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여전히 음악, 공동체

by 이구오

영화 <씨너스: 죄인들> 리뷰

*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최근, 과제의 일환으로 흑인 영가와 블루스의 역사에 대해 공부했다. 모든 사료가 흑인 음악이 대부분의 미국 음악 역사의 토대가 된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어찌 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 미국의 탄생은 흑인의 존재 없이는 논할 수 없다. 신대륙의 부흥은 아프리카계 노예들을 착취한 결과물이었고, 그들이 겪은 고통은 창작의 원동력이 되었다. 블루스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됐다. 그들의 소울에는 제국주의에 물든 백인들이 절대 갖출 수 없는 깊이가 있었던 것이다. 제도적 차별이 만연했던 193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 <씨너스: 죄인들> 관람했다.


영화 <씨너스>는 호러, 액션, 뮤지컬, 드라마가 혼재된 독특한 장르의 영화이다. 따라서 특정 장르에 얽매여 있지 않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황혼에서 새벽까지>와 기본적인 틀을 공유하지만, 그 내러티브 중심에는 블루스가 있다. ‘새미’가 뽑는 블루스 곡조는 뱀파이어를 파티로 불러들이고, 이후 수십 년간 그가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원동력이 된다. 특히 새미가 부르는 ‘I Lied To You’ 시퀀스는 블루스부터 현대 음악인 힙합, 전자 음악까지 각종 음악 장르가 섞이며, 본작의 하이라이트가 된다. 어지럽고 환각적인 연출이 마치 데미언 셔젤 감독의 <바빌론>을 연상케 한다. 그쪽은 미국 영화에 대한 찬사라면, <씨너스>는 미국 음악에 대한 찬사라고 볼 수 있다.



음악, 뱀파이어의 소재보다 더 핵심이 되는 것은 흑인 공동체이다. 고통의 역사를 구구절절 나열하는 것 대신, 공동체의 굳건함에 대해 다루는 것을 택한다. 주인공은 동양인을 포용하고 농장용 화폐도 거둔다. 뱀파이어가 되어 KKK단을 절멸시키는 방법도 마다한 채, 커뮤니티의 주도권을 지키는 것을 택한다. 그 어떤 방식보다 미국 내 흑인 공동체를 잘 표현한 지점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표면적인 빌런으로 등장하는 ‘레믹’은 유구한 차별의 역사를 겪어온 아일랜드인이다. 미국 내 소수자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차별에 대응해왔고, 영화는 주류를 위한 지루한 변명도, 서사도 내어주지 않는다. 이렇게 다양한 함의를 갖춘 각본임에도 오락 영화적인 기능이 확실하게 작용한다는 점도 주목할 사실이다.


전반부 러닝타임이 다소 길다는 것은 유일한 단점. 주인공 형제가 돌아다니며 지인들에게 일자리를 건네는 과정이 거진 1시간 가량 전개된다. 덕분에 캐릭터 설정은 분명하게 전달된다만, 충분히 요약 전개될 수 있었을 것 같다. 사방으로 튀는 전개 덕분에 호불호가 있을 수 있는 영화지만, 개인적으로 메시지와 비주얼 못지 않게 스토리도 재밌었다. 북미에서 좋은 상업적 성과가 있었던 만큼 시상식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 <씨너스>에 담긴 소수자 정신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을 보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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