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수리 마음수리 3>
수입산 변기가 설치되어 있는 집들이 있는 데 사용하는 분들은 이게 수입산인지 국내산이지 잘 모르고 사용을 하시는 경우가 많다. 이 변기의 태생이 부각되는 시점이 있는데 그게 언제냐 하면, 기능에 문제가 생겼을 때일 것이다. 부품을 같은 국적의 것으로 수리를 하게 되면 비용이 만만치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품이 국내에 없다면 수입을 해야 하는데 비용도 비용이지만 수입되는 기간 동안 변기를 사용할 수 없다면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의뢰인은 공인중개사를 통해 변기 수리를 의뢰해 왔다. 변기의 사진을 받아보니 태생이 미국산 변기었다. 변기를 직접 확인해 보기 전까지는 수리비용을 장담할 수 없기에 방문해서 확인해 보고 알려드리기로 했다. 임차인의 집에 방문해서 확인해 보니 다행히도 경제적인 부품이 호환이 가능해 보였다. 미국산이라 그런지 변기의 홀들이 약간씩은 커서 부속들을 홀 중앙에 위치하도록 중심을 잘 잡아 결속해야 했기에 집중력이 많이 필요했다. 이럴 땐 힘이 너무 강하지도 너무 느슨하지도 않게 적당히 조절하여 고무패킹들이 잘 밀착되도록 하여 누수가 없게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나 할까! 암튼 변기는 잘 수리되어 누수되는 곳 없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되었다.
미국산 변기를 최저 금액으로 수리를 했으니 나는 할 도리를 다한 듯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임대인분도 저렴하게 수리해서 좋아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공인중개사분께 수리를 마친 결과를 알리니 정말 감사하다며 임대인이 결제할 것이라 전했다.
잠시 후 낯선 전화번호가 울렸다.
"만물상이죠?"
연세 있으신 여성 어르신 목소리다.
"만물상이요? 아닙니다."
요즘 웬 만물상을 찾을까 싶었다.
"거 왜! 만물상 아니에요?"
목소리 톤이 올라가신다.
"선생님 만물상 아닙니다. 전화 잘못하신 것 같으세요~"
"아~거, 금방 변기수리한 사람 아니에요?"
"아~하하하 맞습니다. 혹시 건물주분이세요?"
"네~출장비가 얼마예요?"
"네! 출장비요? 저는 출장비 안 받습니다~"
"근데 왜 이렇게 비싸요?"
"비싸다고요?... 선생님~이 정도면 미국산 변기 저렴하게 수리해 드린 거예요"
"미국산 변기예요?"
"네~ 국산 기본제품비용으로 해드린 거예요"
의뢰인분은 이게 무슨 제품인지 국적이 어디인지 별 관심이 없으셨던 것 같았다. 세상의 대부분이 좋아 보일수록 제값을 하는데 말이다. 변기도 있어 보이려면 물 건너와야 하고 더 각 잡고 더 다듬고 더 비싸야 하는데 이거에 걸맞게 유지하는 비용도 감안해야 한다. 이름값에 맞게 유지비용도 격에 맞게 들여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의뢰인은 시장시세를 전혀 모르고 계신 듯했다.
다음날 그분이 또 전화를 하셨다. 임차인분이 싱크대물이 시원하게 내려가지 않는다고 요청을 하신 모양이다. 이번에도 하수구 뚫는 비용을 물어보시기에 말씀을 드리니 또 비싸다고 하신다. 비싸면 다른 곳을 알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자유시장경제에서 싸고 하수구 잘 뚫으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잠시 후 임차인이 내게 전화를 해서 언제 오느냐고 물어왔다. 임대인분이 더 알아보고 연락하실 거라고 말씀드리니 물이 안 내려가서 속 터진다고 하신다(그러게요~ 저도 속이 터집니다!). 저녁에 다 되어서 연락이 왔다. 내일 제일 먼저 뚫어줄 수 없느냐고 하신다. 알아볼 만큼 충분히 알아보신듯했다.
싱크대 하수구는 때에 따라 잘 안 뚫리는 경우들이 있는데 꼭 이번경우가 그렇다. 하수관도 길고 냄새도 심하고 막힘도 많아서 힘이 든다. 물론 쓰는 사람이 기름기와 찌꺼기가 석여 내려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기는 하다. 기름찌꺼기는 휴지나 폐지로 닦아내어 소각쓰레기로 처리하는 것이 좋겠다. 군대에서 훈련 나가 야전에서 물 없이 설거지하듯 말이다. 뜨거운 기름찌꺼기도 싱크대에서는 잘 내려가지만 하수구 안에 들어가면 쉽게 냉각되어 덩어리 져 어딘가에 쌓여 막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수구를 뚫고 나서 임대인분께 연락드리니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셨다. 수고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다음번에도 잘 부탁한다는 답장을 남기셨다. 충분히 알아보시고 아는 만큼 태도도 달라지신 것 같았다. 비싸다! 합리적이다! 저렴하다는 평가는 어느 정도 기준을 알아야 하고 알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공은 들여야 한다. 그럴 시간이 없다면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문의하면 될 일이다. 내가 집수리를 하려고 하는데 시세가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보면 된다. 사람에 따라서는 친절하게 알려주는 업자도 있겠지만 드렇지 않은 업자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될 일이다.
집수리뿐만이겠는가! 사람 또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러쿵저러쿵 평가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그러기 전에 그 사람과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는지, 그 사람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다시 말해 얼마나 친한지 먼저 되돌아봐야 할 것 같다. 사람과 많은 시간을 들이다 보면 그 사람의 히스토리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시점이 있는데 그 후론 이러쿵저러쿵하는 뒷말보다는 그 사람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대변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