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한정된 공간에서의 영화는 재미를 끌기 어렵다. 다양한 사건이 일어나기 어려운 구조고, 조금만 천천히 가도 졸려진다. 곤돌라는 한 번 타면 재밌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타고 왔다갔다 한다면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이동수단이 된다. 느리고, 단조롭고, 안전하다. 영화 <곤돌라>는 그런 곤돌라를 소재로 삼아, 일률적인 삶에서 찾는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곤돌라>는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배경으로 하는 두 곤돌라 승무원의 이야기이다. 두 인물은 러닝타임이 흘러갈 수록 점점 정신나간 짓을 한다. 그러나 그 모든 생각과 행동들이 귀엽다. 퀴어 영화인 줄 모르고 봤으나, 그런 요소가 지배적이거나 불쾌하지 않는 선에서 예쁘게 표현되었다. 작은 마을 위 움직이는 곤돌라가 시각적으로 아름다웠을 뿐 아니라, 중간마다 스치듯이 보여지는 마을 전경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조지아의 어느 마을이라는 작품 배경은 관광 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한 지자체의 홍보 정책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인물들의 눈빛과 거듭해가는 기행도 어이없었지만 귀여웠다.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끝까지 곤돌라 사장이 되려 보살인 거 같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영화에 몰입을 방해하는 몇 가지 요소가 있었다. 일단 이 영화에는 대사가 없다. 딱 한 번 등장한 “Okay”라는 대사를 제외하면, 인물들이 소통을 눈빛이나 추임새 정도로 한다. 이 점이 너무 이질적이어서 거슬렸다. 인물들이 말을 해야 할 순간에도 말을 하지 않으니까 답답하고 괴상했다. 후반부로 갈 수록 굳이 말로 표현할 필요 없는 상황들이 연속해서 등장하며 익숙해지기는 했으나, 꼭 필요한 설정이었는지 의문이다. 두 번째로 눈에 띄게 화질이 저하되는 장면들이 있었다. 아마도 공중 연출의 연속이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택한 대안인 것 같다. 나름 감성이라면 감성이라 치겠지만 흐름을 깨는 느낌이었다.
황당한 전개지만 동시에 동화적이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언젠가 저 곤돌라를 꼭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시간마다 마주칠 승무원의 눈빛도 궁금하다. 일이 힘들어도 사람이 좋으면 버틸 수 있다는 말이 있다. 퀴어 영화이기 때문에 '좋다'의 의미는 이중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겠다. 항공사 승무원의 기회를 내려놓으면서까지 곤돌라 위의 낭만적인 순간들을 택한 주인공. 행복은 과정 속에서 찾는 거라면, 그들은 분명 행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