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휠체어를 타는 사람
<동행, 마음휠체어를 타는 사람> 30
일요일 아내와 함께 인천 형 집에 방문했다. 오늘은 마트가 쉬는 날이라 우리 가족은 대형 쇼핑몰에 들렸다.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무리 지어 선택에 따른 식사를 하고 쇼핑을 하고 웃고 떠들며 즐거운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도 여러 곳을 돌다 쌀 국숫집에 들어가서 주문을 하고 식사를 같이 했다. 형은 쌀국수를 국물은 그대로 남겨둔 채 면발만 빠른 속도로 먹는다. 식사 속도를 조절해서 천천히 음미하며 먹으라고 해도 빨리 끝내야 할 일을 처리하듯 형은 급하게 식사를 한다. 형이 몸무게를 조절하고 배가 나오지 않도록 관리하는 일은 건강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아내는 그늘에서 책을 읽고 형과 나는 공원 산책길을 따라 산보를 시작했다. 산책을 하며 다음 목적지를 향해 우리는 횡단보도 앞에 섰다. 형이 조상택 김문식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직도 자신의 주위에서 맴돌며 도청하고 괴롭히고 있다며 힘들다고 했다. 나는 어떻게 그들이 괴롭히는지 물었고 형은 신이 난 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들이 자신을 괴롭히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고 했다. 책을 읽으면 책을 따라 읽고 어떤 행동과 말을 할 때면 스포츠 중계를 하듯 ‘000 하고 있습니다.’ ‘000이라고 했습니다.’등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간섭한다고 했다. 나는 형이 하는 이야기를 귀 담에 들었다. 그리고 형이 이야기를 충분히 했을 즈음, 그 사람들은 도대체 왜 그러는 거냐고 형에게 물었다. 형은 ‘그거야 나도 모르지!’ 하며 큰소리로 말했다. 그때 나는 큰소리로 웃으며
“그러니까요! 그거는 형만 들리는 환청입니다. 환청!”
“환청이야? 다 환청이야? 근데 왜 약을 먹어도 낫질 않지?”
“약을 잘 복용하고 있으니 휘둘리지 않고 생활을 할 수 있는 거예요. 그게 치료하는 거예요! 약은 잘 복용해야 합니다. ”
형이 말했다. "잘 먹고 있어."
형과 나는 공원을 한 바퀴 돌아 산책을 마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을 때쯤 빈 휠체어가 놓여 있는 곳에 닿았다. 그곳엔 운동기구들이 있었고 나는 그것들 중 원형 판에 올라가 손잡이를 잡고 허리를 좌우로 틀어주는 운동기구를 해보았다. 저 멀리 중년의 남자가 연세가 많으신 여자어르신의 손을 마주 잡고 걷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형에게 마주 보고 있는 똑같은 운동기구에 올라가 같이 하자고 했지만 형은 할 줄 안다고만 할 뿐 하질 않았다. 나는 형에게 같이 하자며 재촉했고 형은 마지못해 운동기구에 올라갔다. 발을 모으고 온몸을 좌우로 틀어 보더니 “시원한데”라며 재미있어했다. 그때 멀리 있던 그분들이 가까이 오면서 “어머니 할 수 있어요.”하며 천천히 걸어 우리 곁을 지나쳐 갔다.
우리가 운동을 마치고 휠체어와 나란히 놓여있는 그늘진 벤치에 앉아 땀을 식히고 있을 때쯤 그분들이 천천히 다가와 옆 벤치에 앉았다. 어르신이 먼저 말을 걸었다. “이 휠체어 우리 거예요!” 나는 “알고 있어요. 아까 두 분 운동하시는 거 보고 알았어요.”했더니, “우리 아들이에요.” 하시 길래, “우리 형님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아드님은 “어머니! 이렇게 계속 움직이셔야지 다리근육이 생겨서 계속 걸을 수 있어요” 내가 맞장구를 쳤다. “아드님 말씀이 맞습니다. 120세까지 건강하신 게 최고예요. 열심히 운동하세요.” 했더니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신다. 아드님은 “어머니 이분 말이 맞아요. 우리 조금만 더 걸어요.”라며 어머니의 손을 이끌었다. 아드님의 지극정성에 감동할 따름이다.
요즘 정신장애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때마다 드는 생각이 그들의 이야기를 누군가 들어주는 사람이 있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었다. 나도 형이 본격적으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무시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대화도 이어지질 않았었다. 갈등이 생기고 형이 왜 저럴까? 이해가 되지 않았었고 때론 화부터 내곤 했었다. 그럴수록 형은 더욱 분개했고 왜 자신의 말을 믿어주질 안느냐며 폭발했었다. 어느 순간 형의 말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왜 내 말을 들어주질 않는 거야?” 그때부터 형의 말에 귀 기울여 듣기 시작했다. 형의 말들은 엉뚱하기도 하지만, 한편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형과 함께 산책하고 식사하고 대화하고 병원에 가는 것들을 함께 하는 동행이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는지도 깨닫게 되었다. 그런 사소한 관심들이 보이지 않는 '마음휠체어'를 타는 사람들의 손을 마주 잡고 호흡을 맞추고 이끌어 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는 아드님의 손을 마주 잡은 어르신의 휠체어를 대할 때, 몸이 불편한 분이라는 걸 바로 알아보곤 도움을 드리려 한다. 마음휠체어를 대할 때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그분들에 대해 모르는 부분들이 많아서 일수도 있겠다. 마음휠체어를 타는 분들도 겉으론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장애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의 손을 이끌 듯, 마음휠체어를 타는 분들에게도 먼저 손을 내밀고 맞잡는 관심과 도움이 절실한 요즘이라고 생각된다.
실천은 가까운 나로부터, 사랑하는 가족으로부터.
ps
조상택 씨 김문식 씨는 형의 세계에만 존재하는 인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