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자
<동행, 마음휠체어를 타는 사람> 19
이른 출근 후 컴퓨터 전원을 누르고 부팅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화벨이 울렸다. 업무시간 전이였지만 급한 용건인가 싶어 재빠르게 수화기를 들었다.
“네, 구매과 K 입니...”
“야 이 개새끼야! 일을 어떻게 하는 거야?”
수화기를 통해 감정이 폭발하듯 귀를 뚫고 쏟아져 들어왔다. 폭언으로 유명한 경리부 k부장(대표님 친인척)이었다.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어떤 일 때문인지 차분하게 물었다. 그런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k부장은 더 크게 소리쳤다.
“야 이 시발 놈아 생산부에서 긴급오더 자재가 입고가 안 되어 현장이 안 돌아간다잖아!” 순간 생산부 j부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생산부 J부장은 살아남기 위해서 어떻게든 남의 흠집을 생산해 내기로 유명한 인물이다. 생산부 j부장이 경리부 k부장에게 전화를 했던 것이다. 나는 경리부 k부장에게 긴급오더 자재는 어제 늦은 시간 생산현장에 입고되어 작업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경리부 k부장은 믿질 않았다. 현장에서 물품을 받아 확인하고 생산라인에 넘겼다는 담당자의 말을 믿질 않았다. 마치, 형과 대화하는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생산부 j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른 시간이지만 예상대로 바로 받았다. 생산부 j부장은 ‘자재가 전산에 입고가 안 잡혔다’는 매번 똑같은 말들을 했다. 생산부장이 생산현장의 진행상황이 궁금하면 생산현장에 전화를 하면 될 것을, 생산과 상관없는 실세인 경리부 k부장에게 알려 이슈를 만들고 있었다.
협력업체에서 자재가 생산현장에 입고가 되면 입고명세서가 전산에 입력되어야 관리자들의 책상 위 컴퓨터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평소엔 문제가 안 되는 것들이 긴급오더에서는 예외가 생긴다. 긴급오더는 자재가 생산현장에 당일 늦은 시간에 긴급으로 들어오고 입고명세서 입력은 다음날 오전에 진행이 된다. 이런 절차는 생산부 j부장도 잘 알고 있었지만 전산에 확인이 안 된다는 이유로 사건을 만들고 흠집을 만들어 낸다.
나는 입고담당 직원이 출근하기 전에 전산에 등록하고 경리부 k부장과 생산부 j부장에게 알렸지만 별 관심이 없었다. 생산부의 일을 타 부서에서 파악해서 보고해야 하는 것만으로도 생산부 j부장이 어떤 인물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생산부 J부장은 무엇이든 만들어 내는 능력자이자 인정받는 인물로 무언가가 달랐다.
내가 현장 조반장을 거쳐 현 관리부서로 왔을 때 내 자리 전임자들은 짧게는 1개월, 길게는 6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5~6명이 교체가 되었었다. 생산현장의 흐름을 모르면 수행하기 어려운 업무였고 구매과 특성상 떠도는 부정한 루머도 감당하지 못했던 것으로 생각되었다. 내게도 대표님과의 면담(협력업체에서 들어오는 별도의 것들은 납품금액에 포함된 것이니 잘 받아서 전달할 것) 후 주변에서 보는 분위기가 달라졌음을 실감하고 있었다. 나는 이 일을 4년 가까이해나가고 있었다.
전화벨이 울렸다. 경비반장님이었다. 형님이 찾아왔다고 했다. 형이 회사에 다녀 간지 일주일 정도 되는 날이었다. 형은 회사 밖 도로 옆에 장바구니가 달린 자전거를 끌고 왔다. 낡은 자전거와 형은 지난번과 다를 바가 없었다. 형은 못 먹고 못 잔 듯 초췌해 보았다. 형은 돈이 없다고 했다. 나는 형에게 얼마의 현금을 건네주었다.
전화벨이 울렸다. 경비반장님이었다. 형님이 또 찾아왔다고 했다. 형이 회사에 다녀 간지 삼사일 정도 되는 날이었다. 형은 장바구니가 달린 자전거를 끌고 왔지만 자전거는 길가에 너부러져있었다. 형은 못 먹고 못 잔 듯 야위어 보였다. 형은 돈이 없다고 했고 나는 형에게 얼마 안 되는 현금을 건네주었다. 형과 자전거는 서로를 의지하며 멀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