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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공업자 Jun 15. 2024

집주인은 처음이라

<집수리 마음수리>

6월 초인데도 불구하고 요즘 날씨는 이미 한여름 날씨다. 더워도 너무 덥다는 말을 몸소 실감하고 있다. 단순한 작업 중에도 금세 땀에 흠뻑 젖는다. 그런 와중에 상담 전화가 왔다. 화성에 있는 ***집수리가 맞냐는 것이다. 블로그를 보고 인근 아파트단지에 베란다 창문 자동손잡이를 수리한 것을 알고 전화했다고 한다.  거실 베란다 창문의 우측 손잡이가 고장으로 창이 잠긴 상태에서 열리질 않는다고 했다. 좌측 손잡이도 같이 갈고 싶다며 좌우 자동손잡이를 교체하는데 얼마냐고 물어왔다.

잠긴 문을 열고 두 개의 손잡이를 교환하는데 시세보다 저렴한 금액을 제시했다. 상담자는 네! 놀라며 비싸다고 확정되면 다시 연락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 연락이 왔다. 다른 곳에 의뢰해서 수리하기로 했으니 미안하다는 내용이었다. 상담 후 견적이 맞지 않으면 연락 없이 그냥 말아버리는 것이 대부분인데 고맙게도 연락을 해줬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얼마 전 상담인과 같은 단지에 두 개의 자동 손잡이를 수리해 준 적이 있었다. 자동손잡이는 사용이 편리한 반면 세월이 오래되면 열리지 않는 현상이 종종 나타나고 있었다. 잠긴 문을 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해서 인터넷을 찾아보고 유튜브를 뒤져봐도 열 수 있는 방법이 딱히 나와있질 않았다. 해당제품 제조사에 전화를 해봐도 A/S기사가 나가야만 조치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 블로그에 자동손잡이만 전문적으로 수리하는 업체에 연락을 해 보았으나 알려주기 힘들다는 말을 했다. 온라인 전문 쇼핑몰에 전화를 해 보아도 특별한 노하우가 있지 않다고만 한다.

연락해 본 전문가들은 대부분 잠긴 문은 자신들만이 열 수 있다고 했다.


잠긴 문을 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었다. 궁하면 통한다고 여러 가지 방법들을 연구하다 나름의 방법을 찾아 잠긴 문을 열고 손잡이를 교환했던 기억이 났다. 문을 파손 없이 있는 그대로 열었고 예쁜 손잡이로 교환해 드렸다. 같은 문제로 여러 건의 의뢰가 들어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었는데 상담은 종종 왔으나 정작 수리 요청으로 이어지질 않았었다.

날씨가 너무 더워 지하주차장에서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아까 그 번호가 울렸다. 상담인은 업체에서 자동손잡이를 교체했는데 기존에 있던 피스자국도 가려지지 않았고 어떤 손잡이로 교환하겠다는 상의도 없이 했다고 한다. 업체에 이 부분을 이야기했더니 버럭 화를 내며 다음 일정으로 바쁘다며 원상복구를 하고 가버렸다고 한다. 업체의 갑작스러운 반응에 상담인은 당황한 듯 "나도 화낼 줄 몰라서 안 내는 게 니라 화낼 줄 안다"며 하소연을 시작했다. 하소연을 한참 듣고 있다 상담인은 지금 방문해서 손잡이를 확인하고 수리해 달라고 부탁을 해왔다.

지금 바로! 퇴근시간으로 도로가 막히기 시작했는데... 짐정리를 하다 말고 해당 아파트에 방문했다.


창을 확인하다 좌측손잡이는 멀쩡한데 왜 좌우모두 교체를 하려고 하느냐고 의뢰인에게 전화했더니 앞에 다녀간 업체에서 교환해야 한다고 했단다. 아차 싶었다. 의뢰인은 수리비가 반으로 줄어 기분이 좋아졌는지 전화목소리가 달라졌다. 의뢰인은 어떤 제품으로 교체할 것이냐고 내게 물었고 특정제품을 알려줬다. 창의 홈 깊이와 창틀의 폭을 측정하고 예쁜 손잡이로 교체해 주기로 하고 귀가했다.


의뢰인에게서 물어볼 게 있다며 갑자기 전화가 왔다. 인터넷에 들어가 해당 손잡이를 알아보니 원래가 그렇게 쌌냐고 물어온다. 갑자기 수리하다 말고 원상 복구하고 간 업체의 심정이 이해가 갈듯 느껴졌다.

의뢰인에게 해당 금액은 수리에 필요한 제품의 금액이 아니라 얼마부터 시작이라는 그저 최저가의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필요한 제품은 그 밑에 밑에 밑에 있는 +0,000원인 제품이라고 알려줬다. 그리고 추가되는 락킹기어와 다른 부품들도 알려줬다. 금액을 합산하니 9만 원인 견적금액의 1/2이 넘었다. 설치공임비와 제품을 알아보기 위해 투자한 시간, 2번 왕복유류비, 택배비를 생각하면 남는 것이 별로 없는 금액이라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설명을 했다.

의뢰인은 파악이 되었는지 자신에게 설명을 친절하게 잘해줘서 고맙다고 한다. 요즘세상에 벽돌 한 장이 얼마인지 까지 모든 정보가 대부분 온라인에 올라와 있어 숨길 수 있는 게 없는데 말이다. 문제는 그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독하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정보가 아무리 많이도 관점에 따라 해독에 오류가 생기면 오해와 불신이 생기기 마련이다. 수리할 자동손잡이가 싸게 보여 마치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보였듯 말이다.


집주인이 된 지 얼마 안 된 것 같다고 물었더니 맞다고 한다. 어머니 소유의 집을 편찮으셔서 자신이 관리하게 되었다고 한다. 집주인이 처음이라 힘들겠다고 위로했다. 의뢰인도 이렇게 신경 쓸 것이 많은 줄 몰랐다고 하며 솔직히 설명을 들어도 잘 이해가 안 가는 게 많다고 한다.


자동손잡이는 잘 수리되어 창이 제기능을 찾았다. 새로 들어오는 세입자는 불편함이 없이 집을 사용할 것이다.

세를 받는 부러움의 대상인 임대인이 되는 것도 쉬운 게 아닌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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