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의 창업 도전기 21화
21화. 인간적인 판매자가 되자.
쇼핑몰 사업을 시작하면서 잊지 말자고 다짐한 것이 있다. 인간적인 판매자가 되자는 것이다. ‘내가 구매자라면 내 상품을 이 돈 주고 살 것인가?, 내가 구매자라면 어떤 서비스를 원할까?’ 늘 고민한다. 그러다 보니 도매로 구입한 몇몇 물건은 창고에 그대로 보관되어있다. 분명 도매 사이트에서 봤을 때는 사진이 깔끔하고, 상품의 품질도 좋아 보였다. 그런데 실제로 물건을 받아보니 마감이 엉망이었다. 군데군데 얼룩과 흠집이 나 있는 상품이 대다수. 이런 물건을 접할 때면 ‘이 판매자는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런 걸 팔지?’ 싶다. 환불을 요구해도 도통 안 된다는 말뿐이다. 나는 이런 식으로 물건을 팔고 싶지 않다. ‘한번 팔면 끝이지’ 식의 판매는 결국 독이다.
내 생각에 인터넷 쇼핑은 결국 판매자를 믿고 구매하는 것이다.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하고, 오로지 연출된 사진과 내용만을 보고 구매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는 연출 사진이 엉망이어도 실제 모습에 가까운 사진의 물건이 잘 팔리기도 한다. 따라서 신뢰할 수 있는 판매자가 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쇼핑몰의 성공 여부를 결정할 만큼 중요한 사안이다. 나는 믿을 수 있고, 인간적인 판매자로 기억되고 싶다.
나와 같은 소자본 창업자들에게 고객 1명의 의미는 생각보다 크다. 마음 같아서는 사은품도 많이 챙겨 드리고, 할인도 대폭 해드리고 싶다. 하지만 매번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니, 서비스에 보다 정성을 들이고 있다. 오픈 때부터 3개월이 조금 지난 지금까지 모든 고객님에게 손 편지를 썼다. 구매를 감사드리며, 상품에 문제가 있으면 연락해주시라는 간단한 내용이다. 그런데 이 짧은 손 편지가 고객님의 마음을 많이 얻게 해준다. 많은 리뷰에서 손 편지를 언급해주시며 좋은 평점을 남겨주시는 걸 보면, 역시 사람의 마음을 얻는 데는 ‘인간적인 것’이 최고다 싶다. (꼼꼼한 포장과 좋은 품질은 당연하다!)
최근에는 배송 주소를 잘못 쓰신 고객님과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 그 고객은 검색에 나오지 않는 주소를 배송지로 적어서 주문하셨다. 만약 내가 배송 주소를 직접 확인하지 않았다면, 분명 그 상품은 오 배송 되거나 반송되었을 것이다. 다행히 나는 매번 주소를 직접 확인하고 있어서 고객님에게 미리 연락을 드릴 수 있었다. 알고 보니 그 고객님이 살고 계신 곳 주변이 신도시로 바뀐 지 얼마 안 된 곳이었다. 그래서 제대로 주소가 안 나온 것이다. 결국 고객님과 합의하여 다른 주소로 상품을 보냈다. 이후 그 고객님이 장문으로 좋은 리뷰를 남겨주셨다. 아무래도 그렇게 미리 연락드렸던 것이 마음에 드셨던 모양이다.
쇼핑몰 운영과 별개로 나는 ‘인간적인 것’에 관심이 많다.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는 일을 하고 싶어서 예술 관련 전공을 선택하기도 했다. 대학을 다니면서 연극, 미술, 뮤지컬, 마임, 대중음악, 콘서트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일을 했었고, 그 가운데 ‘인간적인 무언가’에 대해서 많이 고민해왔다. 지금은 잠시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꼭 예술 사업도 도전해볼 생각이다. 쇼핑몰과 예술을 결합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지금도 조금씩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에 정부에서 주관하는 예술 지원 사업에 프로젝트를 응모해볼 생각도 하고 있다.
사업을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오늘 이야기한 것처럼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팔기 싫은 물건은 안 팔면 그만이고, 잘 챙겨 드리고 싶으면 왕창 챙겨 드리면 그만이다. 만약 내가 대표가 아닌 사원이라면 이렇게 운영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난 사업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 스스로 길을 정할 수 있다는 것, 경험한 사람만 알 수 있는 묘한 매력이다.
-다음화
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