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의 동상이몽 (케이팝에 대한 고찰 上)

by 이구오

블랙핑크의 동상이몽



성공한 그룹에서 나와 완벽한 홀로서기를 이룬 사례는 몇 차례 있었다. 잭슨 파이브 The Jackson 5의 마이클 잭슨 Michael Jackson, 데스티니스 차일드 Destiny's Child의 비욘세 Beyoncé, 엔싱크 *NSYCN의 저스틴 팀버레이크 Justin Timberlake, 원 디렉션 One Direction의 해리 스타일스 Harry Styles 등이 그 예시다. 이 팀들의 구성원 대부분은 솔로를 도전했지만, 각 팀의 주요 멤버들이었던 이들만이 역사에 남아있다. 반대로 말하면, 아무리 유명한 팀이라고 할지라도 한 명 이상의 성공한 솔로 아티스트를 배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마치 화학반응처럼, 때가 되면 모두가 자연스레 솔로를 한 번씩 도전한다. 그 성공은 그룹으로서의 성취보다 더 강력하고 영광스러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례를 블랙핑크 BLACKPINK도 따라가는 시기가 찾아왔다.



2020년대는 테일러 스위프트 Taylor Swift의 음악에 영향을 받은 이른바 '테일러 키즈'들의 시대이다. 그들은 컨셉추얼한 퍼포먼스나 막장스러운 스캔들보다 특유의 개인적인 가사로 주목받는다. 가사를 통해 또래 여성들의 공감을 사고, 소통하고, 더 나아가 그들의 사생활을 바이럴 마케팅의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연쇄작용으로 코레오그래피를 기반으로 한 댄스 팝 음악들은 고전하고 있다. 예컨데 제니 JENNIE, 리사 LISA가 내놓은 각각의 리드 싱글 ‘Mantra’, ‘ROCKSTAR’는 전형적인 애티튜드 송을 표방한다. 레이블의 공격적인 프로모션과 높은 프로덕션 퀄리티에도 불구하고 차트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후 리사가 발매한 [Alter Ego]는 시장을 읽지 못하고, 본인의 기량마저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시대착오적인 앨범이었다. 제니의 [Ruby]는 그보다는 조금 더 나을지라도, 여전히 근본을 찾기 어려운 R&B 기반 필러 트랙의 향연이다.


로제 ROSÉ는 그나마 이런 음악 시장의 흐름을 이해한 듯하다. 그녀는 싱글에서 아이돌로서의 고충, 사적인 연애 경험 (특히 GenZ들이 열광할 법한 toxic relationship) 등에 관해 이야기했다. ‘APT.’라는 리드 싱글은 적당히 바이럴 될 만한 곡이면서도, 그녀가 다른 팝 아티스트들과 차별점을 둘 만한 한국적인 요소를 차용했다. 해당 싱글은 팀으로서 활동했을 적 기록했던 커리어를 넘어서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그렇게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한 스튜디오 앨범 [rosie]는 무색무취하다. 분명 그녀만의 사적인 이야기일 테지만, 미국에서 차고 넘치는 테일러 키즈들의 앨범과 차이점이 없다. 심지어 그 이야기마저 스캔들을 마케팅에 활용할 수준의 과감함도 없어 호기심을 자극하지 못한다. 케이팝이라는 영역을 넘어서자 그녀의 장점은 사라지고 흔한 카피캣으로 전락했다.



비슷한 시기에 솔로 앨범을 낸 만큼, 그들의 음반은 서로 비교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북미 팝 시장에서 앞으로 한 명 이상 장기적으로 살아남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블랙핑크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그룹이고, 멤버 개개인의 역량은 케이팝 업계 안에서 손꼽힐 만큼 훌륭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미국 시장에서 그녀들이 가진 무기는 아직 블랙핑크 멤버라는 사실밖에 없다. 전례로 든 솔로 아티스트들을 뛰어넘는 무대 장악력도, 가창력도, 송 라이팅 능력도 없다. 큰 파이를 차지하지 못하는 아시안들을 제외하면, 그녀들의 앨범과 퍼포먼스는 현지 대중들이 워너비로 삼을 수준으로 획기적이지도 않다. 그들을 ‘케이팝’이라는 타이틀로 소개하기엔 그들의 음악은 전형적인 미국 음악이며, 미국에서 성공하기엔 현지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


그러나 분명 그들 중 한 명은 그룹의 영광을 넘어서는 성취를 거둘 것이다. 레이블들이 그들 개인에게 전폭적으로 투자하고 있고, 케이팝 열풍이 식기 전에 그들을 온전한 ‘팝 스타’로서 새로 탄생시키려는 의지가 보인다. 이 열기는 피프티 하모니 Fifth Harmony의 독립 때보다도 더 가시적이다. 북미에서 말라버린 걸그룹 시장에서 블랙핑크의 솔로는 매력적인 투자 기회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로제의 경우, 하반기에 적극적인 프로모션이 있다면 그래미 노미네이션까지 가능해보인다. 아쉬운 점은 그들이 자신의 정체성은 음악으로써도, 퍼포먼스로써도 드러내지 못한 채, 또래 팝 아티스트들의 흉내만 내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케이팝의 과오 때문이기도 하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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