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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공업자 Jun 06. 2024

안부

<집수리 마음수리>

집수리를 하다 보면 상용차가 꼭 필요할 때가 있다. 큰 자재를 실을 수 있게 1톤 트럭이나 짐칸이 넓은 이 있어야 할 때가 종종 있다. 작고 소소한 일 이외에는 안 하려고 해도 부피가 큰 오더가 들어오면 안 하기가 어려워 자꾸만 상용차를 눈여겨보게 되었다.


작년 초에 아내와 함께 요양보호사 교육을 받았다. 같이 교육을 받던 분들은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많으셨고 나는 젊은 축에 들다 보니 행동이나 말이 조심스러울 때가 많았었다. 그러다 A선생님과 이야기가 잘 통하게 되어 쉬는 시간마다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점심식사를 같이하게 되는 기회도 생겼다. A선생님은 오랜 세월 해외에 계셨던 무용담을 들려주셨고 골프와 투자에 밝으셨으며 심지어 노래도 잘하셔서 음반까지 낸 경험이 있으셨다. A선생님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끊이질 않으셨다.


A선생님은 이직을 준비하고 계신다며 마침 시간여유가 생겨 요양보호사 교육 중이라고 하셨다. A선생님은 매우 가정적이신 분이라 틈틈이 가족분들과 통화도 자주 하셨다. 그런 A선생님과 우리는 자주 어울렸고 담소 시간이 항상 부족했었다.  어느 날은 아드님이 중고차 딜러를 하신다며 필요하면 언제든 이야기해도 좋다고 하셨다. 중고차 마니아였던 나는 아드님의 명함을 부탁했었다. 다음 날 A선생님은 잠시 머뭇거리시다 본인의 명함을 건네며 자신에게 연락하면 된다고 하셨다.  


집수리를 하다 요즘 들어 상용차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1년여 동안 연락을 안 드렸던 A선생님께 연락을 드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한창 작업 중에 A선생님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와~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이따가 작업이 끝나면 확인해 보고 연락을 드려야겠다" 맘먹고 하던 일에 집중했다.

퇴근시간이 임박한 늦은 오후, 작업이 끝나고 차량으로 다음 장소로 이동하려는 순간 A선생님의 메시지가 생각이 났다. 반가운 마음에 메시지를 열어보곤 깜짝 놀랐다. 다시 확인을 해봐도 틀림없는 같은 내용이었다. 믿기지 않게 A선생님은 본인의 카톡으로 본인의 부고(訃告)를 보내셨다.


마지막 일정장소에 임박한 터라 작업을 마무리하고 아내에게 소식을 전했다. 아내 또한 깜짝 놀라했다. 장례식장에 가봐야겠다고 준비를 하다 다시 한번 부고내용을 확인해 보았다. 의문이 가는 내용이 발견되었다.


발인이 내일인데 왜 지금에서야 늦게 알렸을까?

그렇게 핸썸하셨던 분이 사진은 어울리지 않게 엉성하게 올려져 있을까?

무엇보다 상주인 아드님과 따님의 성씨가 A성씨가 아니라 B성씨 일까?


아내에게 의문점들을 상의하니 신종 스미싱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게 말이다. 그렇게 건강하셨던 분이 갑자기 부고라니 믿기질 않았고 부고 내용 또한 허접하기 그지없었다. 아내는 다른 링크들을 클릭하지 않았냐고 었고 우리는 스미싱이 맞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A선생님께 오밤중에 전화드려 안부를 묻는다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이틀 후에 연락을 드리기로 하고 스미싱 사건은 일단락이 되었다.


"여보세요 A선생님 전화 맞으시죠?"


"네, 맞습니다."


낯선 젊은 남자의 음성이 대답했다.


"선생님 전화받기 힘드신가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아버님 며칠 전에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젊은 목소리가 힘없이 대답했다.


"네~에?!"

 

나는  의문이 들었성씨가 다른 부분들에 대해서 질문을 했다. 아드님은 사정이 있어서 그렇다고만 했다. 오랜 지인들은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모르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스미싱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우리뿐만이 아니라고 했다.

나는 아버님이 해외에 나가계신 기간이 길어서 가족분들께 항상 미안한 마음이 많으셨다는 말을 전했다. 아드님은 그렇게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조용히 흐느꼈다.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더는 물을 수가 없었다.


A선생님께 아드님의 명함을 부탁했을 때 선뜻 주지 못하셨던 이유가 그것이었을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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