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재미는 살아있다

by 이구오

영화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블러드라인> 리뷰

*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어느 영화제에서 학교 선배와 <세상의 마지막 크리스마스>라는 단편 슬래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진짜 세상 끔찍한 영화였는데, 껄껄대고 웃으며 관람하던 선배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 이후로 사실 나는 잔인한 영화에 무뎌졌다고 생각했다. <테리파이어>, <쏘우> 정도는 그냥 볼 정도? 그리고 고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본다는 것은 집에서 보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완전히 망각해버렸다. 피칠갑의 이미지를 보는 행위 자체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는 사실이 두려운 것임을. 그런 채로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시리즈의 신작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블러드라인>을 관람했다.


횟수로 6번째 나오는 시리즈인 만큼 개연성에 대한 기대는 내려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본편 내에서 어느 정도 핍진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내러티브의 오류나 충돌 없이 재밌게 관람할 수 있다. 시리즈의 한계점처럼 전반적으로 그저 억지스러울 뿐이다. 그렇다면 재밌나? 일단 재미는 있다. 어차피 다 죽을 거란 관객들의 태도를 약간 비틀듯이 진행되는 몇몇 파트도 인상 깊다. 이내 다시 궤도로 돌아와 클리셰에 충실하게 전개되는 점도 이 시리즈스럽다. 정말 잔인하긴 했으나, 잔인한 거 보려고 보는 영화니까 얹을 말은 없다. 이보다 덜 잔인할 순 없다. 목적에 충실한 만큼 끝까지 가기는 한다.



의외로 철학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실제로 이 작품이 유작이 된 토니 토드가 그 중심에 있다. 그는 영화 내 유일하게 오로지 진지한 분위기로 등장해서, ”언제 죽을 지 모르는 게 인생이니 즐겨라“고 말한다. 사실 인물들이 당장 잔인한 방식으로 죽을 걸 알고 있으니 우리도 함께 두려움을 느낄 뿐, 사람은 다 죽는다. 당장 오늘도 죽을 수 있고, 그 사실이 특별히 놀라울 일도 아니다. 그러니 감정에 연연하느라 소중한 순간을 놓치지 말라는 것이 이 영화가 건네는 조언이다. 이 작품 후에 토니 토드가 실제로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도 왠지 절묘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죽음은 쓰레기 수거차 씬. 스카이뷰 씬과 MRI 씬의 퀄리티도 정말 좋았지만, 뭔가 예상을 가볍게 비트는 느낌이 재밌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제일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관람 후에 예고편을 찾아봤는데, 예고편도 적당히 스포 없이 즐길 수 있는 부분만 잘 골랐더라. 좋은 얘기 위주로 했지만, 어쨌든 억지스러울 밖에 없는 시리즈의 한계가 있긴 했다. 그리고 가족들이 줄줄이 죽어나가는 것에 비해 인물들의 태도가 다소 태연한 것 같았다. 비현실적인 설정만큼이나 회복탄력성(?)도 비현실적으로 높은 가족들이다. 단순 재미를 위해 본다면 나무랄 데 없는 작품이기는 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review | 사람이 좋아서 버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