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마음휠체어를 타는 사람> 20
형이 회사로 찾아오는 일이 잦아지자 걱정이 많이 되었다. 돈은 충분히 준 것 같은데... 형은 매번 돈이 없다고 했다. 다음번에 또 방문한다면 돈을 어디에 썼는지 꼭 물어보리라 마음먹었다. 형은 불같이 화를 낼 것이 뻔한 일이다.
회사는 한창 임원급 인사이동 시기라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되었다. 점심식사 후 옥상 휴게실로 올라갔다. 삼삼오오 모여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저 독한 것을 태워 몸속 깊숙이 빨아드리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담배를 끊은 내게 더 독한 놈이라고 했다. 생산부 G차장이 올라왔다. 생산부 J부장이 저질러 놓은 사고의 뒷수습 담당으로 스트레스가 제법 많아 보였다. G차장은 비흡연가였다. 나는 G차장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나서 담배를 빨아 깊게 흡입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대단하지 않으냐 물었다. 그냥 심호흡만 해도 좋은데 라며.
G차장은 내게 호흡이나 명상을 해보았냐고 물었다. 나는 서울에 몇 번 다니며 해보았다며 우연히 명상과 호흡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G차장은 가까운 곳에 신뢰할만한 곳이 있으니 원하면 자료를 메일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G차장은 명상과 호흡에 관심이 많았고 틈틈이 기회가 될 때마다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메일로 보내온 자료를 보며 형과 함께 찾아가 명상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벨이 울렸다. 경비반장님이 형님이 찾아왔다고 했다. 형은 어제 다녀갔는데 오늘 또 회사에 찾아왔다. 형과 낡은 자전거의 몰골은 초췌한 모습에서 멈춰있었다. 형은 돈이 없다고 했다. 나는 그동안 준 돈은 어디에 썼냐고 물었다. “위조지폐를 주면 어떻게 해”라며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화를 냈다. “위조지폐! 위조지폐라니?” 나는 어이가 없어 되물었다. 형은 주머니에서 만 원권 한 장을 꺼내어 흔들며 내게 보여 줬다. “네가 나한테 위조지폐를 줬잖아!”라며 화를 내었다. 나는 어디가 위조지폐냐고 물었다. 형은 만 원권의 세종대왕을 가지키며 “봐 사람이 다르잖아”라며 화를 내었다. 형은 평범하지 않았다. 나는 지갑에서 만 원권을 꺼내어 형의 만 원권과 비교하며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럼 이것도 위조지폐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했다. 형은 진지했다.
문득 형이 회사로 찾아올 때마다 준 돈들을 어떻게 했는지 궁금해서 물었다. 형은 "네가 위조지폐를 줘서 모두 태워 버렸어" 농담하는 줄 알았다. 그 많은 돈들을 정말 태웠냐고 물었더니 정말이라고 했다. 형은 돈을 쓰지도 않고 태웠으니 몰골이 달라질 리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은 농담이 아니었다.
나는 다시 몇 만 원을 건 내며 이게 '위조지폐'라고 생각이 들어도 마트에 가서 먹고 싶은 것을 사 먹으라고 했다. 내가 은행에서 찾은 돈이 위조지폐일리도 없고, 나는 위조지폐를 만들 수 있는 재주도 시간도 없다고 했다. 형은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형을 보내고 회사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다음에 형이 찾아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형을 이대로 두었다간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가 없었다.
퇴근 후 생산부 G차장님이 알려준 명상센터를 찾아갔다.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의식을 차분하게 내면에 두었다. 나만의 시간, 자신을 위한 시간, 마음을 내려놓는 시간이 좋았다.
문득 형이 다시 찾아오면 한 집에서 같이 생활을 하면서 형의 상태를 직접 지켜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