려놓은 손에서 어려 있던 기운이 등을 타고 들어가 듯 흡수되는 느낌이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손바닥에서 뜨거운 열감이 느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손에 느껴지던 기감은 형의 등을 타고 들어갔는지 차츰 약해지기 시작했고 열감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원장님은 어떤 느낌이 들었냐고 물으셨고 나는 손에 있던 기가 형의 등을 타고 들어가며 뜨거운 느낌이 들었다고 말씀드렸다. 원장님은 형에게도 여쭤보았을 때 형은 약간 뜨거운 것 말고는 없었다고 대답했다. 그 대답을 듣고 나는 좀 의아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평소와 다르게 뜨거운 느낌이 들었다는 것은 큰 변화였는데 형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한편 형다운 대답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형과 나는 주말에 시간을 내어 인천에서부터 서울인 이곳에 와 있었다.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왔을 땐 그만한 마음의 각오(覺悟)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정성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얼마만큼의 간절함이 있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것이다. 내가 보는 관점에서는 형의 간절한 마음가짐은 좀 달라 보였다. 나는 형이 자신의 건강이 좋아지길 바라며 좀 더 집중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형은 들어 올린 팔을 유지하며 본질인 명상에 집중하기보다는 팔이 힘들다는 것에 마음이 닿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은 형 나름의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걸 알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형에게 명상을 하는 내 나름의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몸에서 일어나는 힘듦이나 다른 느낌은 흘려보내 듯 마음 두지 말라고 했다. 편안하게 자신의 내면에 의식을 두고 차분하게 호흡을 느껴보면 좀 더 이완이 잘 된다고도 일러주었다. 형은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형은 별다른 좋은 점을 모르겠다며 점점 흥미를 잃어갔고 서울로 명상가는 것을 원치 않아 했다. 실은 처음부터 원치 않아 했었다. 형과 더 이상 이 일로 다투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더 이상 명상수련에 가질 않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이 계기로 명상에 관심이 생기게 되었고 가까운 곳에 명상하는 곳이 있으면 형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실 전화벨이 쉴 새 없이 울려대었다. 오후 시간이면 업체에서 발주물품 확인전화나 입고물품의 납기 여부를 체크하는 분주한 시간이 된다. 전화통화가 끝나고 수화기를 내려놓자마자 또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기를 들어 올렸을 때 낯익은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수화기를 통해 귓속으로 흘러 들어왔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경비실 반장님이었다. 반장님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형님이 지금 회사에 찾아왔다고 알려 주셨다.
"형이요?" 형이 회사로 찾아온 일은 지금껏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걱정이 되어 3층 사무실 계단을 뛰어 내려와 경비실로 뛰어갔다. 경비실 2층에는 방문객 접견실이 마련되어 있었지만 형은 그곳에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