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시골과 도시의 모습이 혼재된, 이제 막 재개발로 도시화되기 시작하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 소년이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까만 피부에 짧은 곱슬머리, 통통한 볼 그리고 매일 신은 듯 흙이 잔뜩 묻은 운동화를 신은 소년이었다. 소년은 9살 정도로 보였다. 이 어린 소년은 아침부터 어디로 가는 것일까. 소년은 힘차게 좁은 골목길과 번잡한 시장통을 지났고, 큰 교회의 낡은 뒷문을 지났다. 그리고 마침내 산불조심이라고 여기저기 현수막이 걸려있는 작은 산 문턱에 다다랐다. 소년은 산 문턱에 서서 한동안 무언가를 중얼거리더니 힘차게 작은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성인에게는 작은 산이겠지만, 그 소년에겐 함부로 오를 수 없는 커다란 산이었을 것이기에 큰 결심을 한 것이 분명했다. 어쨌든, 소년은 산을 오르며 계속해서 두리번거렸는데, 아무래도 무언가를 찾는 듯했다. 그리고 소년이 처음 발길을 멈춘 곳은 작은 웅덩이가 있는 곳이었다. 웅덩이 앞에서 소년은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는 동그랗고 반짝이는 무언가가 나왔는데, 자세히 보니 돋보기였다. 소년은 자기 손바닥만 한 돋보기를 손에 든 채 웅덩이 이곳저곳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가까운 곳도 한번, 옆 구석에 가서 또 한 번. 소년은 이리저리 움직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소년에 얼굴엔 땀이 흐르기 시작했고 약간의 짜증 섞인 듯한 표정이 보이기 시작했다. “에이 없잖아!” 소년이 소리쳤다. 그리고 심술이 난 듯 작은 돌들을 웅덩이에 집어던졌다. ‘퐁당’, ‘퐁당’ 얼마간의 심술을 끝낸 후, 소년은 다시 산길을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소년의 발길이 다시 멈춘 곳은 산 중턱에 위치한 작은 논이었다. 그 논에는 아직 수확을 하지 않은 벼들이 무성하게 심어져 있었다. 논 앞에서 소년은 신발과 양말을 급하게 벗었다. 그리고 아무렇게나 벗어 놓은 양말을 신발에 꾸겨 넣고, 곧바로 논에 있는 얕은 물가로 들어갔다. 논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닐수록 소년의 발은 흙으로 더러워졌고, 바지의 반 이상이 이미 물에 젖었지만 소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잠시 후, 소년은 드디어 무언가를 찾은 듯했다. “아 여기 있다!” 무언가를 발견한 소년은 신이 났다. 소년이 발견한 것은 동그랗고, 흐물흐물하고, 햇빛에 반짝이는 무언가였는데 쉽게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소년은 그것을 처음에는 손으로 톡톡 건드리더니, 이번에는 한 움큼 들어 올려 돋보기로 자세히 보았다. 소년은 마치 홀린 듯 한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그것을 퍼냈다. 행여나 떨어뜨릴까 조심조심 그것을 들어 올린 채, 논 밖으로 나온 소년은 고민에 빠진 듯 보였다. 아무래도 어렵게 찾은 그것을 집까지 가져가고 싶은데 마땅히 넣을 통이 없는 듯했다. 소년은 하는 수 없이 손에 그것을 꽉 쥔 채, 더러워진 맨발로 신발을 신고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산에 올랐음에도, 소년이 산을 내려갈 때쯤엔 이미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시간이었다. 그리고 금세 어두워졌다. 소년은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올라왔던 길이 헷갈리기 시작했고, 산에서 지나치는 다른 사람들의 수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소년은 울음이 났다. 그리고 울면서 막무가내로 달렸다.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른 채 소년은 계속 길을 따라 달렸고, 결국 산을 빠져나오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어렵게 찾았던 그것은 잃어버렸고, 길을 따라 내려온 곳도 처음 와보는 낯선 곳이었다. 소년은 발을 멈춘 곳에서 한참을 울었다. 울음소리를 들었는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소년에 곁으로 왔다. “무슨 일이니?” 한 아주머니가 소년에게 물었다. 하지만 소년은 대답하는 둥 마는 둥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결국 아주머니는 소년에 손을 잡고 시내로 나왔다. 그리고 경찰서까지 함께 갔다. 소년은 경찰서에서도 울음을 쉽사리 멈추지 못했지만, 간신히 집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데 성공했다. 한참 후에, 소년의 엄마로 보이는 한 사람이 경찰서에 찾아왔다. 소년은 엄마 품으로 쪼르르 달려가 또 한참을 울먹였다. 그리고 엄마 손을 꼭 쥔 채 집으로 돌아왔다.
어둑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