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아저씨 강론이 너무 짓궂잖아요

by 이구오

영화 <헤레틱> 리뷰

*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호러 영화는 진화하지 않는다. 대신 특정한 소스들을 재조합하여 늘 새로움을 전달한다. 이런 관점에서 A24는 호러 영화의 지평을 다듬는 역할을 한다. X 시리즈 정도를 제외하면, A24 제작 호러는 시청각적인 자극에만 얽매이지 않는 수준을 보여준다. 그런 특성 때문일까. A24의 개별 영화들 속 호러적 전략이 각기 다르고, 그 점이 주관적인 호불호를 예상하기 어렵게 한다. 어떤 작품은 컬트적인 인기를 끌기도, 어떤 작품들은 외면 당하기도 한다. 현지에 비해 한발 늦었지만, A24의 영화 <헤레틱>이 롯데시네마 독점으로 4월 개봉했다.


영화 <헤레틱>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분명하다. 종교에 대한 믿음은 학습된 정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종교인들이 그 사실을 깨닫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도 드러낸다. 종교 비판적인 메시지를 이야기하지만, 후반부에 역설적으로 오컬트적인 연출도 존재한다. 'Mr. Reed'의 소름 끼치는 집에서 역사상 유일하게 탈출한 주인공 'Sister 팩스턴'도 역시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간절한 기도 끝에 'Sister 반스'가 마치 예수가 예고한 부활처럼 되살아나 구원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조차 기독교인을 향한 은밀한 비판이 담겨있다. 이래도 믿음을 포기할 수 없으면 믿어라, 라는 비웃음과도 같다.



호러적인 요소를 소스 삼아 메시지를 선명하게 구현했다. A24 제작답게 기발함 속에서도 스토리텔링을 놓치지 않는다. 초반부 호러 영화들이 자주 범하는 클리셰적 오류를 사전에 차단한 것도 인상적이다. 예를 들면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지', '왜 낯선 집에 들어가는지' 등과 같이 러닝타임 내내 의문 들게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미리 서술한다. 이후 전개될 답답한 이야기에 훌륭한 변명이 된다. 그러나 후반부에 접어들수록 설정 오류가 드러나는 지점이 있으며, 지나치게 서술적인 장치들도 진부하게 느껴진다. 온 신경을 훌륭하게 붙잡아두지만, 결국 홀리는 데에는 실패한다.



<헤레틱>은 호러 영화로 분류하기 민망할 정도로 무섭지 않다. 부수적인 호러 요소들을 전부 들어내도 영화의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딱히 도움도 안된 채 어이없이 퇴장하는 장로가 영화 내에서 가장 공포적이다. 하지만 영화의 호러/스릴러적 분위기는 극적 긴장감을 이끌어가는데 톡톡한 역할을 해내고, 일련의 과정을 통해 감독의 이야기를 충분히 납득시킨다. 앞서 언급한 '호러적 전략이 다르다'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즉, 놀래키는 데에 급급하지 않는 영리한 영화다. 제한된 공간, 적은 등장인물로 똑똑하게 스토리텔링을 풀어내는 법이 궁금하다면, 이 영화는 관람할 가치가 있다.




★★★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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