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줌 소설 2 – 점.>

by 이준희

점.


월요일 오전 10시 반, 어김없이 그가 나타났다. 푹 눌러쓴 검은색 모자와 적당히 긴 검은색 반팔, 그리고 연청색 청바지를 입은 그는 오늘도 카페에 찾아왔다. 그리고 늘 그랬듯 시나몬 가루를 뺀 카푸치노를 주문했고 음료를 받는 동안 두 눈을 감고 기다렸다. 음료를 받아 든 그는 줄곧 카운터에서 가장 먼 구석 자리, 빛이 잘 들지 않아 다른 손님들은 선호하지 않는 자리에 찾아가 앉았다. 그리고 앉은자리에서 늘 무언가를 빼곡히 메모장에 적었다. 그리고 몇 번씩 눈을 감고 허공을 향하는 일을 반복했다. 그가 언제부터 이렇게 매일 같은 시간에 카페에 찾아온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 이유야 아침 일찍 같은 시간에 카페에 찾아온다는 것 말고는 특별히 그가 카페에서 기억날만한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일하는 카페는 이 근방에서 가장 큰 카페 중에 하나로, 그를 제외하고도 신경 써야 할 손님이 늘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그를 신경 쓰기 시작한 이유는 몇 주 전에 있었던 한 사건 때문이다. 그날도 어김없이 그는 카페 구석에서 메모장에 무언가를 쓰고 있었 다. 그러던 와중에 다른 한 손님이 내게 찾아와 말을 걸었다.


“저 남자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저번에 우연히 저 사람 메모장을 봤는데, 글도 아닌 것이 그림도 아닌 것이… 그저 빼곡히 점 같은 것만 찍혀있더라고요. 그래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늘도 여전히 점만 찍고 있더군요.” 나에게 말을 건 그 손님도 거의 매일 찾아오는 단골손님 중 하나였다. 붙임성도 좋아 꽤 많은 대화를 나눈 손님이기도 했다. 아마 그 손님은 오래전부터 그 남자를 의식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아 그래요? 매일 오셔서 뭔가 글 같은 걸 쓰고 계신 줄 알았는데 이상하긴 하네요.” 내가 대답했다. 그리고 그 대화를 나눈 직후, 나는 그가 왜 그런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쉽사리 그한테 말을 걸 수는 없었다. 그 이유는 저번에 그가 카운터에서 카푸치노를 주문할 때, 시나몬 가루를 보여주며 잠시나마 말을 걸었지만 불쾌하다는 표정을 보일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궁금증이 시작된 이래로 해결은 하지 못한 채 몇 주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늘 같은 시간에 함께 일하는 동료가 있는데, 오늘은 그 동료가 일이 있어 일찍 퇴근을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얘기를 들은 나는 이상하게도 오늘 마감 전에 그 남자에게 말을 한번 걸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어느새 마감시간이 다가왔고, 나는 그 남자가 있는 테이블 주변을 청소하는 척하면서 그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열심히 하시네요” 내가 말하자 그가 날 비스듬히 쳐다봤다. “예…” 그가 의외로 쉽게 대답을 했다. “매일 뭔가 쓰시던데 혹시 뭘 쓰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질문을 하는 내 목소리는 얇게 떨렸다. “아뇨… 별거 아니라서…” 그가 힘없이 대답했다. “아 그럼 안 보여주셔도 괜찮아요. 죄송합니다.” 내가 다시 말을 건넸다. 그리고 무안함을 감추기 위해 청소를 하는 척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다음날, 나는 이 이야기를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말했다. 그러자 동료가 하는 말이 “아 그분이 쓰시는 거 점자인 거 같던데?” 그 순간 나는 머리가 멍했다. “그분 내가 알기로 유명한 소설가인가 기자던가 아무튼, 점점 시력을 잃어가신다나 그럴걸?” 동료가 하는 말은 나에게 다소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듣고 나는 지금까지의 일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항상 햇빛이 들지 않는 구석진 자리에 앉았던 것, 주문 후에 항상 눈이 피로한 듯 눈을 감고 계셨던 것 그리고 시나몬 가루를 보여드리며 말을 건넸을 때 지었던 불쾌한 듯했던 표정, 모든 것이 한 번에 설명되었다. 하지만 그의 상황을 이해하고 난 후, 나는 그가 더욱 궁금해졌다. 동료가 말한 것이 사실인지, 아니면 그냥 루머일 뿐인지 그리고 왜 항상 같은 시간에 찾아와서 같은 메뉴만 마시는지. 나는 오늘 그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말을 붙여보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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