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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공업자 Jun 26. 2024

친절이 독이 될 때

<집수리 마음수리>

한창 작업 중인데 전화벨이 울렸다. 일하는 사람을 배려하여 보통은 문자를 남기는데 바로 전화를 하는 분들도 계신다. 젊은 남자목소리는 베란다 빨래건조대에 한쪽 나사가 빠졌는데 그것만 달아주는데 얼마냐고 물어왔다. 건조대 한쪽이 빠졌으면 나사못 두 개 박아주는데 얼마냐고 물어온 것이다. 베란다 수동 빨래건조대에는 4개의 앙카못이 고정되어 천장에 달린다. 그중에 두 개가 빠졌으니 나사못 두 개를 박아주는데 얼마를 받는단 말인가! 그냥 기본 출장비 3만 원+공임 1만 원에 변수가 있으면 추가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현장에 막상 방문해 보면 의뢰인의 단순한 말보다 복잡한 변수가 도사리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남자는 오늘 밖에 시간이 안된다며 바로 해달라고 한다.

하던 일이 끝 나지 않아 오늘 당장 해달라는 빨래건조대의 못하나를 달기 위한 약속시간을 넘길 참이었다. 양해를 구하고 빨래건조대 현장에 방문했다. 천장에서 나사가 빠진 건조대는 그냥 그대로 한쪽만 불안정하게 달려있었다. 이렇게 되면 건조대 자바라가 틀어지면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더군다나 의뢰인은 스스로 해결해 보려고 했는지 기존에 고정하고 있던 나사못이 부러져 있었다. 의뢰인은 자리에 없었다. 부러진 앙카못을 잘 뽑아내야 그 자리에 건조대를 달수가 있다. 부려진 못을 제거하니 이런... 콘크리트 타공자리가 2cm도 안 되는 것이다. 적어도 4cm 이상은 타공을 하고 고정했어야 했는데 왜 뚫다 말았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면 맞은편 자리도 마찬가지일 확률이 높다. 아니나 다를까! 다른 곳들도 풀어보니 4곳 모두 겨우겨우 결릴 정도로 얕게 뚫려 있었다. 처음부터 뚫어 새롭게 다는 것보다 더 손이 많이 가게 생긴 것이다.

기존에 걸려 있던 나사못 깊이

건조대를 천장에서 제거하고 4곳 모두 튼튼하게 달릴 수 있도록 깊게 콘크리트를 타공해야 했다. 한쪽이 늘어지면서 휘어버린 자바라 몸체는 다시 수정해서 잡느냐 애를 먹었다. 새로 설치하는 것보다 2배는 더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하다 말고 온 작업을 마무리해야 하야 하는데 말이다. 빨래건조대 의뢰인에게 작업이 예상했던 것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난이도가 높았다는 말과 함께 5만 원의 공임비를 부탁한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천장에 튼튼하게 달린 빨래건조대 사진을 의뢰인에게 보내고 서둘러하던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기존현장으로 향했다.

한창 작업 중에 전화벨이 울렸다. 아까 그 빨래건조대 의뢰인이다. 집에 돌아와 빨래건조대는 확인했다고 한다. 그런데 왜 4만 원이라며 5만 원을 받겠다고 하느냐는 것이다. 문자에 남겼듯이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얘기를 듣질 않는다. 다른 집 소개로 연락했다며 그 집 건조대는 더 싸게 해 줬으면서 우리 집은 왜 더 받냐는 것이다. "그 단지의 빨래건조대를 더 저렴하게?" 

아~하 얼마 전에 빨래건조대를 달아준 그 세대를 이야기하는 모양이었다.


지역 플랫폼을 통해 빨래건조대를 천장에 3개를 달아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 봉으로 된 건조대는 본인이 사놓겠다고 했다. 막상 방문해 보니 하나는 한쪽에 나사못을 4곳을 달아야 했기에 천장 8곳을 뚫어야 건조대를 달수 있었다. 나머지 건조대 두 개는 작은 사이즈로 한쪽에 3곳 양쪽을 총 6곳을 뚫어야 한다. 천장 타공만 8+6+6=20곳이 되었다. 이것을 친절하게도 6만 원에 해주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러니 건조대 하나당 2만 원에 달아준 셈이 된다.

천장을 측정하고 건조대를 다는 일은 쉽지만은 않다. 약간만 삐딱하게 달려도 보기에 좋지 않기에 측정을 잘해야 한다. 사다리에 올라가 천장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측정을 하고 먼지를 뒤집에 쓰며 천장을 뚫다 보니 의뢰인이 한마디 한다.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어요!"

이분이 단지 내에 소개를 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단 금액은 비밀로 했어야 했는데 구체적인 금액까지 친절하게 말씀하신 듯 추정되었다. 

의뢰인이 전화기에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자신의 집에 이곳저곳을 수리해야 할 곳이 많은데 더 받지 말고 원래 금액에 하자는 것이다. 대부분의 의뢰인들이 이런 말을 하며 가격을 깎는다.


두말하지 않고 OK 했다. 기분 좋게 작업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1만 원에 서로 기분이 상한다면 너무 가치 없는 일이 되어버린다. 무엇보다 기분 좋은 마음이 소중했다. 1만 원에 서로의 마음이 밝아진다면 가차 없이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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