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하루

<동행, 마음휠체어를 타는 사람> 18

by 세공업자

아침에 잠자리에서 눈을 뜨니 심하게 운동한 다음날처럼 팔과 어깨, 가슴이 두들겨 맞은 냥 뻐근했다. 양팔을 머리 위로 올리며 기지개를 크게 켜고 가볍게 몸을 풀다 문득 어제 ‘형과 젊은 남자의 일’이 상기되었다. 어젠 오전에 요양보호사 교육(형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음)을 마무리하고 오후에 조퇴를 했었다. 오늘은 형과 함께 병원에 동행하는 날이다. A선생님이 다시 오셨다는 말에 형은 병원에 함께 가고 있었고 기분도 좋아 보였다.


A선생님은 형과 나를 반갑게 맞아 주셨고, 형이 두서없는 이야기를 했음에도 끝까지 경청해 주셨다. A선생님은 내게 형의 특이사항을 물으셨고 나는 그간 형이 힘들었던 부분에 대해 정리해서 말씀드렸다. A선생님은 형에게 의사를 신뢰하고 약 복용을 잘할 것을 당부하셨다. A선생님은 진료 후 ‘오룡차’가 있는데 진료대기 분들이 계셔서 아쉽지만 다음번에 꼭 한잔 나누자고 하셨다. 언젠가 A선생님 책상 위에 ‘다기(茶器)’를 보고 차(茶)를 즐기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내가 즐기는 차를 나눔 하기도 했었다.


돌아와서 형과 함께 리모델링 후 배정받은 17호에 들렸다. 형은 느닷없이 17호가 싫다며 갑자기 행동이 거칠고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현관에 설치된 전자키가 해킹당하기 쉽고 도청되기 쉽다며 흥분했다. 낡고 곰팡이 가득한 지금 살고 있는 15호에 살겠다고 한다. 형은 지금 거주하는 15호로 가서는 ‘개새끼들한테 사기 당 했다’며 큰소리를 쳤다. 17호는 도청되는 곳이라며 안 가겠다며 소리쳤다. 나는 알았다며 원하지 않으면 그렇게 하라고 형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안정되지 않았다.


형은 복도로 나가 거리를 향해 소리를 쳤다. “개새끼들이 사기를 쳐!” 그때였다. “뭐야 이 새끼야?” 하는 낯선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형은 복도 우측,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너는 뭐야 새끼야?” 소리쳤고, 나는 황급히 형을 말렸다. 건장하고 젊은 남자가 서있었다. 나는 미안하다며 돌아가 달라 부탁했다. 젊은 남자도 막무가내였다. 둘은 큰소리로 서로를 개와 열십의 새끼라고 부르며 험하게 욕설을 난사하듯 주고받으며 곧 충돌할 듯 덤벼들었다. 젊은 남자가 소리쳤다. “저 개새끼가 새벽에 소리를 지르고 지랄이야! 잠을 잘 수가 있어야지” 둘은 서로를 ‘이게 죽을 라고’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쏟아내며 주먹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들개들처럼 으르렁 거렸다.


나는 형을 현관문 안으로 밀어 넣었다. 젊은 남자가 거칠게 달려들었다. 둘은 중간에 양손을 뻗어 서로를 막고 있는 나를 중심으로 주먹을 날렸다. 서로의 주먹이 닿질 않자 젊은 남자가 나를 밀치며 몸을 던져 현관문 안에 있던 형의 머리채를 잡았다. 형은 밀리지 않고 젊은 남자를 현관 밖으로 밀쳐 우리 셋은 도미노처럼 복도에 쓰러졌다. 넘어지며 젊은 남자의 뒷머리가 복도 벽에 닿을 찰나 나는 그의 뒷덜미를 잡아채 부딪침을 막았다. 나는 두 야수를 힘껏 밀어 떨어트렸고 형을 집안으로 들이밀었다. 젊은 남자에겐 그만 가라고 소리치곤 현관문을 닫아버렸다.


형은 한동안 분을 삼키지 못한 채 씩씩거렸지만, 젊은 남자에게 자신이 밀리지 않은 것과 동생인 내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에 생각이 닿았는지 마음의 안정을 찾으며 정신이 점점 돌아오는 듯 보였다.


형은 A의사 선생님이 다른 병원으로 옮기신 이후 불안 증세가 심해졌었다. 그래서 나는 형과 함께 A선생님이 옮기신 병원으로 찾아가려고 했었다. 다른 선생님들과 신뢰가 형성되기 전이라 약 복용도 꾸준히 하지 않은 듯했다. 젊은 남자의 말처럼 새벽에 소란스럽게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과 늦은 시간까지 함께 있으며 약 복용을 확인했다. 형은 낡은 15호를 불평하면서도 새롭게 리모델링된 17호로 옮기는 것도 못마땅해했다.


드물게 이런 일들을 겪었듯, 미리미리 준비하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형의 애착은 며칠 후면 리모델링된 17호로 옮겨가 있을 것이다. 형에게 안정될 시간이 필요하듯 나에게도 인내심과 융통성이 필요한 때이다. 형과 충분히 상의해서 세대이전계약서를 작성했지만, 이전 만료일까지 형의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면 이전을 취소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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