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의 담당의, A선생님

<동행, 마음휠체어를 타는 사람> 17

by 세공업자

작년 초 즈음, 형은 지금 살고 있는 30년 된 영구임대아파트가 너무 낡았다고 했다. 싱크대는 이사 왔을 때부터 낡아있었고 벽도 도배 할 시기가 한참 지났다. 심지어 화장실 환풍기는 애초에 작동하지 않았고 천정은 곰팡이가 가득했다. 그렇다고 마음대로 수리할 수도 없다 보니 나는 관리사무소에 위와 같은 상황을 알렸다. 싱크대와 화장실만이라도 수리해 줄 수 있는지도 문의했었다. 답변은 명료했다. 도시공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그린리모델링사업을 알려주었다. 몇몇 공실을 리모델링해서 공고가 나가면 신청해서 절차에 따라 선정이 되면 이전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형에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했고 형도 좋다고 했다. 이후 몇 개월을 벽을 뜯어내고 갈아내는 리모델링 공사소음에 형은 많이 힘들어했었다.


올 초 드디어 리모델링된 세대로의 이전신청 공고가 붙었다. 형의 집에 들렀다가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는 공고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평일 시간을 내어 형과 함께 필요한 여러 서류를 준비해서 제출했다. 형이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 일들이었다. 집이 너무 낡았기에 발표가 일주일 이상이 걸린다고 했음에도 하루하루 기다려졌고 한주가 지나고 나서야 도시공사에서 발송한 문자를 받았다. 고맙게도 선정되었다는 안내였다.


리모델링 공사가 시작되는 비슷한 시기에, 20년 넘도록 형을 진료해 주시던 A의사 선생님이 다른 병원으로 옮기셨다. A선생님의 기존 병원은 가까웠는데 거리가 제법 먼 타 지역으로 옮기셨다. A 선생님과 많은 세월을 함께하며 형성되어 있던 신뢰감으로 형은 선생님 말씀을 잘 받아들이는 편이었다. A선생님은 사정이 생겨 어쩔 수 없게 되었다고 하셨다. 나는 A선생님 없는 앞으로의 형이 많이 걱정되었다.


A선생님이 가시고 B여자선생님이 오셨다. 형과 함께 B선생님께 인사를 드리며 형의 상태를 잘 말씀드렸었다. 몇 개월 후 B선생님이 다른 곳으로 가시고 C남자선생님이 오셨다.


이 시기는 내가 오후에 출근해서 늦은 밤에 퇴근하는 서점으로 옮기며 적응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하루 종일 서서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이었지만, 60kg도 안 되는 중력의 무게를 잠깐 내려놓을 수 있는 의자가 없었다. 나는 담배도 커피도 하지 않았기에 급한 화장실 용무 이외엔 항상 서점안에 있었다. 형의 전화를 충분하게 받기도 힘들었고 시간이 엇갈려 형과 함께 병원에 동행하지도 못했었다. 형은 A선생님의 부재와 리모델링 소음, 새로 오신 C선생님과 라포형성에 어려워하면서 불안증세가 점점 악화되기 시작했다. 나는 형과 함께 타 지역에 계시는 A선생님께 진료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은 지난번 병원 진료에 몸이 좋지 않다며 현관문도 열지 않은 채 병원 가기를 거부했었다. 지난번 진료 때 새로 오신 C선생님이 자신의 이름을 잘 알지 못했다며 흥분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형 없이 병원에 가서 C선생님을 만났다. C선생님은 원론적인 말씀을 하셨다. 형과 20년의 신뢰감을 형성되었던 A선생님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어 보였다. C선생님께 형의 상태를 상담하며 형이 많이 신뢰하던 A선생님의 안부를 여쭤보았을 때, A선생님이 다시 병원으로 오신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내가 형에게 A선생님이 다시 오신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왜 다시 오는데?’라며 반기지 않는 듯 투덜거렸다. 형은 이렇게 반가운 마음을 드러내었다.


오늘은 형과 함께 병원에 가는 날이다. 형은 다시 오신 A선생님께 인사드리러 가자는 말에 말수가 많아지기 시작했고 지금 함께 병원에 가고 있었다. 돌아와서 새로 배정받은 리모델링된 세대를 둘러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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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리모델링: 노후된 건축물의 단열, 설비 등의 성능을 개선하여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킴으로써 냉난방 비용 절감과 함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면서 쾌적하고 건강한 주거환경을 조성하는 리모델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